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나는 리더십을 주목하라
리더십은 조직의 목표와 구성원들의 행동을 연결시켜 주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조직은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이해관계를 매개로 하여 이루어진 하나의 단체이기 때문에, 이들의 협업적 활동과 원만한 상호작용 없이는 조직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리더십의 적절한 활용은 윤활유 역할을 해 주며 구성원들의 조직행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 사회는 내재되어 있는 사회문화적 가치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위기와 기회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속성을 지니고 있기에 기존 전통적 리더십 이론의 재검토와 함께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러한 복잡다단하게 변화하고 있는 현대 사회의 흐름 속에서 과연 오늘날 적합한 리더십의 형태는 과연 무엇일까? 간단한 질문처럼 들릴 수 있지만 쉽사리 답하기 어려운 이 질문에, 미국 캘리포니아 Woodbury University의 Marques 교수는 최근 변화된 리더십의 지형을 파악해보고자 2005년부터 2014년까지의 리더십과 관련된 논문 및 심층 인터뷰 자료 72건을 분석하여 오늘날 현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적용 가능한 9종류의 ‘Workable leadership style’을 각각 분류하여 기술하였다.
사회문화적 흐름에 따라 유행하는 옷의 스타일도 바뀌어가듯, 효율적 리더십 역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천해 오기 마련이다. Marques 교수는 오늘날 현실 세계에서 적용 가능한 총 9가지 유형의 리더십을 크게 ‘이전까지 경험해 온 리더십 유형 (Seasoned style)' 5가지와 ‘최근 대두되고 있는 리더십 유형(Recent style)’ 4가지로 재분류하여 연구결과를 제시하였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금까지 우리가 충분히 경험해 왔던 리더십은 거래적 리더십(Transactional leadership), 상황적 리더십(Situational leadership), 팀 리더십(Team leadership), 봉사적 리더십(Servant leadership), 그리고 변혁적 리더십(Transformation leadership)으로 구분된다.
한편 Marques 교수는 최근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리더십을 다음 4가지 유형으로 제시하였는데. 첫째는 진성 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을 꼽을 수 있다. 진성 리더십은 리더가 언제나 부하들에게 정정당당하고 도덕적으로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 자기 자신을 털어도 먼지 하나 없는 처신을 강조한다. 작금의 시대적 요구에 따라 조직윤리와 기업윤리를 도외시하는 리더는 구성원들의 신뢰를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도덕적 흠은 리더십 영향력에 엄청난 상처를 입히게 되어 조직성과 창출에 장애물로 작용한다. 두 번째 유형은 공감 리더십(Empathetic leadership)이다. 이는 부하의 업무영역과 조직행동에 대한 리더의 ‘역지사지’를 부각하는 리더십이다. 이것이 주목받는 이유는 부하들이 기본적으로 조직에서의 본인의 역할과 존재감을 리더에게 알리고 공감해 주길 원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리더가 무엇보다 작업 현장에서 부하들과 함께 경험해보고 소통하려는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된다. 깨어있는 리더십(Awakened leadership) 역시 최근 그 중요성이 부각되는 유형이다. 깨어있는 리더십은 리더의 지속적인 자아성찰을 전제로 하여, 각성(wakefulness)을 통한 새로운 교훈의 습득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리더는 유연한 자세로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현실 상황에 맞추어 본인이 습득한 교훈을 현장에 적용하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만 한다. Marques 교수가 강조한 마지막 리더십은 공명 리더십(Resonant leadership)이다. 공명 리더십은 리더가 보유하고 있는 정서적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을 조직 구성원들에게 십분 활용하여 그들의 자발적 반향(Resonance)과 영감(Inspiration)을 불러일으켜 내적 모티베이션 수준을 높인다. 또한 구성원 개개인의 성과향상을 위해 그들의 감성적 부분을 어루만지고, 어려움과 기쁨을 함께 공명하며 이를 통해 리더가 가고자 하는 방향대로 이끈다. 재빠른 상황판단에 따른 영민한 정서적 접근. Marques 교수는 공명 리더십이 앞서 제시한 몇 가지 리더십 유형들 대부분이 총체적으로 녹아져 있는 리더십 유형이기에 특히 주목할 것을 제안하였다.
리더는 직면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 상황에서 가장 알맞은 방향을 조직 구성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 리더십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목표 달성에 자발적으로 노력하도록 이끌어가는 행위이자 과정이다. 리더가 누가 되고 또 어떤 리더십을 행사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명운이 좌우되듯, 훌륭한 리더를 둔 조직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축복이고 행운이다. 본 논문을 통해 Marques 교수는 상술한 4가지 리더십 유형들로부터 하나의 공통된 화두를 우리에게 던겨주었다. 효율적 리더십은 시대에 따라 변천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시대를 거슬러도 여전히 유효한 리더십은 바로 자발적 성과창출을 위한 인간관계 중심(Relationship based)의 리더십이라는 것이다.
얼마 전 대한민국 교수 900여 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015년 한 해를 정리하고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혼용무도’가 선정되었다. 군주의 어리석고 무능함을 가리키는 ‘혼용’과,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는다는 ‘무도’를 합한 표현으로 교수들은 지난 한 해 사회∙정치적 관점에서 대한민국을 되돌아보며 이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국가를 하나의 공동운명체적 조직으로 본다면, 국가를 이끌어가는 리더들이 그들의 무능함과 비도덕적 행실로 인해 조직 구성원(국민)들로부터 F 고과를 받은 것과 진배없다. 학문적 논의를 떠나, 본 연구결과에서 강조했던 ‘도덕성’, ‘역지사지’, ‘자아성찰’, 그리고 ‘정서적 이해와 감성적 접근’을 통한 사람 냄새 나는 리더십을 되돌아 봐야하는 대목이다.
본 글은 제가 2016년 2월 19일자 동아일보에 기고했던 글을 재편집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