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누가 먼저 밀려날까?

신입사원 vs. 중간 경력자

by 경영로스팅

“AI는 과연 누구의 자리를 먼저 없앨까, 이제 막 들어온 신입일까, 아니면 오랜 경력을 쌓은 중간 관리자일까?”

뉴욕타임스의 최근 기사는 이 단순한 질문을 통해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새롭게 조명한다. AI가 누구를 밀어내는지에 따라, 조직 구조와 경력 설계 방향을 다시 고려해야 한다.

AI는 흔히 신입사원의 자리를 위협한다고 여겨진다. 경험이 부족하고, 업무 난이도가 낮은 직무일수록 기술로 대체되기 쉽다는 인식이 그 배경에 있다. 실제로 카네기멜론대 컴퓨터공학과의 2024년 졸업생 취업률은 85%로, 2년 전보다 약 10% 하락했다. 미국 전역에서도 컴퓨터공학 전공 졸업생의 취업률은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기사에 따르면 AI를 빠르게 도입한 기업들은 오히려 중간 경력직을 먼저 줄이고 있다. 주니어는 AI를 활용해 업무를 빠르게 익히고, 고위직은 전략과 관리에 집중한다. 반면, 그 사이에 놓인 중간 경력자는 점점 애매한 위치로 밀려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5년 상반기에만 15,000명 이상을 구조조정했다. 감원의 주요 대상은 중간 관리자와 경력직 개발자였다. 단순 업무는 자동화되고, 고난도 의사결정은 소수의 리더가 맡으면서 평균 수준의 숙련은 조직 안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2023년, 이탈리아 정부가 ChatGPT 사용을 일시 중단했을 때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건 중간 경력자였다. 캘리포니아 어바인대와 채프먼대 연구진은 이탈리아 개발자의 생산성이 프랑스·포르투갈 대비 크게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주니어는 기본 업무를 유지했지만, 중간 경력자는 코드 검토와 다국어 협업 등 핵심 기능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AI에 가장 많이 의존하고 있던 층은 바로 이들이었다.

법률 시장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발견된다. 미국의 한 특허 로펌은 최근 몇 년간 계약직 중견 변호사 수를 절반 가까이 줄였다. 과거에는 이들이 문서 초안을 작성하고, 시니어가 검토했다면, 이제는 초안을 AI로 주니어가 작성하고 시니어가 직접 다듬는다.

중간 관리자 역시 조직 안에서 빠르게 역할을 잃고 있다. 가트너의 2024년 CEO 설문조사에 따르면, 문서 작성과 일정 조율, 내부 보고 같은 정형 업무는 자동화 우선순위 1순위로 지목되었다. 보고와 승인이 줄어들면서, ‘중간’이라는 직책 자체가 점점 불필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장강명의 『먼저 온 미래』에 등장하는 바둑계의 변화와도 닮아 있다. AI는 초심자에게 수천 개의 기보를 제공하며 학습의 문턱을 낮췄고, 정상급 프로에게는 전략 실험의 도구가 되었다. 그러나 그 사이를 지탱하던 다수의 중간급 프로 기사들은 점점 무대에서 사라졌다.

만약 이 변화가 현실이라면, 앞으로 한국 기업은 어떤 선택 앞에 놓이게 될까?

당분간 한국 기업은 AI로 업무를 전환하면서도, 중간 경력자 재교육에 동시에 투자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그동안 재교육은 주로 고연차 직원을 대상으로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실제 조직이 가장 많이 고민하게 될 계층은, AI에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일정 수준의 책임을 맡고 있는 중간 경력자가 될 것이다.

AI가 인간의 상당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조직 내 역할 재편은 불가피해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경력자는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AI가 제시한 답을 검토하고 보완하는 보조자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반면, 고용 유연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신입 채용은 점차 줄 것이다.

2016년 알파고 등장 이후 바둑계는 지금의 고민을 지난 10여년간 먼저 겪었다. 특히 중간급 프로 기사들은 AI 앞에서 세 가지 선택을 해야 했다. 일부는 기존 방식을 고수하며 서서히 도태되었고, 많은 이들은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고 은퇴를 선택했다. 극소수의 젊은 기사들만이 AI를 학습 도구로 받아들여 빠르게 고수의 길에 올랐지만, 그런 선택은 누구에게나 가능하지 않았다.

우리에게도 세 가지 선택지가 남아 있기는 하다. 아직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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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ch Workers Will A.I. Hurt Most: The Young or the Experienced?” by New 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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