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경제 - 커밍아웃한 동성애 리더, 조직경쟁력에 긍정 효과
[본 글은 제가 2015년 10월 30일자 동아일보에 기고했던 글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수 많은 선행연구들은 조직 내부의 Diversity가 조직의 생산성에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다준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국적과 인종, 성별과 나이, 상이한 교육 수준과 업무태도 등이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여 차이를 비교하고 조정해 나가는 과정에서, 조직은 급변하는 사회에 더 잘 적응해 나갈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업 조직의 경우, 다양성의 요소들은 기업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성적 지향성(sexual orientation)’이라는 다양성 요소와 이에 따른 리더십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분야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행되어 오고 있다. 여기서 의미하는 성적 지향성(sexual orientation)은 동성애 및 양성애를 포함한 다양한 성적인 성향을 의미하며, 이와 관련된 그동안의 선행연구는 주로 직장 내 커밍아웃(disclosure) 및 동성애 혐오증(homophobia)으로 인해 직∙간접적인 희생되는 비용들을 다루어 왔다. 이에 캐나다 University of Guelph 연구진은 상대적으로 연구가 미진했던, 성적 지향성과 리더십의 관계에 대해 조명하고자 하나의 흥미로운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과연 동성애자 리더들이 지니고 있는 성적 지향성이 조직 내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에 있어 영향을 미치는지, 만일 영향을 미친다면 그들이 이를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해당 연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논문의 제목은 'The perceived impact of sexual orientation on the ability of queer leaders to relate to followers' 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연구진은, Ancona(2005)가 제시한 리더십 역량 중 하나인 ‘조직 내 관계 구축’ 역량을 중심으로 하여, 리더들의 성적 지향성이 부하들(followers)을 리드하는 데 있어 어떠한 역할과 작용을 하는지를 밝히고자 하였다.
[해당 연구는 무엇을 발견했나?]
해당 연구는 캐나다 정부조직 및 비영리기관에서 근무하고 있으면서, 조직에서 이미 커밍아웃을 한 동성애자(팀) 리더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연구진은 구전을 통해 소개받은 총 18명 (남성 10명, 여성 8명)의 동성애자 리더들을 대상으로 반구조화된 면담을 통해,‘조직 내 관계 구축’이라는 맥락 안에서의 그들의 경험과 의미를 고찰하였다. 연구진은 Ancona(2005)가 제시한 ‘조직 내 관계 구축’ 역량의 3가지 영역, 즉, ‘협력적 관계 유지’, ‘이해와 배려’, ‘영향력 행사’ 영역을 중심으로 하여 응답자들의 직접적인 경험을 종합하여 고찰하였다. 총 18명의 동성애자 리더들을 면담한 결과, ‘협조적 관계’와 ‘이해와 배려’ 영역에서는 응답자의 대부분이 조직 내에서 커밍아웃을 한 이후 대체로 긍정적인 경험과 이로부터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응답자는 성적 지향성에 대한 공개로 인해 그 자체로써 리더로서의 개방성과 정직성을 알리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이야기했으며, 또 다른 응답자는 주위 동료들과 부하들이 조직의 특정 아젠다와 관련한 다양한 시각과 견해들을 늘 본인으로부터 기대하고 있다고 이야기하였다. 대체적으로 동성애자 리더들과 업무적인 관련을 맺고 있는 부하들은, 리더로서의 능력을 유지하면서 현재 본인의 삶을 즐기고 있는 동성애자 리더들을 이해하고, 또한 그들로부터 새로운 관점과 다양성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었다. ‘영향력 행사’ 영역은 응답자들이 가장 긍정적으로 의미를 부여한 동시에, 또한 가장 부정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 영역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한 명은, 커밍아웃 이후 부하들의 의견을 대신하여 본인 스스로가 조직에 목소리를 내려는 강한 의지가 생겼으며, 또 다른 긍정적인 경험을 공유한 응답자는 커밍아웃 이후 상대방의 의견을 옹호하고 지지하려는 도덕적 의무감이 생겼다고 이야기하였다. 하지만 일부 응답자는 조직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리더로서 본인이 직접 목소리를 내기에는 몹시 위축이 되고 꺼려진다고 이야기하였다. 이는 응답자 스스로가 동성애자로서 이미 조직 내 하나의 ‘다양성’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조직 변화를 위한 목소리에는 자신이 오히려 작아지게 되는 역효과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연구를 전반적으로 종합해 본 결과, 동성애자 리더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적 지향성을 그대로 조직에 표출함으로써, 리더로서의 역할 수행이 긍정적으로 강화됨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얻어야 하는 교훈은 무엇인가?]
우리가 오늘날 살아가고 있는 현대사회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급변하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보편적인 사회적 가치 역시 이러한 변화의 물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얼마 전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동성결혼에 대해 합헌이라는 역사적인 결정을 내렸다. 또한 애플 CEO인 팀쿡은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자랑스럽게 밝혀 커밍아웃한 게이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재계 인사가 됐다. 덕분에 애플은 소수의 인권도 존중하는 개방적인 문화의 열린 기업이라는 무형적 자산까지 얻게 되었다. 이처럼 조직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의 젠더이슈를 넘어서 다양한 국적과 인종, 아울러 본 연구에서 다루었던 성적 지향성까지 아우르는‘다양성(Diversity)’을 포용해야 한다. 비슷한 사고방식과 성장배경을 가진 사람들끼리 머리를 맞대면 새로운 차원의 관점과 혁신적인 인사이트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의 생존을 위한 새로운 인사이트와 혁신은 다양성과 개방성, 유연성을 존중하는 조직문화와 시스템의 구축으로부터 시작된다. 유교적인 가치관을 바탕으로 오늘날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조직에 본 연구결과를 곧바로 반영하기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조직문화 구축의 핵심주체로서의 리더들이 다양성 용인을 위한 현장의 변화를 주도해야 할 것이다. 요리(Cuisine)의 역사는 새로운 재료(Ingredient)의 첨가 없이는 발전해 올 수 없었음을 우리는 다시 한번 주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