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끝나고 난 뒤, 술 한잔] 마우스피스

이야기가 되는 삶, 삶이 될 수 없는 이야기

by Jay

- 언제 : 2021.11.26. 금요일 8시

- 어디서 : 대학로 아트윈씨어터2관

- 무엇을 : 연극 마우스피스를

- 어떻게 : 개별 구매하여

- 왜 : 사람들의 호평/김여진 배우 출연/연극열전 프로그램/부새롬 연출. 봐야 하는 이유는 너무도 많은데, 보지 않을 이유가 없을만큼 좋았던 작품

- 캐스팅 보드 : 리비-김여진, 데클란-장률


그리고 [암전]


마우스피스는 극작가 리비의 독백으로부터 시작합니다. 한 때는 열정적이고, 사회비판적인 날카로운 작품을 쓰며 화려하게 극단에 데뷔한 리비는 어느 순간부터 작품도 인정받지 못하고, 쫒기듯 자신과 상극인 엄마의 집으로 도망쳐 오게 되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불우한 환경속에서 생활하지만 그림에 재능있는 데클란을 솔즈베리 언덕에서 만나게 됩니다. 리비는 누구도 알아봐 주지 않았던 데클란의 재능을 알아보고, 응원해 주며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 지게 됩니다.

데클란은 폭력적이고 무책임한 게리, 그리고 게리에게만 의지해 그 폭력성을 외면하며 부모의 역할을 하지 않는 엄마 사이에서 여동생인 시안에게만 마음을 의지한채 살아갑니다. 그러다 처음으로 자신에게 재능있다 말해주고 응원해주는 리비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리비는 그런 데클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새로운 연극을 써나가게 됩니다.

데클란은 리비를 만나며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닌 쓰레기에 불과하다고 이야기 했던 자신의 그림을 점차 소중히 여기게 되고 그 그림을 무시한 양아버지 게리에게 더 이상 참지 않고 대들게 됩니다. 이에 화난 게리는 집을 나가게 되며 데클란은 엄마에게서 '너 때문이야'라며 갈등을 겪게 됩니다. 데클란은 절망에 빠지고, [집으로 와주세요, 제발] 이라고 리비에게 부탁하게 되고, 리비 역시 자신이 그렇게 좋아하던 극장 조차 들어가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절망하다 데클란을 찾아가게 됩니다. 두 사람은 각자의 밑바닥에서 절망하다 충동적으로 키스를 하게 됩니다.

미성년자인 데클란과 키스하게 된 리비는 이후 키스했던 것을 없었던 일로 하자고 하고, 데클란은 탐탁치 않지만 받아들입니다. 리비는 데클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완성된 자신의 극본을 보여주고 극본의 결말이 자신의 자살로 끝나는 것을 본 데클란은 분노하며 자신이 이야기 했던 것들을 철회하겠다고 리비와 다투며 리비에게 상처되는 말들을 퍼붓고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됩니다.

이후 데클란의 엄마는 그의 유일한 마음의 안식처인 동생 시안을 데리고 떠나게 되고, 혼자남게 된 데클란은 애타게 리비에게 연락을 해보지만 리비는 도움이 되는 번호를 몇 개 주며 그들에게 도움을 받아라고 데클란을 외면하게 됩니다.

데클란은 신문에서 우연히 리비의 극본이 무대에 올라간다는 것을 보고 극장을 찾아가 리비와 대면하게 됩니다. 거기서 데클란은 저 이야기는 자신의 이야기라며, 시안을 찾아오기 위해 필요하다며 자신의 이야기값을 달라고 폭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리비의 독백 속에서 절망하던 데클란은 커터칼로 자신의 목을 긋고 연극에서와 같이 죽으며 끝납니다. 하지만 데클란의 독백 속에선 데클린아 솔즈베리 언덕으로 뛰쳐나가 큰 숨을 들이쉬며 자신만이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할수 있다고 이야기 하며 극이 끝나게 됩니다.


마우스피스에서 데클란이 어떻게 되는지는 관객에게 맡겨져 있습니다. 끝내 누구도 자신의 편이 되어 주지 않고사랑하는 여동생 시안마저 빼앗겨 버린 데클란이 리비의 극본에서와 같이 죽음을 선택할지, 이 모든 것을 뒤로 한채 솔즈베리 언덕에서 숨을 몰아쉬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이어나갈지는 관객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저는 데클란이 솔즈베리 언덕에서 숨을 몰아쉬고, 다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갈거라고 생각합니다. 극 초반에 그가 이야기 한대로, [그냥 살아가는 게] 이야기가 될 뿐이지, 이야기가 삶이 될 순 없을 테니까요.


무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두 명의 배우들로만 채워집니다. 별다른 무대 장치도 없지만 두 배우의 몰입 만으로 무대는 때로는 도시를 내려다 보는 솔즈베리 언덕이 되기도, 때로는 리비의 작업실도, 데클란의 외로운 집이 됩니다. 두 배우의 극단을 향해 치닫게 되는 과정이 무척 괴로워 외면하고 싶지만, 숨쉴 틈도 없이 몰아치는 이야기는 빠져나올 수 없이 치밀합니다. 또 김여진 배우와 장률 배우의 몰입도도 높아 저에겐 극본, 무대, 배우 모두 완벽에 가까운 작품이었습니다.


[마우스피스]는 제가 올해 보았던 연극 중 가장 큰 작품이고, 가장 어려웠던 작품이고 동시에 가장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다소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들도 있고, 감정의 최고조를 향해 몰아치는 극이 그저 재미있는 작품이 아니라 불편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작품입니다. 여러분도 올 한해가 가기 전 의미 있는 작품 한편을 보고 싶으시다면, 꼭 마우스피스를 보시길 추천합니다. (저도 회전문에 들어와 버렸습니다)


그리고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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