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최종 선정될까?
7월 22일, 과기정통부의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공모에 15개 컨소시엄이 몰렸다. 정부는 2027년까지 글로벌 모델의 95% 수준 이상 국산 모델 두 개 이상을 확보할 계획이다. 8월 중 최대 5개를 선정하고, 6개월 단위 평가를 거쳐 압축 지원한다. 성능 외에 공개 범위, 공공 활용성, 생태계 기여도가 함께 평가된다.
정부는 2027년까지 약 2,4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원금 규모는 크지 않지만,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사업이 AI 업계의 ‘슈퍼스타 K’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AI 개발 과정이 공개되면서, 기업은 기술력을 과시하고 인지도를 함께 높일 수 있다. 탈락과 선정의 구도 자체도 기획이 잘 이루어지면 투자자와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다. 중동과 동남아처럼 소버린 AI에 관심 있는 국가들에는 미중 외 대안을 제시하는 기회가 된다.
또한, AI 사업의 수익 모델이 아직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나 공공기관과의 계약은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방식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비정형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정부로부터 AI 경쟁력을 인정받게 되면, 팔런티어처럼 이후 관련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자연스럽게 열릴 것이다.
누가 최종 선정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지금까지의 기술력, 전략, 생태계 설계, 정책 부합성 등을 종합하면 대체로 윤곽은 예상된다.
- (1) LG AI연구원, (2) 네이버클라우드, (3) 업스테이지, (4) KT, (5) KAIST 컨소시엄이 상대적으로 앞설 가능성이 크다.
(1) LG AI연구원은 ‘엑사원 4.0’을 통해 멀티모달 추론, 수식 해석, 코드 처리 등에서 완성도 높은 기술을 보여주었다. 자체 클라우드와 결합된 구조는 기업 환경에 맞는 안정적인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강점을 가진다. LG AI연구원장 출신인 배경훈 박사가 과기정통부 장관에 임명된 것도 LG의 AI 경쟁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삼성이 참여하지 않은 것도 LG 선정에 유리해질 것이다.
(2) 네이버클라우드는 2021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자체 LLM인 하이퍼클로바를 공개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후 발표한 하이퍼클로바X는 멀티모달 기능을 강화하고 실사용에 최적화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검색, 광고, 번역 등 다양한 서비스에 적용해온 경험은 실전 활용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3) 업스테이지는 대기업 중심의 경쟁 속에서 가장 돋보이는 AI 모델 스타트업이다. 김성훈 대표는 홍콩과학기술대 교수와 네이버 Clova AI팀 리더를 지낸 후, 2020년 회사를 창업했다. 최근 공개된 ‘솔라 프로2’는 310억 파라미터 기준 글로벌 평가에서 GPT-4.1을 제치고 Top 10에 올랐다. 경량화, 한국어 특화, 오픈소스 공개 전략까지 정부 기준과 가장 잘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4) KT는 ‘믿:음 2.0’을 앞세워 의료·공공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융합형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솔트룩스, 경찰청, 고려대 의료원 등과 함께 신뢰성과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SK텔레콤이 산업 확장에 집중한다면, KT는 모델 독립성과 공공 적용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통신사 중에서도 정부 평가 기준과 가장 밀접한 전략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5) 마지막으로 주목할 곳은 KAIST다. KAIST는 학계에서 유일하게 단독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학술성과 공공성이 결합된 구조는 민간 기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대기업, 빅테크, 통신사, 스타트업이 고르게 선정된다면, 학계 대표로 KAIST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균형론에도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다.
이번 AI 사업은 한국 AI 생태계에 중요한 마일스톤이 될 것이다. 누가 어떤 기술을 얼마나 공개하고, 누구와 어떤 생태계를 구축하는지가 주목받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의 AI 경쟁력이 더 널리 알려지고, 투자자와 인재의 관심도 함께 끌어낼 수 있다.
물론 우려도 있다. 애플조차 자체 AI 모델 개발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대기업·스타트업·학계가 얽힌 콘소시엄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소버린 AI’가 결국 ‘버린 AI’로 전락할 수 있다는 냉소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는 것보다 시도하는 편이 낫다. 안 되는 이유는 언제나 넘쳐나지만, 되는 단 한 가지 이유를 끝까지 붙잡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실은 냉정하지만, AI 파운데이션 모델의 내재화는 미래 기술 경쟁에서 결정적인 열쇠가 된다. 지금 이 방향을 포기한다면, 더 이상 따라갈 기회조차 없을 수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우리는 정부 R&D 예산이 대폭 축소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AI 경쟁을 그저 부러운 눈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불과 몇 달 사이, 정부와 기업, 학계가 함께 움직이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이처럼 빠르게 전환하고 힘을 모을 수 있다는 점은 한국이 가진 분명한 강점이다.
갈 길은 멀지만, 중요한 건 이제 제대로 시작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