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센터 #심리상담효과 #내담자후기
아래의 글은 심리상담을 받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글이라면, 이번 글은 결과적인 효과에 좀 더 주목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쉬지 않고 밤낮없이 열심히 일하다가 완전히 지쳐버린 소진 상태였기에 누군가의 도움이 간절했다. 처음에는 무기력이 너무 심했고, 불안도 높아서
어떻게든 빨리 낫고 싶었고, 우울과 불안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길 바랐었다.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정신과 약물치료를 병행하니 6개월 정도가 지나서는 이 부분이 꽤 좋아졌다. 이따금씩 무기력, 불안, 우울이 찾아오지만 그런 내 모습을 답답해하며 질책하지 않고, '충분히 그럴 수 있어' 라며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성과다.
예전에는 나 자신에게 과도하게 높은 기준을 강요하며 채찍질하기 바빴다. 자기 비하도 정말 많이 했다. 서투르고 약해빠진 내 모습이 보이는 게 너무나도 싫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의 연약한 모습마저도 좀 더 있는 그대로 품어줄 수 있는 관대함이 생겼다.
일상 속에서도 내 마음의 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마음이 아프고 속상할 때는 스스로를 다그치기보다 따뜻한 위로를 건네게 됐다.
잠과 휴식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여유라는 것을 누릴 줄 알게 됐다. 나의 즐거움을 위해 스스로에게 여러 가지 선물을 하거나 재미있는 일을 찾아서 하기도 한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당연하고 익숙한 일이지만, 나는 그렇게 해본 적이 많이 없어서 이런 변화가 굉장히 크게 느껴지고, 또 매우 의미 있고 소중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나를 위할 줄 몰랐던 내가 이제는 나 자신을 좀 더 아끼고 사랑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심리상담의 효과는 분명하다.
슬픔, 속상함,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은 타인에게 드러내서는 안 된다고 배우며 자라왔다. 힘든 티를 전혀 내지 않고 늘 씩씩하고 밝게 즐겁게 지내왔지만 속은 썩어 들어갔다. 감정들을 억지로 누르고 감추다 보니 자연스레 심한 두통과 현기증, 속병에도 자주 시달렸다.
상담을 통해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연습, 그리고 내 마음을 상대에게 표현하는 법을 점차 익혀나갔다. 상담 선생님이라는 안전한 대상과 꾸준한 관계를 이어가면서 관계가 끝날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볼까 염려되는 마음들을 조금씩 내려놓을 수 있었다.
상담을 받으면서 자신감이 좀 더 생겨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조금씩 내 속마음과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이 내 고백에 당황하기도 해서 마음이 많이 힘들고 죄책감도 들었다. 내 마음을 이야기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의문도 들었다. 처음엔 내가 괜히 상담을 받아서 더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았고, 조용한 호수에 돌을 던지는 사고뭉치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를 해보니 정말 많은 게 바뀌었다.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이 내게 진심으로 사과를 했고, 가까운 사람들도 이제는 내 맘을 조금 더 알아준다. 나에게 함부로 상처를 주던 가족의 말투도 달라졌다.
'남을 바꾸려 하지 말고 나를 먼저 바꿔라'라는 말을 알긴 했지만 그 말은 내게 너무 매정하게만 들렸다. 타인에 대한 원망의 마음만 컸고, 타인이 먼저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바뀌길 바랐다. 하지만 내가 용기를 내서 조금 다른 시도를 했을 뿐인데, 가족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고, 우리 가족이 원래도 이랬었나 싶을 만큼 많은 부분에서 화목해진 부분이 보인다.
물론 한 번의 시도로 당장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담 선생님과 계속 이야기해나가면서 매주 꾸준하게 노력하고, 지칠 때는 잠시 쉬었다가 힘이 생기고 나면 또 다른 시도를 하고... 너무 어려운 것은 잠깐 보류하고 할 수 있는 시도부터 해보고... 이런 노력들이 모여서 지금의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상담만으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말하기는 사실 어렵다. 어떻게든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겠다는, 결코 나 자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기에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심리상담이라는 계기가 없었다면, 그리고 계속해서 이런저런 도전을 하면서 지치고 막막해질 때마다 격려해주시고 함께 해주신 선생님이 없었다면 지레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다.
1) 무기력과 우울, 불안이 줄어들었다.
2) 나를 좀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3) 나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바뀌었다.
처음엔 저에게 1번이 가장 중요했어요. 2번은 그다음 문제였고, 3번은 1,2번이 다 되고 나서나 꿈꿀 수 있는 뒷순위의 문제였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저에게 가장 큰 만족감을 준 건 3번, 2번, 1번 순서인 것 같아요.
저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저의 변화에 따라 함께 변화해주니 조금 더 하루하루가 살맛이 나는 느낌이거든요. 사실 선생님은 꼭 1,2,3번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건 아니라고 하셨어요. 동시에 진행될 수도 있다고...
하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우울과 불안이 어느 정도 감소하기 전까지는 나를 사랑하고 내 주변의 소소한 행복들에 감사할 여유조차 생기지 않는 것 같아요. 나를 돌볼 줄 모르는 단계에서는 타인에게 먼저 손 내밀고 다가갈 에너지가 없고요. 그래서 제가 생각했을 때는 심리치료의 효과는 이렇게 뻗어나가는 것 같습니다.
1단계 : 우울과 불안 증상, 신체화 증상의 감소
- 몸과 마음의 화해
- 일상생활이 가능한 기본적 수준 확립
2단계 : 나 스스로를 대하는 방식의 변화
- 나 자신과의 화해
- 나 자신에 대한 비합리적 신념 변화
-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됨
3단계: 타인을 대하는 방식의 변화
- 타인과의 화해
- 타인에 대한 비합리적 신념 변화
- 타인이 나를 대하는 방식도 변화(가족, 지인, 직장동료 등)
4단계는 또 뭐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아직 제가 알아차리지 못한 게 더 있을 것 같아요!
아마 제 예상에는 타인 몇 사람을 넘어서, 세상을 이롭게 하고 싶어 지는 그런 마음이 들지 않을까 싶어요. (이건 사실 이미 진행 중인 부분)
물론, 심리상담을 받았다고 해서 갑자기 그런 마음이 뿅 생기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각자의 마음 깊은 곳에 이미 있었지만 무거운 돌덩이에 가려지고 억눌려서 발현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상담은 그 돌덩이를 걷어내고, 내가 정말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나는 무엇을 원하는 존재인지를 알게 해 주는, 그런 귀한 경험인 것 같고요.
사실 제 마음 깊은 곳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타인을 돕는 삶'에 대한 지향점이 있었는데 오랫동안 선택의 자유가 없었고 의무와 당위만 가득하다 보니 '나는 남을 돕고 싶어!'가 아니라, '나는 남을 도와야 해!'라는 생각 속에서 남을 도우면서도 고통받는(?) 삶을 살았던 것 같네요.
어쩌면, 다른 사람의 기준에 따라 맞춰진 삶이 아니라 내가 선택하는 삶을 살게 된 것 또한 심리상담의 효과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