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ulturing me Jan 17. 2021

위험한 '어른 아이'

흉내를 낸다는 건 진짜를 모른다는 것 | 정서적 부모의 부재

열한   푸들과 함께 살고 있다.  생후   되었을  우리 가족이 되었으니 이젠 눈빛 만으로도 서로를 척척 읽어낸다. 이름은 조세핀. 조세핀과 함께한 지난 시간은 정말 행복했다. 그리고 조세핀을 바라보다 생긴 나의 즐거운 표정이 순간의 인스턴트가 아닌 진짜 표정이 된듯하다.  확실히 동물은 사람이 주는 것보다 훨씬  풍부한 감성을 돌려준다.  반려견과 함께 살다 보니 사회생활로 드라이해졌던 성격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부드럽고 온화해진  같다.  


조세핀과 매일 아침 긴 산책을 하며 서로의 호흡을 느낀다.  걸음걸이로 요즘 무드가 어떤지 알고, 변의 색을 통해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다른 강아지들을 만날 때의 반응으로 스트레스 정도를 파악한다.  이렇게 반려견과의 산책을 즐기다 보니 그전엔 관심 없었던 길고양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새 먼 나라 이야기였던 캣맘들이 이해가 되고 고마운 생각까지도 들었다.


고양이에 대한 관심은 그렇게 피어올랐고 이내 고양이 입양 사이트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급기야 구조된 아기 고양이와 인연을 맺는 상황으로까지 진전되었다. 처음 보았을 때 고양이는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털에 묽은 변이 범벅인 모습이었고 독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냄새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외면했던 것 같다.  엄두가 나진 않았지만, 마음이 떨어지지 않아 일단 집으로 데리고 왔다.


발버둥 치는 고양이와 사투를 벌이며 세 차례 목욕을 시켰어도 냄새가 빠지지 않았다.  결국, 베이킹 소다와 식초가 동원됐다. 그리고 며칠 동안 온 식구는 몸살로 녹다운되었다.  보호소에서도 고양이가 방어를 심하게 해서 아무도 손댈 수 없었다고 했다. 참으로 특이하게 생긴 고양이다.  부엉이를 닮은 얼굴에 긴털은 푸들 강아지처럼 곱슬이다.  천사같이 예쁘게 생겼는데 너무도 거칠게 자기 보호를 하고 있다. 아기동물도 살아낼 힘으로 공격성을 선택하는데 정서적으로 돌봐주는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에 맘이 무거워졌다.  그래서 어른 아이 생각이 떠올랐다.


어른 행세를 하는 아이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경험해보지 않고는 알기 어렵다. 어린아이를 두고 "어쩜 저렇게 어른스러울까?"라는 칭찬을 할 때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왜냐하면 아이가 어른 같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른이 할 일은 칭찬이 아니라 오히려 '아이가 왜 어른스러울까?'를 생각해 봐야 한다.  


어른 역할을 해주는 이가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모른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신이 스스로 어른이 되려고 어른 흉내를 내게 된다. 이러한 아이의 행동을 알아차리려면 관심을 갖고 관찰을 해야 한다. 아이의 발달을 도와야 하는 key stage에는 양육하는 사람의 관심과 관찰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른 아이가 왜 위험할까?  아이들은 자아가 아주 약하다.  자아란 무언가에 적응하고, 선택한 후 행동을 조절하는 기능인데, 자아가 약한 시기에는 양육자가 아이 대신 선택해주고 조절해주며 적응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리고 자아기능이 발달할 때까지 도움의 기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그 기간을 사춘기 전인 아동기까지로 본다. (아동기를 잘 보낸 아이들은 사춘기에 방황을 할 지라도 반드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기간 동안 어른의 충분한 관심과 지도가 없이 자라면 아이는 어떻게 될까?  설익은, 심지어 봉오리도 맺지 못한 자아가 균형 잡히지 못한 채로 살기 시작한다. 그래서 위험하다. 잘못된 방식으로 표현하며  줄도 모르는 칼을 뽑아 자신도 찌르고 상대도 찌르며 생존에만 급급해하며 발버둥 친다.   줄도,  줄도, 즐길 줄도 모르고 경제력 혹은 권력이나 사회적 타이틀 또는 외모나 인정  자신을 대변할 힘을 얻기 위해 몰두한다. 차라리 청소년기에 탈선을 한다는  오히려 좋은 계기를 가져온다. 누구든 관심을 여주는 어른이 주변에 있다면 말이다.


이상기온으로 급속도로 자라 버린 수박은 겉은 만족스러울 만큼 커다랗고 탐스러운 초록색의 수박인데 속은 당도도 없고 향도 없는 수박이다. 이는 충분한 햇빛과 바람, 비, 토양 등의 발란스가 맞지 않아 생기는 일이다. 자아의 성장도 이와 같다면 이해가 쉬울까? 인간, 동물, 식물을 막론하고 모든 생명체에게는 꼭 필요한 과정이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엔 반듯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충분한 시간을 들인 돌봄 뒤에는 스스로 뻗어갈 힘이 생긴다. 그렇게 건강한 자아가 형성되면 저절로 자기의 개성을 드러내게 된다.  우리 가족이  어른 고양이 노릇을 하는 아기 고양이도 건강한 자아를 형성할  있도록  가족이 돕고 있다.  개와 고양이는 앙숙이라지만 조세핀은 꼬리를 흔들며 상처 받은 아기 고양이가 마음을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위로'가 될 술을 '독'으로 만든 여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