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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담자 P Sep 09. 2020

우울증 심리상담 후기/사례 - 이래서 심리상담이 좋았다

#심리상담센터 #내돈내산후기 #우울증 #내담자

저는 1년 넘게 심리상담을 받은 내담자입니다. 제 경험을 바탕으로 심리상담 후기를 올립니다. 부디, 상담을 고민하시는 분들이나 이제 막 상담을 시작하신 분들에게 저의 심리상담 사례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1) 누군가에게 있는 그대로 수용받고 이해받는 경험


'변화', '개선', '성장'이 내겐 가장 중요한 가치였다. 가만히 멈춰있거나 안주하는 것을 극도로 혐오했다. 그래서 상담을 받으면서도 내 마음의 상태가 최대한 빠르게 개선되길 원했다. 매 상담 때마다 새로운 성과를 가져가려 애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내 기대만큼 빨리 좋아지지 않는 것 같아서 많이 속상했다. 스스로를 지지부진하게 말하며 답답하게 바라보는 나에게 선생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렇게 빠릿빠릿하게 잘 살아왔으니 지지부진함을 이렇게 경험해보는 것도 소중한 경험일 거예요. 이 지지부진함을 삶의 한 색깔로 경험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해봐요, 우리."


"저는 얼마든지 괜찮으니까, 지지부진함을 마음껏, 얼마든지 보여주세요. 그래도 괜찮아요."


'절대로 지지부진해서는 안 된다'라고 믿고 살아왔던 내게는 꽤나 충격적인 말이었다. '그렇구나. 지지부진해도 되는 거구나.'  단단했던 내 생각이 깨지고 난 후, 이상하게도 좀 더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면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좀 느릴 수도 있지.' 스스로에게 이야기했다. 선생님에게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수용받고 이해받으면서 나도 나 스스로에게 조금 더 관대해질 수 있었다.





2) 어른이 되어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단단한 신뢰관계


사실, 상담이 20회기가 다 되도록, 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여전히 약했다. 선생님을 충분히 믿기가 힘들었다. 선생님이 칭찬을 하시고, 잘하고 있다고 격려하셔도 그 말을 진심으로 믿지 못했다. 관계가 끝이 날까 두려워서 늘 좋은 모습만 보이려 했고, 선생님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을 꺼내놓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그러다가 결국 선생님께, "선생님에 대한 믿음이 여전히 없는 것 같다"라고 말씀을 드렸다. 이 말을 할 때 정말 너무 두려웠다. 그런데 선생님은 용기 내신 거라고 말해주셨고, 그런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셨다. 그냥 이대로 그냥 종결할 거라면서, 상담을 가지 않고 버텼을 때도, 화내거나 속상해하지 않으시고 그저 언제든지 그 자리에서 기다리겠다고 해주셨다.


나는 몇 번이고 선생님을 시험했고, 선생님의 마음을 확인하려 했다. 이래도 나를 버리지 않는 사람인지 알고 싶었다. 내가 잘해야만 내 곁에 있는 사람인지, 내가 자꾸만 흔들리고 무너지고, 그 사람에게 부족한 모습을 보여도 내 곁에 있을 사람인지 알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몇 번의 이런 힘든 대치 상태(?)를 겪으면서 비로소 느꼈다.


선생님께 잘 보이기 위해서 애써 무언가를 더 잘하려고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선생님의 진심에 대해 나 혼자서 공연히 오해하거나,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걸. 있는 그대로의 서투르고 부족한 나여도 선생님은 나와 계속 함께 해주실 거라는 걸.


일련의 경험을 통해 선생님에 대한 깊은 신뢰가 어느새 생겨났고, 관계가 내 의지와 반하게 갑자기 끝나버릴 것 같다는 불안감은 눈 녹듯 사라졌다.


어렸을 때의 부모와의 관계 방식은 이후에도 삶의 많은 부분들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어른이 되어서 무언가 바꿔보려고 해 봤지만, 오히려 나이가 들고나니 누군가와 단단한 신뢰관계를 맺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심리상담은, 다 커버린 어른이 쉽게 하기 어려운 관계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어렸을 때 충분히 채워지지 못한 결핍들을 자연스레 채워주는 고마운 경험이다.





3) 나에게 강요하던 과도한 기준을 내려놓게 되었다


"항상 꿋꿋해야 해."

"늘 미리 준비되어있어야 해."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돼."

"힘든 감정을 드러내서 걱정을 끼치는 건 소중한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일이야."

"사람들을 실망시키면 관계가 끝날지도 몰라."


이것들은 나의 오래된 비합리적 신념이었다. 상담을 받으면서도 항상 마음을 다 열지 않은 채,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노력했고, 힘을 꽉 주고 있었다. 긴장을 푸는 순간, 연약하고 어리석은 모습이 튀어나올까 봐 걱정됐다. 그런데 선생님은, 항상 내 생각, 내 사고방식과 반대로 이야기하셨다.



'상담을 위해 특별히 준비하지 말고 그냥 편하게 오세요.'

'몸이 잔뜩 긴장한 상태예요. 긴장을 좀 더 풀어볼까요?'

'침묵을 견딜 줄도 알아야 해요.'

'꼭 성과를 가져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말아요.'

'특별한 일이 없었어도 괜찮아요.'

'아플 때도 있고 시행착오도 있겠지만, 함께 걸어가 봐요'


진짜 신기하게도 정말 딱 반대였다. 선생님은 여러 가지 수많은 다른 표현으로 중요한 부분들을 반복적으로 알려주셨다. 처음에는 내가 가져왔던 그 생각들을 내려놓고 버리는 게 너무 힘들고 막막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가지고 있었던 단단하고 완고한 기준들이 조금씩 허물어지는 게 느껴졌다.


지나치게 높게 설정했던 기준들을 덜어내고 나니, 나는 있는 그대로도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굳이 더 몰아붙이고 채찍질하면서까지 더 나아지길 강요할 필요가 없었다.


너무 오래도록 '변화, 개선, 성장'만을 추구하며 살았던 나라서, '이대로도 괜찮다'는 생각이 여전히 낯설 때가 있지만, 적어도 지난날보다는 행복하다. 하루하루를 훨씬 더 편안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4) 내 삶을 힘들게 하던 사고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선생님은 내 비관적인 사고의 흐름을 끊어주시고, 새로운 생각의 고리들을 만들어주셨다.


나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고, 불행한 일이 일어났을 때 조금이라도 덜 실망하기 위해서 미리부터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며 조바심을 치곤 했다. 하던 일이 조금만 막히고 꼬여도, 일이 완전히 망할 것 같다는 생각에 불안해서 어쩔 줄 몰랐다. 사소한 일이라도 내 기대대로 되지 않으면 쉽게 속상해졌다.


마치 절벽으로 쏟아지는 폭포처럼 빠른 속도로 절망을 향해 달려가곤 했다. 완벽히 성공하거나 아니면 철저히 망치거나... 극단적인 두 선택지 사이에서 늘 오도 가도 못한 채였다. 삶이 행복할리 없었다.


선생님은 상담을 통해 내 이런 사고방식들을 계속해서 짚어주셨고, 극단으로 치닫는 내 생각들을 중간중간 멈춰주셨다.


내 사고의 흐름을 선생님과 함께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게 되면서, 그런 생각이 들 때, 잠깐 멈춰서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힘이 조금씩 생겼다. 


안 좋은 일이 닥쳤을 때 파국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익숙했던 나였지만, 마음의 근육이 길러지고 나니, 그 생각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버티게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그 생각들을 의식적으로 내몰게 되었다.


덕분에 요즘은 힘든 일이 닥쳐도,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방식으로 생각을 하려고 노력한다.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생전 해본 적 없는 일이라서 이런 변화가 놀랍기만 하다. 이 결과가 있기까지는, 어떤 모습이든 있는 그대로 품어주시고 기다려주신 선생님의 도움이 컸다. 몇 번을 감사하다고 말해도 모자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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