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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담자 P Jul 16. 2020

심리상담은 내 마음에게 선물하는 '코스 요리'야

#심리상담비용 #낮은 자존감 높이는 방법, 심리상담

자존감이 낮거나 우울감에 빠진 사람이라면 매번 남을 위해 요리하던 것에서 벗어나서 때로는 자기를 위해 요리해주고, 가끔은 자신에게 좋은 고급 식사를 대접하라는 글을 본 적 있다. 그런 행위를 통해서 "난 나 자신을 존귀하게 여기고 사랑해"라는 표현을 나 스스로에게 해줄 수 있다는 것.     



심리상담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평소보다 긴 75분의 상담을 받으면서 느꼈다. 

"심리상담은 내 마음에 대접하는 고급 식사와도 같구나."


심리상담을 받는 것은 '나는 나를 사랑해'라는 마음의 표현을 직접적으로 해주는 일이다.

'빨리 안 먹을래!'라는 아주머니의 호통 소리를 들으며 늘 맛없는 풀죽만 먹던 아이가 오랜만에 진짜 엄마를 만나서 함께 먹는, 뷔페에서의 맛있는 식사 같다.


나는 심리상담 비용으로 50분에 8만 원, 75분 상담에는 12만 원을 지불한다. 5분에 8천 원이라니. 처음에는 많이 놀랐다. 사실 놀라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 


물건이 아닌 경험/서비스를 구매하기 위해 이 정도 금액을 써본 적은 태어나서 한 번도 없으니까. (그동안은 그럴 여건도 형편도 안 되었지만) 물건을 하나 사더라도, 싸게 구매하기 위해 이리저리 찾아보는 내가 나를 위해서 이렇게 큰 비용을 지출한다는 건 엄청난 영향력이 있는 행동이다.


아마 내면 아이는 적잖이 놀랐을 것이다. 내가 자기를 다시 아껴주고 돌보기 위해서 이렇게 큰 가치를 지불하리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을 거다. 그동안 나는 나를 돌보지 않고 내버려 두었으니까. 오히려 비난하고 비하하고 자책했으니까.



절뚝거리며 애써 달리고 있는데 더 빨리 안 달릴 거냐며 독촉을 했다. '그런 식으로 깨작깨작 먹을 거면 너 오늘 굶는 게 좋겠다.'라는 협박 투로, '못 견디겠으면 그냥 그만두던가. 근데 너 그런 식으로 사람들 실망시키고 싶어?'라며 나를 가혹하고 차갑게 대했다.

     

하지만 난 요즘 나를 사랑하는 선택들을 하고 있다. 꼭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잔뜩 사서 내 방을 가득가득 채우는 대신 선생님과 상담을 하며 나를 돌보고 내 마음을 새로운 감정들로 채워간다. 그렇게 내 마음에게 다시 신뢰를 주고 있다.


너무 늦게라서 미안하지만, 다시 시작하고 있다. 더 이상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을 거라며 차가운 방구석에 앉아

뚝뚝 눈물을 흘리고 있을 어린아이에게 이제야 손을 내밀고 있다.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상담이라는 의미 있는 경험을 소비하며, 나는 내 마음을 위해 이렇게 큰 가치를 지불할 용의가 있음을 그 아이에게 분명히, 또렷하고 확실하게 보여줌으로써 내 마음에게 신뢰를 주고 있다. 


내가 나를 존귀히 여기고 있다는 걸 그 아이도 알아주길 바라면서.


요즘 내 마음은 여러 갈래가 아니라 하나이다. 내 마음속에서 외치던 자기 비하와 자책의 목소리가 조금씩 작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심해', '쓸모없어', '너 지금 쉬는 거야?' 이런 목소리는 점점 줄어들어간다. 


그리고 다른 목소리가 점점 자주 들린다.

'대견해', '잘했어', '난 네가 좋아', '그 마음 참 예뻤어', '조금 느려도 괜찮아. 천천히 가도 돼.'


그리고 이런 목표도 생겼다.


- 나는 나를 방치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 다른 사람보다도 나에 대해 더 많이 관심을 가진다.

- 그 어떤 것보다도 나를 먼저 사랑할 것이다.

- 나를 배려하고 아껴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마음을, 매 회기 때 상담을 받으면서 내면 아이에게 들려주고 있다. 


이번 주도 상담 선생님이랑 같이 마음을 살찌워보자, 우리.

그동안 못 누렸던 감정도 누려보고, 마음의 맛있는 식사를 해보자.


따뜻하게 어루만져 줄게.

그동안 사랑해주지 못한 만큼 더 사랑으로 대해줄게.


이리 와, 따뜻하고 포근한 이 곳으로.

어서 와서 맛을 봐, 맛있고 달콤하고 소중한 이 감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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