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는 마음이야기가 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오래전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회자한 적이 있다. 남자와 여자는 각기 다른 행성에서 온 존재라는 것을 전제로 쓴 글이다. 태어난 곳이 다르니 생각하는 방식, 언어, 행동 등 모든 점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 다른 언어로 싸우게 된다.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면 남녀의 차이는 받아들일 수 있고, 더불어 잘 살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고 많은 이혼도 막았다.
그런데,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처럼 80억 인구 모두가 각기 다른 행성에서 왔다면 어떨까?
주인공 지소의 마음 세계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김성호 감독, 2014)은 미니 봉고에서 생활하는 홈리스 가족 이야기다. 주인공은 아빠도 없고 집도 없어서 고달픈 초등학생 지소다.
어느 날 지소는 부동산 가게에 붙은 광고지를 보게 된다. 아름다운 전원주택 사진과 함께 '평당 500만 원!!'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지소는 평당을 분당 옆 어디쯤인 지명으로 이해한다. 평당에 있는 전원주택을 500만 원에 살 수 있다고 믿게 된 것이다. 지소의 머릿속은 온통 500만 원 생각뿐이다.
그때부터 어디를 가도 지소의 눈에는 500이라는 숫자만 보인다. 세상에는 왜 이렇게 500이라는 숫자가 많은지. 서점에 가도, 마트를 가도, 길을 걸어도, 세탁방에 가도 온통 500의 세계가 펼쳐진다.
500이라는 프레임으로 세계가 인식되고, 500이 지소의 의식을 지배하게 된다.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오직 지소 한 사람만의 마음 세계인 것이다. 우리도 이렇게 살고 있다.
여하튼 지소는 적당한 부잣집의 개를 훔칠 계획을 세운다. 500만 원의 보상금을 받아 집을 사면 딱이다 생각한 거다. 물론 해맑은 아이들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개 주인은 울면서 잘못을 고백하는 지소를 몰래 도와준다. 가출한 아들이 살던 집을 500만 원의 전세로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것이다.
영화는 해피엔딩이었고 지소의 전쟁은 끝났다. 지소의 마음은 잔잔하고 넓은 바다에 평화롭게 떠 있다. 하늘에는 강아지 모양의 구름이 떠 있고... 마치 간밤의 꿈과 같은 한바탕의 에피소드였다.
마음수련 명상은 이 마음 세계를 지우는 것이다
너무나 순수한 지소의 삶은 아름다운 미담으로 끝났지만 삶이 다 이렇지는 않다. 자세히 돌아보라. 우리는 자기가 만든 마음 세계, 누구도 볼 수 없고 알 수도 없는 그 속에서 살고 있다. 보이지도 않는 마음의 터널 속에서 웃고 우는 것이다. 80억 인구는 80억 개의 마음 세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오해하고 싸우고 답답해서 미치는 것이다. 소통, 소통 하지만 제일 어려운 일이 소통이다. 태어나고 자라온 행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돈이 마음에 가득한 사람은 어딜 가도 세상이 돈으로 보일 것이다. 사람을 봐도 돈이 있는지 없는지를 먼저 살필 것이다. 돈 때문에 좋아하고 미워하고 상처 주고 상처 받으며 말이다. 돈이 원수다 말하지만 돈으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다. 마음수련 명상을 하면 첫 시간에 이 마음의 원리를 설명해 준다.
내가 신발에 꽂혀 있으면 유독 사람들 발만 보게 되고, 유니클로가 문제가 되자 유니클로 입은 사람은 없나 나도 모르게 살피게 되었다. 아파서 서러운 사람은 아픈 사람만 찾아다니며 위로받고 위로하기도 했다. 건강을 염려하다 보면 길을 가도 보양식 간판만 보이고, 어디 용한 의사가 있다 하면 야매라 할지라도 귀가 번쩍 한다. 고마움을 아는 사람은 어디를 가도 고마운 일이 있고, 마음이 부정적인 사람은 어디를 가도 마음에 안 드는 것만 보인다. 우리는 모두 길을 걷는 것 같아도 자기 마음 세계 속을 걷고 있는 것이다. 500이라는 마음 세계를 걷던 지소처럼.
이 마음이 허상임을 알고, 허상의 마음 세계가 우리를 노예처럼 끌고 다닌다는 것을 알고, 마음은 다를 수 밖에 없음을 알고, 각자가 그 마음을 버리면 거울같이 투명하게 사는 방법도 있음을 알고... 버리고 없애는 것이 마음수련 명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