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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냉이꽃 Oct 25. 2019

<천국보다 아름다운>


죽음


소아과 의사 크리스, 그는 교통사고로 두 아이를 잃었다. 그리고 4년 후, 그 자신도 교통사고를 당해 죽고 만다. 죽은 그의 길안내를 도와주던 영혼, 알버트 교수는 말했다. "당신은 소멸된 게 아니오. 죽었을 뿐이지..."


크리스는 자신의 장례식을 보게 된다. 그리고 아내 곁을 맴돈다. 그러나 그럴수록 아내의 고통이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되자 떠나기로 한다. 


애니는 자신의 잘못으로 아이를 잃었다는 생각 때문에 정신병동에 가게 되었다. 남편이 죽자 그 또한 자신의 잘못이라는 죄의식에 사로잡힌다. 애니는 손목을 긋고 만다. 



천국


이승을 떠난 크리스가 도달한 곳은 천국이다. 천국은 그가 마음속에 그리던 유토피아의 모습이였다. 가이더인 알버트 교수는 설명했다. 진짜는 마음속에 있으며 천국은 각자의 작품이라고, 이곳은 존재에 대한 믿음으로 창조되는 곳이며, 옛 생각은 모두 버려야 온전히 자기 것이 된다고. 


천국이 아내의 그림 속 풍경이라고 생각하는 한 크리스는 그림이라는 관념을 벗어날 수가 없게 된다. 그림이라는 관념은 이승의 잔재인 것이다. 그 결과 그는 커피 대신 물감을 들이키게 된다. 그림이라는 관념을 벗어나자 모든 풍경은 실재가 되었다. 진짜였다.

또한 이미 물질인 육신을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날 수 없다는 관념이 그를 지배하고 있었다. 바로 그 두려움이, 날 수 없다는 관념이 하늘을 날던 그를 추락하게 만든다. 다시말해 이승의 기억을 실재라 믿는 만큼 천국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천국에서 만난 사람, 딸 케이티


그가 딸을 기억해 내는 순간, 딸은 승무원 레오나의 모습으로 크리스 앞에 나타난다. 

"원래 내 모습은 이렇지 않았죠. 한 번은 아빠랑 싱가포르 비행기를 탔는데 여승무원 이름이 레오나였어요. 아빤 동양 여자가 아름답고... 우아하고... 지적이라고... 그때 난 속으로 다짐했죠. 나도 크면 그렇게 될 거라고..."





천국에서 만난 사람, 아들 이안


"내가 왜 알버트가 됐는지 알아요? 아빤 그분 말만 들었어요. 그 때문이에요"

알버트 교수의 모습으로 줄곳 아버지 곁을 지키고 이끌었던 것은 사실 아들인 이안이었다.


그들이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이유를 알버트 교수는 설명했다. 서로가 자신들의 실체로 돌아간 거라고.

물질을 떠난 세계이니 존재하는 것은 마음뿐이라는 말이다.





아내 애니가 만든 두려움의 세상


크리스는 애니의 자살 소식을 듣게 된다. 애니는 죽어 죄의식과 고통으로 가득한 마음속에 갇히게 된다. 알버트는 애니 스스로 갇혀버린 세계에 대해 설명했다.


"그들 자신은... 죽은 줄도 몰라.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도... 이기적으로 자신만 생각했단 이유로 지옥에도 못가. 인간은 자기 몫을 살 책임이 있어. 애니는 그걸 위반했어. 이기심으로... 그렇기 땜에 그 벌을 받는 거야. 그걸 의식도 못하면서... 그게 지옥이지!"


크리스는 애니를 데려오기로 결심한다. 애니는 살아생전에도 나 때문이라는 죄의식, 그 하나의 생각을 바꾸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정신병동에 입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크리스는 애니가 한 생각만 바꾸면 천국으로 올 수 있다고 믿었다. 누구도 천국행과 지옥행의 심판을 하지 않는다면 그 선택은 자기 마음이 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옥을 넘어 아내의 의식을 쫒아 도착한 곳은 너무나 황폐했다. 애니가 만든 환상의 세계였다. 물도 나오지 않고, 전기와 가스도 끊어지고, 거미가 기어 나오며, 꽃은 시들고, 옷도 책도 없는 곳.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애니는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과 남편 생각에만 사로 잡혀 있는 애니였지만 애니는 이미 기억을 잃었다. 남편을 앞에 두고도 알아볼 수가 없었다. 지독한 에고에 갇혀있어서 '있는 그대로의 남편'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애니는 그 죄의식에서 벗어나는 순간 비로소 남편을 알아보게 된다.





마음수련 명상은 이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영화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빈센트 워드 감독의 1998년 작품이다. 감독이 그린 사후세계는 자기가 먹은 마음대로 존재하는 곳이다. 사실 그 마음의 법칙은 살아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영화는 내내 물질이 아닌 마음이 전부임을 얘기하고 있었다.


흔히 사람이 죽으면 이렇게  말한다. "먼저 간 아내 곁으로 가셨습니다." 혹은 "먼저 가 계세요. 저도 곧 뒤따라 갈게요." 글쎄.... 정말 그럴 수 있을까?


내가 원하는 아들 딸의 모습이 내 마음을 채우고 있었다. 나의 인연들은 내가 기억하는 모습으로 내 속에 존재한다. 나에게 좋은 사람, 나에게 싫은 사람.... 모두 내가 만든 내 마음속의 허상이다. 헤어진 첫사랑을 보고 싶겠지만 그 첫사랑은 어디에선가 나의 기억으로 몸서리를 칠지도 모른다. 그러니 내가 바라고 기억하는 그들은 어디에도 없다. 설혹 죽어 그들을 만나게 된다 하더라도 크리스의 가족처럼 알아볼 수 없을 것이다.


마음수련 명상은 모든 인연의 상이 내가 만든 허상이라고 설명한다. 장남에겐 헌신적이었지만 딸에게는 야박했던 모친이었을 수도 있다. 누구의 기억이 맞는 것일까. 뭇사람에게 욕을 얻어먹지만 나에게만은 그지없는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평생의 원수를 안고 살았지만 그건 나의 지독한 착각과 오해일 수도 있다. 평생을 가슴에 품고 사랑했지만 상대는 나를 싫어했을 수도 있다. 내가 믿고 싶은 대로 믿고 살았을 뿐이다. 옳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가 만든 나의 인연 세계인 것이다. 


단 한 번도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본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인정한 적도 없다.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는다고 원망하고 탓한 세월이 있었을 뿐이다. 이 마음을 하나하나 돌아보고 버리는 것이 마음수련 명상 2단계다.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 나의 욕심과 바램과 집착으로 쥐고 있었던 인연의 상이 버려지면 어떻게 될까? 그지없이 아름다운 사람이 거기 서 있을 것이다.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이 거기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는 마음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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