가장 강력한 플랫폼’이자 ‘가장 큰 도박’
구글은 도시 전체를 다시 설계하고 있습니다. 웨이모는 도로 위를 주행하고, Mobility AI는 신호 체계와 버스 배차를 조정하며, 제미나이는 운전자와 실시간으로 대화합니다. 이 모든 시스템은 하나의 유기적 구조로 연결돼 있으며, 구글은 이를 통해 이동이라는 일상의 작동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핵심은 자율주행 기술이 아닙니다. 언제, 어디로, 왜 움직이는지를 예측하고 그 흐름을 관리하는 것. 구글은 차량이 아니라 도시의 작동 원리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안에서 사람과 물류의 움직임을 통합하고, 그 위에 광고·결제·콘텐츠·번역까지 얹습니다.
이 전략은 이미 전 세계 곳곳에 침투해 있습니다. Google Maps와 Waze는 수십억 명의 이동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있으며, 수많은 도시가 구글 API 기반으로 교통 인프라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구글은 조용히 도로의 질서를 설계해 왔습니다.
기술 진화도 주목할 만합니다. 웨이모는 제미나이 기반 멀티모달 모델을 통해 라이다·카메라·레이더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고, 상황을 단계적으로 판단하는 구조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기존 모듈식 자율주행 시스템이 가진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입니다.
수익 모델은 더 구조적입니다. 구글은 차량을 팔지 않습니다. 차량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광고, 결제, API, 보험, 콘텐츠 등과 연결해 여러 방향으로 수익을 창출합니다. 핵심은 차량이 아니라 그 위를 흐르는 데이터와 연결 구조입니다.
하지만 이 전략이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웨이모는 여전히 눈, 폭우, 수신호, 공사 구간 등 비정형적 상황에 약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실은 알고리즘이 다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로 가득합니다. 기술은 강력하지만 완성형은 아닙니다.
확장에도 제약이 있습니다. 웨이모는 지오펜싱 기반으로 특정 도시 내에서만 운행할 수 있고, 새로운 지역에 진입하려면 고정밀 지도를 새로 만들고 수개월 간 테스트를 거쳐야 합니다. 확장할수록 비용은 늘어나며, 웨이모는 현재 연간 10억 달러 이상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경쟁 속도도 위협입니다. 오픈 AI의 Operator, Anthropic의 Claude Agent 등은 이미 실사용자를 대상으로 테스트에 돌입했지만, 구글의 Gemini 기반 에이전트는 아직 상용화 일정조차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술보다 복잡한 생태계를 설계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습니다.
규제 또한 걸림돌입니다. 유럽의 GDPR과 디지털시장법은 구글의 위치·행동 데이터 활용을 제한하고 있고, 일부 도시와 공공기관은 구글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있습니다. 구글이 도시 안으로 더 깊이 들어올수록 반작용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구글은 멈추지 않습니다. 이들이 설계하는 것은 자동차가 아니라 도시입니다. Mobility AI는 인프라를, 웨이모는 물리적 이동을, 제미나이는 인간의 인터페이스를 담당하며, 구글은 이 모든 요소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해가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티맵, 카카오맵, 네이버맵이라는 강력한 지도 플랫폼이 존재합니다. 티맵은 운전자 맞춤형 경로 안내와 실시간 교통 반응성에서 국내 최강이고, 네이버맵은 위치 기반 정보 검색과 통합 콘텐츠 연결성이 뛰어나며, 카카오맵은 정밀한 도보 내비게이션과 대중교통 최적화에 강점을 가집니다. 지도만 놓고 보면 한국은 구글맵 없이도 충분히 작동하는 몇 안 되는 국가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세 플랫폼이 차량, 클라우드, 정비, 보험, 도시 인프라와 연결되어 하나의 운영체제로 작동하고 있는가입니다.
자율주행의 핵심은 차량이 아니라 설계된 흐름입니다. 테슬라는 카메라 기반 데이터를 자체 클라우드에서 처리하며, OTA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 기능을 수시로 개선합니다. 웨이모는 도로 위 차량과 도시 신호 체계, 사용자 앱을 단일 플랫폼 안에 통합시켜 운영합니다. 반면 한국은 차량은 현대차가 만들고, 지도는 세 개의 민간 플랫폼이 나눠 갖고 있으며, 클라우드는 외부에 의존하고, 결제·보험·정비 등은 각각 다른 시스템으로 분산되어 있습니다. 구성요소는 있지만, 이를 하나의 구조로 엮을 수 있는 주체는 아직 없습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무엇을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입니다. 세 개의 지도 플랫폼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것이 차량의 기본 OS에 깊이 연동되지 않는다면 자율주행 생태계에서는 단순한 ‘데이터 공급자’로만 머물게 됩니다. 지도와 차량, 인프라, 서비스, 사용자의 흐름을 통합 설계할 수 있는 주체가 없다면, 기술은 곧 자산이 아니라 의존으로 바뀝니다. 모빌리티의 미래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구조 설계의 싸움입니다.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고, 지금은 조립이 아니라 구조를 고민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