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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담자 P May 20. 2020

내담자가 말하는 심리상담 팁, 신발 속 모래 털어내기!

#심리상담후기 #심리상담 #심리치료

두 줄 요약

심리상담은, 내가 가장 편안할 수 있는 여건과 상태로 받는 게 좋다.

상담을 받으면서 생기는 자잘자잘한 불편감이 있으면 그런 것들은 미리미리 털고 가자!



상담을 받다보면, 이래저래 불편한 마음이 드는 순간이 있다.


과거의 상처를 들여다보거나, 내가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것을 직면할 때의 불편함도 있지만, 그건 마치 심연이 나를 콱 삼켜버릴 것 같은 두렵고 무서운 '커다란 괴물' 느낌이라면...


내가 오늘 말하고자 하는 불편감은 이것과는 조금 다르다.


상담을 받으면서 느껴지는 자잘자잘한 불편감은 마치 '신발 속 모래'와도 같다.



상담선생님이랑 먼 길 여행을 떠나는데, 신발 속에 모래가 들어간 게 느껴진다.


처음엔 약간 불편하긴 한데, 뭐, 모래 한 알쯤이야. 하면서 계속 걷는다. 그러다보면 자꾸만 모래가 더 들어가서 계속 걸리적거리고 걷기가 점점 더 불편하다.


그깟 모래 몇 알 때문에 자꾸만 신경질이 나는 내가 속이 좁아보인다. 지금까지 잘 참아왔는데 이제와서 선생님한테 얘기하기도 좀 그렇고, 갑자기 멈춰서서 모래를 털어내기도 어쩐지 민망하다.


그렇게 자꾸 참으면서 가다보니 선생님과 함께 가는 여행길에서 이유도 없이 자꾸만 속이 상하고 예민해진다.



'신발 속 모래'의 예시

상담 중 나를 살살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들


*  상담 전후 시간에 자꾸만 앞/뒤 타임 내담자와 마주친다

*  시작시간이 넘었는데도 상담이 시작되지 않아 계속 기다려야 하는 일이 반복된다

*  상담 간격을 2주로 바꾸었는데, 막상 바꾸고 나니 너무 텀이 긴 것 같다

*  지방에서 상담을 받다보니 매주 상담받기가 곤란하게 느껴진다

*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선생님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

*  내 느낌일 수도 있지만 선생님이 나한테 실망할 것 같다

*  선생님이 나에게 하셨던 말이 자꾸 떠오르고 괜히 서운하다



문제는, 모래에 대한 내 마음가짐에 있다.


'그깟 모래인데, 그거 가지고 신경쓰는 내가 되게 속좁아보여.'

'털꺼면 진작 털어야지, 이제와서 어떻게 이야기를 해. 한참 지난 일을 가지고...'

'왜 그동안 말 안했냐고 하실텐데... 아 몰라. 그냥 넘어갈래.'

'이야기했다가 선생님이 놀라시거나 속상해하실 수도 있어.'



신발 속 모래는, 털어내야 제 맛이다. 안 털어내고 계속 걸어가면... 나만 불편하다.아무리 상담선생님이라도 내 신발 속을 투명하게 들여다볼 정도의 초능력은 없다.


내가 걸으면서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 다리가 아파서 그런지, 아니면 당신이 뭔가 불편하게 만든 건지, 아니면 바닥이 너무 울퉁불퉁해서 걷기가 힘든 건지... 상담선생님도 일단 여러가지로 고민을 할 거다.


하지만 그것이 아주 작은 모래 한 알, 두 알, 세 알이 내 신발 속에서 굴러다니고 있어서 그렇다는 것까지는 모를 수 있다.


모래 같은 건... 미리미리 빼주자... 그건... 그냥 모래일뿐이다...


잠시 멈추어서 신발에서 툭툭 털어낸다고 해서 상담선생님이 마치 괴물을 본 것마냥, "에구머니나 깜짝이야!!!" 하고 소리치지 않는다.


오히려 웃으면서 이렇게 이야기해줄 가능성이 크다.


"아이쿠, OO님 신발에 모래가 들어가있었군요! 그 상태로 걸으려니 많이 불편했겠어요! 이제라도 얘기해줘서 고마워요!"


"걷다가 불편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해줘요. 저는 OO님 여행의 동반자니까, 서로의 상태를 공유하는 게 좋죠! 조금 쉬다가 가도 되니까 너무 무리하지 말고요, 우리 그럼 다시 걸어가볼까요?"




물론, 선생님이 내 얘기를 듣고 다소 놀라실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얘기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거나 괜히 얘기했다면서 자책할 필요는 없다.


죄책감은 내담자의 몫은 아니다.. 상담선생님 걱정... 이제 그만....

(내가 나에게 하는 말)


일단, 선생님이 놀라실만한 경우는 대략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1. 신발에 모래가 들어간 게 아니라 발에 가시가 박혀있었던 경우

내담자가 한~~참 전의 일을 여지껏 참고 있다가 이제야 말했을 때(그런데 그것으로 인해 꽤 큰 불편감을 계속 경험해오고 있었을 때)


"선생님, 저 사실 여행 시작할 때부터 발이 약간 아팠는데, 아마 모래였던 것 같아요. 근데 말하기가 좀 그래서 그냥 지금까지 걸어왔어요."


"아니, OO님! 발에 가시가 박힌 것 같은데요? 조금이라도 일찍 말씀해주셨으면 좋았을텐데...ㅠㅠㅠ"



2. 신발을 털었는데 모래가 끝도없이 나오는 경우

내담자가 참다가 참다가 서운하고 속상했던 것을 한번에 털어놓았는데... 그 개수가 너무 많을 때...


"선생님, 저 신발에 모래가 있어서... 좀 털고 가도 될까요?"


"네, 그럼요!...(매우 놀라며) 아니...신발이 모래밭인데요? 지금까지 대체 어떻게 걸으신 거에요..ㅠㅠㅠ"


3. 내담자가 신발을 터는 걸 본 적이 없는 경우 (여행가이드 초보)

걷다보면 신발에 모래가 들어갈 수도 있고, 그것 때문에 불편해질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경우


"선생님, 저 신발에 모래가 있어서... 좀 털고 가도 될까요?"


"네! 그럼요! 오. 모래가 들어갈 수도 있겠군요. 그 점까지는 미리 생각하지 못했네요.."





"상담 받으면서 약간 불편한 부분이 있어요. 이런 것들이 좀 불편하고 서운하게 느껴져요."


이렇게 솔직하게 말해보자!! 용기를 내보자!!

걱정했던 일은 일어나진 않는다! 오히려 개운해질 수도 있다!


신발 속 모래를 털어보자!!♡



나의 이런 글이 이제 막 상담을 시작한, 또는 상담 받는 중에 이것저것 고민이 드는 내담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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