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스로픽 CPO가 말하는 PM의 역량

90%의 자동화 시대, 남은 10%를 지키는 일

by 경영로스팅

“우리 코드의 90%는 AI가 작성한다.”


인스타그램 공동창업자이자 현재 Anthropic CPO인 마이크 크리거(Mike Krieger)는 개발의 자동화를 얘기한다. 기술이 코드를 쓰고, 인간은 점점 주변인이 되어가는 시대다. 그러나 진짜 질문은, 남은 10%에 인간의 무엇이 담겨야 하느냐다.

콩을 젓가락으로 집을 때, 마지막 1밀리미터의 떨림이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 AI가 대부분을 처리하는 시대에도, 그 미세한 구분을 감지하는 섬세함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Claude Code 팀은 AI가 2시간 만에 작성한 코드 중 약 30%를 사람이 다시 들여다본다고 한다. 이제 속도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깊이다. 기계는 정답을 찾지만, 사람은 공감을 만든다. 사용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감이다.

한국의 PM들에게 이 변화는 더 복잡한 도전으로 다가온다. 예를 들어, AI가 제안하는 다섯 가지 기능 중, 한국 사용자의 ‘정(情)’을 건드릴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한국인만의 눈치, 맥락, 비언어적 판단은 데이터에 담기지 않는다. PM은 그런 보이지 않는 것을 선별할 수 있어야 한다.

마이크 크리거가 말한 전환은 기술 진화를 넘어 일하는 철학에 대한 화두이다. 모바일 시대의 승자는 아름다운 인터페이스를 만든 팀이었지만, AI 시대의 승자는 맥락을 읽는 이들일 것이다. 카카오톡이 결국 성공한 이유도 기능이 아니라, 한국인의 대화를 이해한 통찰에 있었다.

그래서 PM의 역할도 달라질 것이다. 과거엔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전달자였다면, 이제는 AI가 던지는 수많은 가능성 중 본질을 고르는 ‘큐레이터’가 되어야 한다. 쿠팡이 AI 추천을 도입하면서도 사람의 판단을 중시한 이유는, 언제 AI를 믿고 언제 인간을 믿을지 아는 일이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 변화는 한국 조직에 양날의 검이 된다. 상명하달 문화에서는 “AI도 이렇게 말한다”는 말이 새로운 권위처럼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관점을 검토하는 문화는 오히려 AI의 오답을 더 잘 걸러낼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의 말이 아니라, 그 말을 듣는 이들의 ‘되묻는 질문’이다.

이제 ‘느림’이 전략이 되는 시대다. AI가 제시한 A/B 테스트 결과가 아무리 명확해도, 한 박자 쉬고 질문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놓친 부분은 없는가? 맥락에 맞는가? 토스가 AI 판단 이후에도 사람의 검토 단계를 남긴 것은, 기술에 대한 회의가 아니라 철학의 표현이다.

팀 차원에서도 실천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매주 ‘우리가 거부한 AI의 제안’에 대해 회고하는 시간을 가져보라. 거절의 이유를 돌아보는 과정이 팀의 판단력을 단단히 만든다. 또 한 번쯤은 AI 없이 오직 인간의 직감으로 문제를 풀어보는 실험도 필요하다. AI 네이티브에게 아날로그 훈련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AI 시대 가장 큰 위험은 기술에 대한 맹신이다. “AI 가라사대”라는 구호 속에서, 인간의 직관과 경험은 점점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그러나 네이버가 인터넷 시대에 거대한 구글과 경쟁할 수 있었던 진짜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한국인의 검색 습관을 읽어낸 섬세함에 있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기계는 계산하지만, 인간은 망설인다. 그리고 그 ‘망설임’ 속에서 진짜 판단이 생겨난다. PM이라는 직업은, 그 ‘망설임’을 끝까지 붙들 수 있는 사람들의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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