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가 행정력으로 해내지 못한 일들을 해낸 그들
본 글은 2018년 10월 15일자 홍콩 Asia Times 오피니언 섹션에 실린 제 칼럼 <Very different ‘heroes’: Samsung Galaxy and boy band BTS>을 번역한 글입니다.
“지금 국민들이 사법부를 뭐라고 부르는지 아십니까? 방탄소년단이 들으면 아주 기분 나쁠 텐데, 방탄판사단이라고 부른답니다.” 이 발언은 며칠 전, 한국 국회의 국정감사장에서 나온 어느 국회의원의 발언이다. 정치권에서까지 회자될 정도로, 이제 방탄소년단는 한국 사회의 영역을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대상이 되었다. 아니 오히려, 한국을 넘어 아시아로,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 그리고 UN까지 진출하여 전 세계 언론들의 조명을 받고 있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한국의 ‘그것’은 방탄소년단뿐이 아니다. 스마트폰에서는 삼성 갤럭시가 일찍이 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을 해 오고 있다. 삼성 역시 한국의 정치권에서 자주 언급되는 대상이며, 방탄소년단과 삼성이 한국의 국가 브랜드와 경제에 기여하는 바는 의심의 여지없이 매우 크다. 필자 역시 한국인으로서 싱가포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한국이 방탄소년단과 삼성을 배출했다는 사실에 스스로 감사를 표하곤 했다. 그 두 주인공 덕분에, 한국의 위상이 상당히 올라간 것을 체감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방탄소년단은 그동안 삼성 갤럭시가 채우지 못한 곳간을 상당 부분 메워주고 있다.
무엇보다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 젊은이들의 의식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들은 단순히 노래와 춤을 선사하는 것을 넘어, 노래의 가사를 지구적 메시지로 전파하고 있다. 지난 9월 24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그들이 전달했던 7분 연설은,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긍정적 삶의 방식을 취하도록 주문한 자아성찰적 명문으로 평가된다. 한 때 한국의 싸이가 ‘강남 스타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적은 있으나, 그것은 주로 춤과 퍼포먼스에만 초점이 맞추어졌던 열풍이었다. 따라서 방탄소년단의 발언과 생각들을 놓치지 않고 ‘숭배’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는, 방탄소년단이 하나의 롤모델로서 그들에게 긍정적인 꿈과 비전을 심어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방탄소년단이 한국어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는 점 또한 싸이와 삼성의 갤럭시가 이전에는 채우지 못한 빈자리였다. 최근 1년 사이, 필자에게 한국어로 대화를 시도하려는 학생들이 급격히 늘었다. 그들은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한국어를 배웠다고 한다. 오로지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에 한국어 자막을 입히기 위해, 젊은이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현상도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한국어의 놀라운 ‘사회적 지위’ 향상이다. 한 국가의 언어를 습득한다는 것은, 그 나라의 역사, 문화, 사회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렇듯, 방탄소년단은 그 또래들의 성장의 고민과 성찰이 담긴 가사와 사회적 메시지를 통해, 전 세계 젊은이들의 의식을 형성하며 그들을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한국어의 세계화에도 대단히 큰 공헌을 하면서, 지금까지 한국의 국가 행정력으로 해내지 못한 일들을 해오고 있다. ‘Next Generation Leader’라는 호칭과 함께, 10월 22일자 TIME지의 표지를 장식할 정도이다. 따라서 제조업을 통한 단기적인 경제 이득의 틀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국가의 브랜드와 가치를 향상시키려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게 방탄소년단의 발자취는 하나의 교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것은 국가의 개입과 지원이 아닌, 온전히 민간부문의 노력에 의해 국가의 소프트 파워가 증진되는 매우 의미 있는 사례이다.
부모님의 가정교육보다, 필자가 강의실에서 전달하는 인생의 조언보다, 그리고 국가가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계몽적 메시지보다, 그들은 방탄소년단의 메시지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또래끼리 소셜미디어에 공유할 것이다. 최근 방탄소년단은 내년 1월 싱가포르에서의 공연 일정을 확정 지었다. 필자의 학생들을 포함한 이 곳 싱가포르의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방탄소년단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몹시 궁금해지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