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세포’ 구현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AI가 학습하고 모델링할 수 있을까?
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하사비스 대표는 인공지능이 자연을 완전히 이해하고 재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렉스 프리드먼의 팟캐스트에 출연한 그는 “자연의 모든 현상은 학습 가능한 패턴을 가진다”며, AI가 그 패턴을 모델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은 복잡하지만 무작위는 아니며, 인간이 아직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믿음이 그 출발점이다.
하사비스 대표는 이미 복잡한 문제들을 AI로 해결한 경험이 있다. AlphaGo는 바둑의 무한한 수를 통찰력으로 압축했고, AlphaFold는 단백질 구조 예측에서 과학자들의 수십 년 과제를 단숨에 해결했다. 그는 이런 사례들이 자연의 복잡성 안에도 규칙성이 존재한다는 증거라고 본다. 그래서 그는 이 개념을 ‘학습 가능한 자연 시스템(LNS)’이라고 부른다.
이 비전은 단지 이론이 아니다. 딥마인드가 최근 공개한 비디오 생성 AI ‘Veo 3’는 물리 법칙을 별도의 학습 없이도 스스로 터득했다. 물의 흐름, 유리의 투명함, 빛의 반사 같은 현상을 유튜브 영상만 보고도 재현해냈다. 마치 아이가 공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중력을 이해하듯, 관찰만으로도 세상의 원리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하사비스 대표의 커리어는 게임에서 시작됐다. 1990년대에 그는 Theme Park, Black & White 같은 혁신적인 게임을 만들며, 가상 세계에서 AI가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반응하는 실험을 이어갔다. 그는 앞으로 5~10년 안에,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세계가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오픈월드 게임이 등장할 것으로 본다. 그 공간은 오락을 넘어서, 인간의 상상력을 다시 깨우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창의성을 기술로 확장하려 한다. AlphaEvolve는 AI와 진화 알고리즘을 결합해, 프로그램이 스스로 발전하는 구조를 만든다. AlphaGo가 보여준 ‘37번째 수’처럼, 인간이 상상하지 못한 해법이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한다. 하사비스 대표는 AI가 기존 사고의 틀을 넘는 새로운 전략을 계속 만들어낼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 창의성은 ‘가상 세포’ 프로젝트에서도 중요한 열쇠가 된다. AlphaFold 3는 이제 단백질 하나가 아니라, 분자 간 상호작용 전체를 모델링한다. 목표는 효모 같은 단세포 생물을 컴퓨터 안에서 완전히 재현하는 것이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실험실보다 컴퓨터에서 먼저 실험이 가능해져 의학 연구 속도가 최대 100배까지 빨라질 수 있다.
하사비스 대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AGI, 즉 인간 수준의 일반 인공지능이다. 그는 2030년까지 AGI가 등장할 확률을 50%로 예상하며, 그 시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AGI는 단일 과제가 아니라 모든 인지 영역에서 일관된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새로운 과학 이론을 만들어내는 창의성까지 갖춰야 진정한 AGI라고 본다.
딥마인드는 이 경쟁에서 독특한 위치에 있다. 하사비스 대표는 단순한 모델 확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이제는 엔지니어링을 넘어선 과학적 탐구가 필요하며, 딥마인드의 연구 중심 전략이 그 차별점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AGI가 요구하는 막대한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핵융합과 차세대 배터리 기술도 함께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본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말한다. 경쟁과 갈등은 우리 안에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것이 게임이나 스포츠로 승화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의식을 ‘정보가 처리될 때의 느낌’이라 정의하고,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로 서로 다른 사고 방식을 체험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전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과 공감, 창의력 같은 인간성은 AGI 시대에도 고유한 가치로 남을 것이라고 믿는다.
결국 하사비스 대표는 AI의 위협보다, 인간이 멈춰 있을 때의 위험을 더 경계한다. 기술은 끊임없이 확장되는데, 인간만 과거의 사고방식에 머무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AI에 대체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AI와 함께 더 깊은 문제를 탐구하기 위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인간만이 지닌 통찰과 상상력을 끝까지 밀어붙이려는 의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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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Demis Hassabis: Future of AI, Simulating Reality, Physics and Video Games” from Lex Fridman Podcast #4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