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AI G3가 되기 위해서는

더 날카로운 정부 정책 적용이 필요합니다.

by 경영로스팅

이성엽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장은 바이라인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AI 정책의 본질적인 약점을 짚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세 가지 방향성을 제안했다.
- (1) AI 생태계를 수평적으로 연결하고 산업 전환을 수직적으로 설계하는 ‘투트랙 전략’
- (2) 기준과 정의가 모호한 상태에서 ‘AI 기본법’의 규제 조항 시행을 유예할 것,
- (3) 그리고 정책을 조정하고 책임질 권한을 갖춘 부총리급 ‘AI 디지털혁신부’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성엽 교수는 정부가 방향 없이 투자만 반복하고, 부처는 제각각 움직이며, 기업은 규제를 의식해 관망하는 현재의 구조적 문제를 날카롭게 짚었다. 이전 행정부가 AI 개발의 골든타임을 놓친 상황에서, 이제 막 출범한 행정부가 그 격차를 메워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조언은 더욱 의미가 크다. 누가 책임지고 누가 결정할지를 분명히 하라는 이성엽 교수의 제안은 단호하면서도 사려 깊다.

(1) ‘투트랙 전략’은 수평과 수직을 동시에 다루는 제언이다. 수평 전략은 AI 기술, 인프라, 인재, 데이터, 윤리 등 생태계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작동해야 한다는 의미다. 수직 전략은 AI를 산업 현장에 적용해 비즈니스 모델과 생산성을 근본적으로 전환하자는 방향이다.
- 이성엽 교수는 스마트팩토리를 예로 들며 “공장이 스스로 기획, 설계, 생산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향은 명확하지만, 지금 중소기업에는 데이터도, 인력도, 여력도 없다. 전략을 말하려면, 현실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정부는 여전히 ‘구축’에 집착하고 있다. 데이터 댐, 반도체 클러스터, AI 허브 같은 사업은 말 그대로 기반만 깔고 끝난다. 그 안에서 무엇을 연결하고,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지에 대한 설계는 보이지 않는다. 이성엽 교수가 투트랙 전략을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AI는 단일 기술이 아니라, 정책과 산업을 다시 엮어야 하는 구조다. 이 구조가 빠지면, 아무리 많은 투자를 해도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2) AI기본법에 대한 비판은 더욱 본질적이다. 이성엽 교수는 “미국도 중국도 하지 않는 포괄적 AI 규제를, 한국이 EU보다 먼저 할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지금 논의 중인 법안은 고위험 AI라는 이름 아래 기술 전체를 잠재적 위협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정작 무엇이 고위험인지, 어떤 기술이 규제 대상인지 기준조차 없다. 이런 법은 규제가 아니라 위축이다.

이성엽 교수는 시행 유예를 제안했다. 그러나 이건 단순한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AI기본법은 방향 자체가 잘못됐다. 기술을 막는 법이 아니라, 책임을 묻는 법이어야 한다. 기술은 중립적이다. 누가, 어떻게, 어디에 쓰느냐가 위험을 결정한다.

“AI는 특정 산업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 영향을 준다”는 이성엽 교수의 말은 정확하다. 그렇다면 규제도 기술 단위가 아니라, 활용 맥락과 사회적 영향 범위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지금의 일괄적 규제 구조는 현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법이다. 위험을 분류하고,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고, 사전 영향 평가가 가능한 체계를 다시 짜야 한다.

(3) ‘AI 디지털혁신부’ 설치 제안도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다. 이성엽 교수는 “기획 예산, 규제 개혁, 정부 혁신 기능을 통합한 부총리급 조직”을 언급했다. 지금처럼 과기정통부는 연구개발만 하고, 기재부는 예산만 관리하고, 산업부는 방향만 잡고, 행안부는 기술만 테스트하는 방식으론 절대 안 된다. 정책은 누군가 중심에서 설계하고, 조정하고, 책임져야 작동한다.

문제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게 아니다. 컨트롤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이름만 바꾼 부처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이성엽 교수의 제안이 설득력 있는 이유는, 조직이 아니라 권력 구조를 바꾸자는 데 있다. 누가 결정하고, 누가 책임질지 정리하지 않으면 어떤 조직도 공회전만 할 뿐이다.

이성엽 교수는 기업의 투자 태도도 날카롭게 지적했다. “우리 기업들이 AI에 대한 전략과 의지가 있느냐”고 묻는 말은 뼈가 있다. 2025년 한국의 민간 AI 투자는 13.3억 달러로 세계 11위다. 같은 해 미국과 중국은 각각 500억 달러를 넘겼다. 돈이 없는 게 아니라, 확신이 없는 것이다. 기업이 움직이지 않는 건 환경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이성엽 교수는 ’책임‘을 강조한다. 전략, 구조, 조직, 법, 기업 모두가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지를 따져 묻고 있다. 그 물음에 지금 행정부는 답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

미중 AI 패권 경쟁 사이에서 한국이 설 자리는 명확하지 않다. 한국이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지금 필요한 건 말이 아니라 실행이고, 구조가 아니라 권한이며, 전략이 아니라 책임이다.

AI G3의 위상이 쉽게 얻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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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 교수 인터뷰 (바이라인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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