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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den Kim Nov 23. 2016

겸손한 리더의 9가지 행동특성

“성공 비결은 구성원들의 땀”, 겸손한 리더가 조직을 바꾼다.

본 글은 제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016년 11월호에 기고한 원고를 재편집한 글입니다.

무엇을 왜 연구했나?

리더의 겸손함은 조직 구성원들의 심적 영역을 자극한다. 자신이 가진 권한과 힘을 상대방에게 내세우지 않음으로써 자발적 섬김을 유도하는 속성을 내포한다. 

‘겸손’(humility)의 사전적 의미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라 정의한다. 그러나 이를 영영사전에서 찾아보면 ‘자신의 중요성을 낮춰 보는 것’으로 조금은 다르게 표현한다. 

서구에서 이야기하는 겸손함과 아시아에서 이야기하는 겸손함은 이질적인 것인가? 리더의 겸손함과 관련된 실증연구는 학계에서 더디게 진행되어 왔다. 더욱이, 아시아적 가치와 맥락에 부합하는 리더의 겸손함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우리의 흥미를 충분히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주제이지만, 이에 따른 과학적 연구와 시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러한 학계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이탈리아, 싱가포르, 미국 대학 교수 5인으로 이루어진 연구진은 아시아의 melting pot이라고 불리는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리더의 겸손함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를 위해 서비스업, 제조업, 정부부처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여러 직급과 인종으로 이루어진 싱가포르 직장인 총 25명을 대상으로 반구조화 인터뷰를 진행하였고, 코딩 작업을 통해 전사된 대화 내용을 분석,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도출하였다.


무엇을 발견했나?

싱가포리언들은 리더의 겸손함을 어떻게 정의할까? 싱가포리언들은 겸손한 리더가 보이는 행동 특성들을 다음과 같은 9가지로 분류하여 이야기하였다. 첫째, 명확한 자아인식이다. 내가 무엇에 강점이 있고, 무엇에 취약한지 분명히 알고 있으며 자신의 한계점을 숨기지 않고 인정한다. 둘째, 조직 구성원들 공로에 대한 적극적 인정이다. 구성원들이 이룩한 성과에 대해 그때그때 적합한 칭찬과 보상 행위를 보여줌으로써 구성원들의 자부심을 치켜세워준다. 셋째, 자기성장을 위한 학습능력이다. 겸손한 리더는 조직 구성원들로부터 들려오는 본인에 대한 피드백을 부정적이거나 감정적으로 듣지 않는다. 부하직원들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겸허히 귀담아듣고 수용하며 자신의 발전을 위한 계기로 삼는다. 넷째, 직접 행동을 통해 보여주는 솔선수범이다. 회의록 작성과 같은 조직 내의 소소한 일들을 리더 본인이 꺼리지 않고 직접적으로 실천하고 보여줌으로써 ‘hands-on’ 리더가 되는 것을 자임한다. 다섯째, 조직 성과의 공을 조직 구성원들에게 돌린다. 조직의 성공 원인을 자신의 걸출한 리더십 능력에서 찾기보다는, 조직 구성원들의 땀과 노력의 덕으로 그 공을 돌린다. 여섯째, 조직의 목적 달성을 위한 희생적인 협업 자세이다. 겸손한 리더는 조직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자신의 개인적 희생을 마다하지 않으며 조직 구성원들과 효율적 협업을 한다. 마치 수백 명을 책임지는 여객선 선장과 같이, 마지막까지 남아 모든 업무를 돌보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진다. 일곱째, 공감 능력이다. 조직 구성원이 현재 어떠한 문제에 맞닥뜨리고 있는지, 그리고 왜 그러한 입장에 처하게 되었는지 정서적 유대와 인간적 유대관계를 통해 당면한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고 한다. 겸손한 리더는 높은 IQ보다 높은 EQ(감성지수)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여덟째, 상호 존중과 공명정대함이다. 차별 없이 공정한 기준에 의해 모든 조직 구성원들을 대하며, 그 기저에 존중하는 태도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겸손한 리더로 인정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겸손한 리더는 조직 구성원들 개인의 발전을 위한 멘토링과 코칭을 실천한다. 그들의 미래 성장 목표를 파악하여, 그에 준하는 업무 재량을 위임하는 임파워먼트를 통해 조직을 리드하는 양상을 보인다. 조직 내 상하관계의 지위를 이용한 조직 관리 방식은 지양한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를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 짐 콜린스는 비길데 없는 겸손함과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후계자들이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하는 것을 최고의 리더십으로 보았다. 이는 아시아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연구한 본 연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비록 그 양상은 상이하게 나타날지 몰라도, 겸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 인간사의 필수 덕목으로 자리 잡았다는 방증일 것이다. 사실 겸손을 뜻하는 영어 ‘humility’와 굴욕을 뜻하는 영어 ‘humiliation’은 모두 라틴어 ‘humilitas’에서 공통적으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다. 어원은 같지만 오늘날 둘의 쓰임새는 제법 명확하다. 

자발적으로 본인의 위상을 낮추며 늘 낮은 자세로 임하면 겸손하다는 평을, 그렇지 않고 본인의 위치와 위상을 망각한 채 낮은 자세로부터 달아나려고 하면 결국 굴욕과 함께 타인에 의해 ‘낮아짐’을 경험하게 된다. 

어느 조직에나 리더들에게는 효율적 관리를 위한 일정한 power(권력)이 부여된다. 

만일 리더가 겸손함을 갖추지 못한 채 권력을 행사하게 되면 결국 돌아오는 건 조직 구성원들의 낮은 지지와 따가운 눈총이 될 것이며, 이에 따른 수치스러움과 모욕감은 고스란히 리더의 몫이 된다. 

“Power is dangerous unless you have humility”라는 금언을 우리는 한번 더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겸손함이 결여된 권력은 조직 운영에 해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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