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Daylio라는 감정일기 앱으로 약 700일 동안 빠짐없이 감정일기를 작성해오고 있는데요.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정리하는 차원에서도 도움이 되었지만, 하루 동안 있었던 일과 더불어서,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알아차리고 이름을 붙이는 작업을 통해서 마음을 더 잘 돌볼 수 있었어요.
오늘은 감정일기의 효과에 대해서 소개해보려고 해요.
감정일기에 관심이 있으신 분,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 조울증이나 우울증 같은 마음의 어려움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라요.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작업은 모든 변화의 시작이다
1. 감정에 이름을 찾아주었을 때 일어나는 파생효과
1단계)
막연했던 감정들이 조금 더 분명해지면서 기분이 한결 개운해진다.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을 때 그것을 그냥 모호한 채로 남겨두면 머릿속은 더 혼란스러워지고, 기분 나쁜 느낌만 하루 종일 지속될 수가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 내가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도 모른 채 그냥 '요즘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쁘지'라고만 생각하기 쉽죠.
반대로 감정에 이름을 붙이다 보면, 막연했던 것들이 좀 더 분명해지면서 좀 더 마음이 개운해져요.
예를 들면, '아, 짜증 나! 기분 나빠.' 같은 식으로만 생각하고 멈출 게 아니라, 정확히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생각해보는 거예요. 짜증이 났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 들여다보게 되면 수치스러웠을 수도 있고, 억울했을 수도 있고, 서운했을 수도 있고, 자괴감이 들었을 수도 있어요. 때로는 막막하거나 지긋지긋한 마음이 든 걸 수도 있고요.
모호했던 감정에 적절한 이름을 붙이기 위해 고민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좀 더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알아차릴 수 있게 돼요. 가트맨 박사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을 감정이라는 문에 손잡이를 달아 주는 것으로 비유했다고 해요. 감정에 이름을 붙이면 감정의 문을 열고 닫기가 쉬워진다는 의미라고 하네요!
꼭 100% 정확한 감정을 찾기 위해 너무 오래 고민하진 않아도 됩니다. 다양한 감정들 중에 내가 뭘 느꼈는지를 고민해보는 게 중요해요.
감정 형용사 목록은 맨 아래에서 소개할게요!
2단계)
감정이 찾아온 원인인 "생각"을 추적해서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비합리적인 생각은 수정할 수 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기 전에는 모호하기만 한 부정적 감정 속에서 미로처럼 계속 헤맬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나면 내가 그 감정 속에 있는 게 아니라 감정 바깥으로 나올 수 있게 돼요. 다시 말해, 감정이 tangible 한 상태가 되는 것! (만져지고, 내가 조몰락거릴 수 있는)
이렇게 감정 속에서 빠져나오고 나면 다음 작업도 시도할 수 있죠.
감정에 이름을 붙였다면, 감정이 찾아온 원인인 "생각"을 떠올려봐요. 친구가 약속시간에 자꾸 늦어서 짜증이 나면 '내가 왜 짜증이 날까? 어떤 생각 때문일까?' 이 부분을 찾아보는 거예요.
그 사이에는 여러 생각이 있을 수 있어요.
'얘는 배려심이 없어.'
'얘는 나를 늘 무시해.'
'얘는 나한테 안 좋은 감정이 있어.'
이 작업을 꾸준히 하다 보면 '이런 불쾌한 감정은 이 생각으로부터 비롯됐구나'라고 알아차리게 되고, 내가 했던 생각들 중에 다소 비합리적이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수정할 수도 있죠.
'사정이 있어서 늦은 걸 수도 있는데, 내가 너무 얘를 안 좋게만 보고 있는 것 같네.'
3단계)
감정에 무작정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끊어내고 감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2번과 연관되는 내용인데요, 사건으로 인해 감정이 생겼다고 믿는 경우, 나에게 예상치 못한 여러 사건이 찾아올 때마다 계속 부정적인 감정 속에서 괴로워하게 돼요.
하지만, 그 감정이 생각으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자각하고 생각을 스톱! 하거나 다른 관점의 생각으로 바꾸려고 노력하게 되면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좀 더 빠르게 벗어날 수 있어요.
다음번에도 비슷한 생각이 들면서 불쾌해질 때 그 생각을 딱 끊어낼 수 있게 되어서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기가 쉽고요.
물론 꽤 오랜 기간의 노력이 필요하고, 저도 여전히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도, 예전에는 어떤 감정이 찾아오면 그냥 그 감정 속에서 끝없이 흔들렸는데, 지금은 조금 더 빨리 빠져나오는 편이에요.
4단계)
부정적인 감정이 특히 강하게 올라오는 특정한 문제에 대해 알아차리고 문제를 해결해보거나 생각을 바꿀 수 있다.
때로는 내가 특정한 문제에 관련해서는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크게 화를 내고 있다는 것도 발견할 수 있어요. 내 마음을 유독 괴롭히는 특정 문제를 찾아낼 수 있는 거죠!
예를 들면, 이런 걸 알아차릴 수 있어요.
'공정하지 못한 상황에 특히 화가 많이 나는구나.'
'누군가가 시간 약속을 어기면 특히 분노가 치미는구나'
'어떤 일이 내 기대대로 되지 않을 때 짜증이 확 올라오는군.'
소극적으로는 그런 상황을 최대한 피할 수도 있고, 조금 더 마음에 힘이 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시도해볼 수도 있어요. 때로는 내가 설정해둔 나만의 기준이나 원칙이 너무 과도하게 높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고 조정할 수도 있겠죠.
예를 들면, '사람들은 항상 내 기대대로 행동해야 해.', '모든 일은 내가 바라는 대로 되어야 해.', '누구에게도 미움받고 싶지 않아.' 같은 비합리적 신념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부정적인 감정에서 늘 헤맬 수밖에 없어요.
좀 더 평온하고 행복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아래처럼 조금 더 유연하고 포용적으로 생각을 바꿔보는 것도 좋아요.
'사람들이 내 기대대로 행동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모든 일이 내가 바라는 대로 되면 좋겠지만, 항상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아.'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이 있구나. 그런 내 마음을 존중해.'
5단계)
사건과 생각, 감정을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면서 메타인지능력이 길러진다.
메타인지라는 말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말인데요, 자기 자신의 모습을 제삼자가 보듯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살필 수 있는 능력이에요.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 행동이 적절한 것인지 살펴보는 거죠.
메타인지가 낮은 사람은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감정에 사로잡히기 쉽고 자신도 괴롭고, 타인도 힘들게 할 수 있어요.
'악! 짜증 나! 다 때려치워!'
'다 네 탓이야!'
'나는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어!'
이렇게 생각하기가 쉬운 거죠.
반대로 메타인지가 높은 사람은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며 마음을 살피죠. 이 과정에서 감정도 정리되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게 돼요.
나 지금 어떤 마음이지? / 음.... 속상해. / 왜 속상할까? / 아, 그래서 그런 감정이 들었구나! /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었는데...
삶에는 늘 어려움과 고난이 존재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챙길 수 있게 돼요.
6단계)
자기 자신에 대한 통제감이 길러지며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극복하는 성장하는 삶을 살 수 있다.
어렵고 힘든 상황을 만나거나 어떤 일을 잘 해내지 못했을 때 쉽게 좌절하거나 분노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부정적 감정은 꽤 오래도록 이어지고, 다음번에 또 비슷한 상황이 찾아왔을 때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죠.
하지만, 사건-생각-감정의 연결고리를 알고 주로 어떤 감정과 어떤 생각을 느끼는지 파악해서 내가 가진 생각을 조절해주게 되면 어떤 일이 찾아왔을 때 쉽게 흔들리지 않게 되어서 통제감도 느낄 수 있고, 무력감이 훨씬 덜 해요.
내가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내가 바꿀 수 있는 문제라는 걸 알게 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어떤 일을 겪을 때, 배울 점을 찾게 되기도 해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나의 성장을 위한 귀한 경험이 되는구나 여길 수도 있고요.
이 모든 것이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답니다! 물론 하나하나의 단계에 도달하기는 어렵지만, 그만큼 중요하니, 첫 단추라도 꿰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꼭 감정일기를 당장 적으려고 하지 않아도 돼요. 나에게 어떤 일이 찾아왔을 때(그것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나는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지 가만히 내 마음을 살펴봐주는 것만으로도 시작은 충분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종합해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수민 양은 요즘 엄마만 보면 짜증이 납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짜증이 납니다. 그런 스트레스를 게임하는 것으로 풉니다. 그 때문에 엄마랑 더 자주 싸우게 됩니다. 그러다가 수민 양은 우연히 제이피의 브런치에서 '감정일기'에 관한 글을 보게 됩니다.
'나도 감정에 이름을 붙여봐야겠군!'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왜 그런 감정이 찾아왔을까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수민 양.
'내가 요즘 엄마한테 서운한 마음이 많이 드는구나.'
'엄마가 동생에게 먼저 양보하라고 할 때, 엄마는 내 생각은 하나도 안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동생이 태어나고나서부터 난 늘 뒷전이야.'
해결책을 모색해봅니다.
"한번 엄마랑 시간을 내서 대화를 해봐야지. 그럴 때 내 마음이 서운했다고 말해봐야겠어."
감정에 이름을 붙임으로써 변화가 시작된다는 게 조금은 느껴지시나요?
정리
- 감정에 이름을 붙였을 때의 효과
- 감정일기를 쓰면 좋은 이유
1. 모호했던 감정들이 좀 더 분명해지고 기분이 한결 개운해진다
2. 감정의 원인인 '생각'을 추적해서 그 생각을 수정할 수 있다
3. 감정 속에 빠져있지 않고 거기서 빠져나올 수 있다.
4. 특히 내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문제에 대해 알아차릴 수 있다
5. 나를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과정에서 메타인지능력이 길러진다
지금까지 감정에 이름 붙이기가 중요한 이유와 감정일기의 효과에 대해서 알아보았어요. 궁금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 댓글 남겨주시기 바라요. 바쁘고 팍팍한 삶이지만, 잠시 여유를 내어서 내 마음을 알아차려보고 또 따스하게 보듬어주는 오늘 하루가 되시길 바라요.
아래의 감정 형용사 목록을 참고하시면서 오늘 내가 느꼈던 감정들은 무엇 무엇이 있었는지 생각해보셔도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