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은 진실로부터 멀어진다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신다. 오래 마셔온 만큼 나름의 취향이 있는데, 블랙커피와 라테의 중간 정도이다. 그래서 진한 커피에 약간의 우유를 넣어 마신다.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핸드드립 커피를 내렸다. 그런데 우유가 다 떨어졌다. 아쉬움에 냉장고를 뒤져보니 바나나우유가 있었다. 순간 바닐라라테 비슷한 커피가 되리라는 기대를 안고 바나나우유를 넣었다. 바나나와 바닐라는 엄연히 다른 것을. 커피와 바나나향은 그토록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이다. 그런데 나의 작은 모험심은 이미 망쳐버린 커피맛을 살려보려는 쪽으로 발동되었다. 코코아 가루도 넣어보고 설탕도 넣어봤지만 이미 '커피'가 아닌 것이 되어버린 컵 속의 액체는 회생 불가능 상태였다.
방금 나는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커피 한 잔을 만드는 일에도 맛에 대한 탐욕이 들어가니 엉망이 되었다. 커피에서 인생으로의 점프는 좀 과할지는 모르지만 난 분명 오늘 아침 커피맛에 탐욕을 부렸다. 조금 모자란 것을 참지 못하고 기어코 원하는 맛을 쟁취하려고 덜어내어도 부족한 상황에서 자꾸만 무언가를 더하고 또 더해 나갔다. 마음에 욕심이 들어오면 진실로부터 멀어지게 마련이다.
탐하는 마음. 그래서 망쳐버린 내 커피.
인생도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아무것도 들어올 틈 없이 탐심으로 가득 차있으면 해의 따뜻함도 달의 영롱한 빛도 꽃의 어여쁨도 보질 못하겠지.
정성스럽게 내린 커피를 그냥 마셨더라면 그윽한 풍미를 온전히 느끼며 여유로운 아침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커피 한 잔을 잃고, 탐하는 마음을 다스리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얻은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