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면 일어나는 놀라운 변화

감정 시리즈 1

by culturing me

나는 말을 하는 사람인가? 들어주는 사람인가?

'대화'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마주 대하며 이야기를 주고받음'이라고 되어있다. 다시 말하면 대화란 상대가 있어야 하고 또 서로 말을 주고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상적인 대화와 일방적인 '말 뱉어내기'라는 어떻게 구분될까? 그리고 '말 뱉어내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말을 하면 상대방이 그 말에 화답하는 형태로 주거니 받거니 순환되어야 '대화'이다. 그래야 두 사람의 만남이 밑 빠진 독이 되지 않고, 서로를 담아주는 형태로 관계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모임에 가보면 주로 말을 주도하는 사람이 있고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주도하는 정도가 지나치다 보면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인 말 뱉어내기가 되고 만다. 듣는 쪽은 자신이 말할 타이밍이 안 오니까 그냥 자리만 채워줄 뿐이다. 사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본인이 소화시키지 못한 감정을 상대에게 토해버리는 것이다. 가끔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불편하기도 하고 금쪽같은 내 시간이 너무 아까워 "저기요, 잠깐만요. 여기서 이러지 말고, 카운슬러를 찾아가 돈을 지불하고 실컷 얘기하는 게 어때요? "라고 하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듣다 보면 '정말 저 감정들을 가슴에 담아두고 사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을 때가 종종 있다.


사람들은 점점 대화 상대를 잃어 간다.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들어주는 이가 있다면 삶이 그다지 힘들지 않을 텐데 아무도 들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집에 사는 가족끼리 마음을 알아주기는커녕 대화의 상대조차 되지 못할까? 이는 두어 번 정도 시도했으나 불발되었을 확률이 백 프로다.

가족에게 속 내를 조금이라도 털어놓을라치면 곧바로 걱정 모드다. " 그렇게 하면 안 되지! , 넌 항상 그런 식이야. 네가 잘했으면 그런 일이 있었겠어? 그렇게 마음이 약해서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려고 그래? " 이런 식의 대답이 돌아오면 대꾸할 힘이 없다. 다시는 입을 열고 싶지 않다. 해결해 달라는 게 아니라 그저 말이 하고 싶었을 뿐이다. 입은 닫고 있더라도 귀만 좀 빌려달라는데 그게 그렇게 힘든가 보다. 집에서 말을 못 하는 사람에게 집은 안식처가 아니다. 마음을 집에 두지 못하니 밖으로 돌 수밖에. 그렇다 보니 이 사람 만나서 이 얘기, 저 사람 만나서 저 얘기. 결론도 문제도 아닌 실체가 없는 유령 같은 얘기들이 둥둥 떠다니며 듣는 사람들을 괴롭힌다. 이를 '지껄인다'라고 한다. 별생각 없이 내뱉는 말들.


들여다보면 이런 사람 중에는 예민한 사람들이 많다. 이 예민함이 창작으로 발현되면 예술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타고난 예민함이 주변 상황이나 현실에 눌려 건강하게 싹을 틔우지 못하면 신경성 증상으로 진화된다.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는 예로는 두통, 불면증, 허리 통증, 소화불량, 우울증, 틱장애 등이 있다. 병원에 가봐야 원인은 늘 '신경성'이다. 사람에게는 타고난 본성이란 것이 있는데 이는 바뀌지 않는다. 이 본성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반드시 표현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본성을 표현하지 못하면 만성적인 신경증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신경성 증상은 자기의 본성을 알고 그것이 건강하게 표현하면 거짓말같이 싹 없어지기도 한다.


건강하게 해소된다는 것의 출발점은 자기의 마음을 말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솔직하게 표현하면 대화가 안 될 리가 없다. 하지만 겸양지덕의 유교문화 영향으로 인해 우리는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모른다.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것에 참으로 익숙하다. 그래서 솔직한 감정 옆에 있는 전혀 상관없는 감정을 얘기하다가 상대방이 못 알아주면 목소리가 커지고 이내 짜증을 내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 (남편과 아내)

남자가 TV를 보다가 말했다.

"와 저 음식 너무 맛있겠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내는 바쁘다. 남편이 원하니까 꼭 해줘야지.

사실 남편은 해 달라고 한 적이 없다. 그렇게 남편이 요구하지도 않은 이런저런 것 들을 앞장서서 해결해 주어도 남편의 사랑이 돌아오지 않자

아내는 점점 까칠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짜증으로 발전하고 분노로 몇 번 폭발하더니 아예 입을 닫아 버린다. 심지어 남편을 미워하게 된다.

남편은 도대체 뭐가 문제냐고 묻는다.

아내는 말한다. " 내가 가족을 위해 이렇게 열심인데 당신은 고마운 줄도 모르지?"


사실 아내의 마음속에는 "난 당신을 사랑해서 당신이 원하는 건 다 해주고 싶어. 나 좀 사랑해줄래?" 였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은 이조차도 입 밖으로 내보내지 못한 채 잡아둔다. 솔직했으면 관계가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위 상황에서의 문제는 아내가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사랑하는 가족끼리도 이중 언어를 쓰며 살고 있다.

자신에게 솔직하다는 것은 자기감정을 각색 없이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그것이 건강한 개인과 건강한 관계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본성을 표현하는 창조의 밑거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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