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끝나고 난 뒤] 리어왕

by Jay

- 언제 : 21-10-30 토요일 18:00

- 어디서 :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

- 무엇을 : 연극 리어왕

- 어떻게 : 개별 구매하여

- 왜 : 배우의 길을 60년 동안 지켜온 이순재 배우의 '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연극이라 생각되서

- 캐스팅 보드 : 리어왕-이순재, 고너릴-소유진, 리건-서송희, 코델리아,광대-이연희


연극 [리어왕]을 보고 왔습니다. 리어왕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로 리어왕의 비극적인 말로에 대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내용은 알고 있지만 책으로 읽지 않았을 작품이기도 합니다. 저는 부끄럽지만 [다음중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 아닌 작품은?] 이라는 시험문제에 대비해 대략적인 줄거리만 알고 있던 작품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이번 연극 리어왕은 사실 많은 부분에서 화제가 되었기에 꼭 보고 싶었던 작품입니다. 아흔을 바라보는 노배우가 단독 캐스팅으로 3시간짜리 연극을 원작을 최대한 살리면서 한다는 것이 큰 도전이자 용기일지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또 특정 나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배역들 중에서도 리어왕은 30대의 패기로도, 50대의 노련함으로도 맡기 어려운 배역이자 정작 그 나이가 되서는 소화하기 어려운 배역이기에, 리어왕은 지금 아니면 하기 어렵기에 한다, 라는 이순재 배우의 인터뷰를 보고 꼭 관람해 보고 싶었습니다


연극 리어왕은 모든 것을 가졌던 리어왕이 간결한 진심과 화려한 거짓말을 구분하지 못한 교만으로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이야기 입니다. 노년기의 리어왕은 3명의 딸에게 자신의 왕국을 나눠주고 자신은 물러나고자 합니다. 나눠주는 기준은 단 하나,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야기 해보라 합니다. 첫째딸과 둘째딸은 거짓된 말과 화려한 미사어구로 리어왕에게 비옥한 땅들을 나눠받은 반면, 가장 사랑받던 막내 코넬리어는 진심을 담은 간결한 마음 자신의 아버지를 향한 사랑은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으며 미래의 남편과 동등한 만큼만 사랑한다는 말로 리어왕의 저주만 받은채 쫒겨나게 됩니다. 이후 연극 리어왕은 점차 두 딸의 거짓된 말을 비참하게 깨닫게 되어가는 리어왕의 비극적 말로를 보여줍니다.


이번 연극 리어왕은 원작을 최대한 그대로 가져온 작품이기 때문에 대사와 동선, 무대 장치 등이 관객들에게 낯설 수 밖에 없습니다. 1605년도에 셰익스피어가 쓴 작품이니만큼, 현대와 같이 많은 무대 장치가 들어갈 수 없고, 한정된 배경에서 많은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배우의 독백을 통해 관객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극 대비 설명을 듣는 것 같은 이질감과 극의 전개가 낯설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작에서 중요했던 광대의 역할이 현대극에서도 무척 중요합니다. 왕에게 어떠한 말을 하던 벌받지 않는 광대는, 때로는 리어왕이 보지 못하는 진실을 우스개 소리로 전해주고, 폭풍우에 기댈 곳 없는 리어왕에게 의지가 되고 동질감을 느끼는 친구인 관객의 대변인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원작과 다르게 코델리어역의 이연희 배우가 1인 2역으로 분해 재미를 더합니다.

(원작의 미스터리 중 하나가 광대가 초반 중요한 역할로 등장하다가 사라진다는 것인데, 그것을 설명하는 유력한 가설이 막내딸=광대이고 아버지를 두고 차마 떠나지 못하고 옆을 맴돌다가 아버지의 위기 순간에 구하러 온다는 설입니다.)


사실 [연극 리어왕]은 제 기준에서 재미있는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어려운 문어체 대사와 3시간에 가까운 긴 내용과 현대극과는 다른 기승전결 전개가 낯선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원작을 최대한 살린 연극사에 의미있는 작품을 관람한다는 것과 노배우의 단독 캐스팅으로 도전에 박수를 더하고 관람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는 작품이기에 여러분들께서도 기회가 닿으면 관람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게으름을 피우다 겨울의 초입이 되어버렸지만 연극을 보기 위해 걸어가는 예술의 전당 단풍길이 꽤 예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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