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하려 나서는 기분에 관해 쓰려했는데, 내가 살면서 열심히 했던 일이 몇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뭔가를 하겠다고 나섰을 때 늘 성공하란 법은 없다. 그렇지만 우리 인생의 가장 당연한 법칙 중 하나는 뭔가 하려 들지 않으면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을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더 활기찬 시간을 보냈을 것 같아 조금 후회하는 중이다.
나는 대체로 집에서 숨어 책만 보던 집순이라, 뭔가 해내야겠다는 생각을 피해서 조용히 살았다. 그렇지만 그 사이에도 어쩔 수 없이, 혹은 그래야만 해서 했던 일들이 나를 만들어 준 것 같아 지난 기억 속에 몇몇 남아 있다.
마음을 다잡고 뭔가 하려고 나섰던 일 중 가장 오래된 기억은 악기를 다시 불기 시작한 일이었다. 십 년 전의 일인데, 나는 그때 열일곱 살이었다. 퇴원을 하고 집에 돌아오니 할 일이 없어서 심심해서 미쳐버릴 뻔했다. 그래서 머릿속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전공 악기를 붙잡고 소리를 조금씩 내보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한 연습이 하루에 한 시간, 두 시간 늘어서 하루 연습을 세 시간씩 꼬박꼬박 하는 성실한 대금 소녀가 되어있었다. 그 습관이 이어져 얼마 전에 졸업을 한 사람이 되었는데, 그 기억이 조금은 아프게 남아있다. 텅 빈 시간에 대금과 나 밖에 없었던 지난 기억은 되돌려보면 아직도 쓸쓸함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불어서 이렇게 지금의 재이가 되었습니다, 하고 밝게 말할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그 시절에 나는 하루는 견디고 하루는 울음을 참고 그다음 날은 희망에 빠졌다가 다시 우울에 잠기기를 반복했다. 악기 연습이 꽤 어렵다는 사실을 그제 셔야 알았다.
그리고 다음으로 열심히 했던 활동으로 다리 재활이 있었다. 집 앞 공원이 한 바퀴 돌면 40분 정도로 꽤 크게 나 있어서 그곳을 매일 조금씩 절뚝거리며 걸어 다녀왔다. 다녀오면 발이 다 까져 있거나 발톱이 파고들어 있어서 아팠는데, 공원에 나보다 발을 더 절뚝이는 다른 사람이 있었다. 열심히 걷는 연습을 하던 사람을 보면서 나도 같이 공원을 돌다 오곤 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철학 전공이나 제일 힘들었던 졸업 연주, 그리고 여기서 쓰는 글이 있다. 브런치로 글을 매주 올리는 일을 많이 주저했는데 지금은 즐겁게 글을 쓰고 있다.
뭔가 하겠다고 나서지 않으면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지금도 계속 중요하게 되새기는 생각 중 하나인데 나는 아직도 문을 열고 나서는 일이 쉽지 않게 여겨진다. 이제 취업을 준비하는 중이라 바쁠 때인데 조금씩 뭔가를 집어 들려니 조금 무섭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나'라면 시작하는 일이 조금 더 사랑스럽게 여겨진다.
내가 하려 한 일이 나의 일부가 된다. 그렇다면, 그러한 연유로 내가 이렇게 만들어진다면 그것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
살아가는 일이 하루는 버겁고 그다음 날도 힘들다가 겨우 하늘이 푸르다 싶으면 조금 숨통이 트이는 시간으로 느껴지는데, 그럼에도 문을 나서고 걸어온 시간을 모두 합치면 내가 된다. 언젠가 악기 연주를 하다가 든 생각인데 그래서 그냥 나는 아프더라도 바람도 불고 햇살도 비치는 곳에서 사는 일을 좋아하기로 했다.
언젠가 큰 곳에서 연주를 하고 싶다. 넓고 바람이 잘 부는 곳에서 연주를 하는 게 꿈이다. 나는 지금 문을 열고 나서고 있으니 그곳에 다가설 날도 오겠지. 누구든 조금씩 바라는 곳으로 다가서 그렇게 지냈으면 좋겠다. 하늘이 푸르고 바람이 솔솔 부는 좋은 날은 꼭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