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는 AI만의 특이한 말버릇입니다.
앞선 글에서 다룬 번역투, 형용사, 접속사, 문장 길이. 눈에 보이니까 지우면 됩니다. 다섯 번째부터는 다릅니다. 문장 속에, 단락 속에 숨어듭니다.
AI가 제일 좋아하는 게 있습니다.
이야기를 하다가 마지막 문장을 명언처럼 묶는 겁니다. "진짜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게 아니라 두려움 속에서 한 발을 떼는 것이다." 달력에 넣으면 어울립니다. 글에 넣으면 가짜입니다. 한 번은 괜찮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단락 끝에도 비슷한 게 나옵니다. 세 번째에도 나옵니다. 그쯤 되면 감이 옵니다. "이거 공식이네." 그 감이 오면 글 전체가 흔들립니다.
위로도 비슷합니다. "오늘 하루도 버텨낸 당신은 이미 충분히 대단한 사람이다." SNS에서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누구한테나 맞고 누구한테도 안 꽂힙니다. 그 사람이 왜 지쳤는지, 어젯밤 몇 시에 잤는지, 아이가 새벽에 깨서인지 상사 때문인지. 모르면 위로가 아니라 구호입니다. 진짜 위로를 받아본 사람은 압니다. 그게 "야, 밥은 먹었어?" 한마디였다는 걸.
자기주장을 안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리하자면", "주목할 점은." 방금 한 얘기를 또 정리합니다. 어미도 마찬가지입니다. "~할 필요가 있다",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라고 할 수 있다." 다 돌려 말하는 겁니다. "~이다"로 끝내면 되는 걸 에둘러 감쌉니다. 누가 봐도 의견인데 의견이 아닌 척합니다. 회의실에서 사람이 이러면 한마디 듣습니다. "그래서 네 생각은 뭔데?"
짧은 말을 늘리는 버릇도 있습니다. "여기서"를 "이 지점에서"로 바꿉니다. "그래서"를 "이로 인해"로 바꿉니다. "마음"을 "심리적 기제"로 키웁니다. "중요하다"를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로 부풀리고, "왜 그런지"를 "이유에 대한 고찰"로 포장합니다. 여섯 글자면 될 말을 열여섯 글자로 늘립니다. 뜻이 더 생기냐. 안 생깁니다. 그런데 이런 문장이 들어가면 글이 있어 보입니다. 그래서 더 위험합니다.
앞선 글의 네 가지까지 합치면 여덟 개입니다. 이것만 걸러도 AI 냄새는 대부분 잡힙니다.
근데 여덟 개를 다 걸러도 남는 게 있습니다.
AI가 절대 못 쓰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