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ki - 별 마을 역에서(星街の駅で, tuki)
끝을 분명히 알고서 시작하게 되는 관계가 있다. 그 끝은 막연히 멀게만 느껴진다.
그렇기에 우리는 오늘의 즐거움과 소소한 행복에 기대어 별다른 생각 없이 시간을 흘려보낸다.
때로는 조금 소홀해지기도 하고, 사소한 일에 짜증을 내기도 하면서.
좀 이따 하면 되지, 내일 해 주면 되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면서, 그러면서도 이 시간이 오래갈 것이라고,
적어도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당연한 듯 믿으며 지낸다.
나에게는 반려견과의 생활이 그랬다.
평균 수명을 따져보면 반려견은 거의 틀림없이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다. 어느 쪽도 슬픈 일이지만, 그 반대의 일은 일반적으로 잘 일어나지 않으니까.
애완동물의 개념으로 시작된 삶은, 매일 사람 손을 타며 자라 어느 순간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는 존재가 되고, 붙여준 이름을 자기 이름이라 알아듣고 반응하게 되는 그 순간, 애완동물은 더 이상 ‘동물’이 아니라 진짜 ‘가족’이 된다.
음식물을 먹다가 흘리면 강아지가 먹지 못하게 얼른 치운다던가, 초인종 소리가 울리면 흥분하는 강아지를 얼른 안아서 달랜다던가, 꼭 새벽 4~5시쯤에 나가자고 보채는 통에 그 시간이면 저절로 눈이 떠져 가볍게 배변활동을 위한 산책을 나간다던가 하는.
일상 속으로 불쑥 끼어든 비일상이 곧 아무렇지 않은 일상이 되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내일은 뭐 하지? 다음 계절에는 뭘 할까, 간식 다 먹었네 또 왕창 사 와야겠다.
우리는 당연하게 이어질 거라 여겨지는 내일을 준비하며 살아갔다.
그러나,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 끝은 예고도 없이 찾아와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한다.
가족이자 친구였으며, 연인이자 버팀목 이었던 영원한 나의 어린 강아지,
내가 가장 초라하고 볼품없던 시기에 내 세상에 불쑥 찾아와 무한한 힘을 주었던 그 반짝이는 작은 손님은
왔을 때만큼이나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잔잔하게 행복하던 생활에 갑자기 찾아온 상실은 순식간에 나의 일상을 뒤흔들어 놓았다.
불쑥 떠오르는 특별한 추억들만큼이나 나를 괴롭게 했던 건, 일상 곳곳에 스며든 우리의 흔적들이었다.
이미 습관이 되어 몸이 먼저 기억하는 매일 속에서, 너무나도 크게 뚫려버린 빈자리는 좀처럼 메워지지 않았다.
밥을 먹다 바닥에 음식을 흘렸을 때, 초인종이 울릴 때, 알람 없이도 자연스레 눈이 떠지는 그 시간에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
그리고 곧이어, 갈 곳을 잃은 나의 움직임을 깨닫는 순간, 그 빈자리는 더욱 크게 벌어질 뿐이었다.
도저히 예전처럼 지낼 수가 없었다.
직장에서처럼 어쩔 수 없이 사람을 만나야 하는 상황을 제외하면, 사람을 만나는 일 자체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출퇴근 이외의 활동을 한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 벅찼다. 아마 생활에 여유가 있었으면 직장도 그만뒀을 테니까.
진심으로 사랑해 마지않았던 존재를 한 순간에 잃는다는 것이 감당하기 힘든 슬픔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폭력적이고 무자비하게 일상을 뒤흔들어 놓을 줄은 상상도 못 했었다.
앨범에는 함께 한 추억을 기록한 수천수만 장의 사진과 동영상이 있지만 차마 볼 수가 없었다.
따뜻한 햇살 향기로 가득했던 추억들은, 행복했던 만큼 차가워져 감정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 기억들을 마주하는 게 너무 힘이 들었다.
그래서 묻어두기로 했다.
하루가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이 한 달이 되고.
이미 몇 번의 계절이 바뀌었지만, 나는 그 시간에서 무기력에 잠식돼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한 채 멈춰 서 있었다.
분명 시간이 약이라 했는데..
매일같이 간헐적으로 터져 나오던 눈물은 어느 정도 감출 수 있게 되었고. 멍 하니 있다가 시간이 훅 지나가버리는 일도 점차 잦아들게 되었다. 하여 괜찮아졌나 싶다가도 이따금씩 자연재해처럼 밀려오는 그리움과 죄책감에 무너져 내리기가 몇 번이나 반복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고장이 났다는 표현은 아마 이럴 때 쓰는 걸 지도)
누구도 명쾌한 해답을 내려주기 힘든,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깊은 침체 속에서, 뜻밖의 위로를 받은 것은 우연히, 정말 우연히 듣게 된 한 일본 싱어송라이터의 노래 한 곡이었다.
離れてても過ごしたあの時間は
하나레테테모 스고시타 아노 지칸와
떨어져 있어도 함께 보낸 그 시간은
嘘じゃないと分かってる
우소쟈나이토 와캇테루
거짓이 아니란걸 알아
悲しまないでいて前を見て
카나시마 나이데이테 마에오 미테
슬퍼하지마. 앞을 바라봐
振り返らないで 僕が泣いている
후리카에라나이데 보쿠가 나이테이루
돌아보지마, 내가 울고있다는 것
わけなんて 知らないで笑って
와케난테 시라나이데 와랏테
따위는 모른채로 웃어줘
待ち合わせは星街の駅で
마치아와세와 호시마치노 에키데
만나는 것은 별 마을 역에서,
いつか会える日まで
이츠카 아에루히마데
언젠가 만나는 날까지
그 누가 하는 어느 말도 위로가 되지 않던 나에게, 이 몇 줄의 가사가 이상하리만큼 강하게 나를 붙잡아 세웠다.
문득 지금의 상황이 반대가 되었을 때를 생각 해 보게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부재로 인해 무너지고 괴로워하며 마땅히 행복했어야 할 시간들을 고통 속에서 보낸다고 생각하면 그건 정말 악몽이 따로 없을 것이다.
특별할 것 없는 가사에 꾸밈없는 목소리가 노래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묻어두었던 지난 모든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도, 지금도 나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함께 했던 추억이라는 것을 마주할 수 있었다.
분명히 존재했었던 그 추억들이 슬픔으로 남게 해서는 안된다.
그것을 어떻게 기억할지는, 결국 내가 결정해야 할 몫이었다.
노래라는 건 참 신기하다.
같은 곡을 듣더라도(그것이 뻔한 이야기에 진부한 가사를 담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듣는 시기와 처한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노래처럼 다가오기도 하고,
가사가 품은 의미가 각자의 마음속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비단 노래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책, 영화, 만화, 노래 등 전달 매체는 다를지언정 모두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어떤 이야기들은, 사람을 저마다의 위기에서 구하기도 한다.
(나는 이게 "이야기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잃는 상실의 아픔은 앞으로도 반드시 다시 찾아올 것이다.
그때마다 슬퍼하고 싶은 만큼 슬퍼하고, 울고 싶은 만큼 울고, 기억하고 또 추억하면서
한편에 조심스레 묻어 둔 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다시 눈물이 난다면 울면 되고, 마음이 가라앉는다면 억지로 떠오르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저 그 상태 그대로 있다가, 내키는 순간 다시 움직이면 된다.
속이 쓰리고 후회가 밀려오더라도, 지나간 파도에서 배운 것들로
다음에 찾아올 물살을 견뎌낼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
간혹 다시 찾아온 무력감에 걸음이 느려질지언정, 멈춰 서진 않을 수 있도록.
나의 이 짧은 이야기가,
비슷한 이유로 감당하기 버거운 시간을 살아내고 있는 누군가에게 우연히 닿아 다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작은 불씨가 되었으면 좋겠다.
思い出なんて厄介なものを
오모이데난테 얏카이나 모노오
추억같이 성가신 것들을
抱えてまでどこに行きたいの
카카에테마데 도코니 이키타이노
안고서 어디에 가고 싶은거야.
たどり着く場所は同じだと
타도리츠쿠 바쇼와 오나지다토
결국 도착할 장소는 같을거라고
信じているから
신지테이루카라
믿고있으니까
출처 : @tuki.music_official• 유튜브
두부야 사랑해 우리 꼭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