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이 많아지는 현실

책임과 의무는 싫고, 권리만 주장하는 피터팬들

by culturing me

최근 글에서 '어른 아이'라는 소재를 여러 번 다뤘던 이유는, 우리 주위에 '어른 아이'가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서적 균형을 갖춘 건강한 어른이 되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도 늙지 않는 네버랜드를 찾아 떠나는 피터팬. 이젠 동화 속의 이야기가 현실로 옮겨져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동화처럼 되어가고 있다. 외모가 늙지 않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은 것처럼 정신적 성장이 멈춰 있는 사람도 쉽게 만날 수 있다.


현대사회는 점점 자기 한 몸 책임지기도 힘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치열한 현실에서 무엇을 이뤄내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현실에 부딪혀 어려움을 극복해 내는 힘이 있는 사람들이다. 어렵다는 것과 못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부모일수록 자식을 고생시키지 않으려고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회피하도록 돕고 유도한다.


부모의 이런 시도는 오히려 자식들을 일정한 수준의 환경을 벗어나면 생존하기 어렵게 만든다. 성인임에도 현실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일들을 회피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피터팬 증후군'이라고 한다. 마음이 어리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은 본인에겐 너무도 큰 파도로 느껴져 현실에서 도망쳐 버린다. 그래서 피터팬 증후군의 대표적 증세는 의존과 회피다. 경제적인 난관에 봉착하거나 해결하기 힘든 일이 생기면 상황을 회피하고 부모님이나 주변인에게 의존한다. 그리고 이것이 신세 지는 것이란 생각을 하지 못하고 당연함으로 여긴다.


이들에게는 책임감보다는 외형적인 평가가 더 중요하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할 거야"라는 접근 방식을 가지고 있다. 책임과 의무에 대한 의식은 없고 자신의 권리만을 주장한다. 피터팬 증후군의 사람은 몸은 어른이나 마음과 생각이 어린아이에 멈춰있기 때문에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책임져야 할 일이 커지면 도망과 회피로 일관한다. 예를 들어 또래의 정상적인 어른으로 사는 사람을 만나 자극을 받는다고 하자. 이때 자신의 능력을 생각하기보다는 자신도 남들에게 더 나은 사람으로 어필해 보려고 현실에 맞지 않는 과도한 시도를 한다. 그 결과 해결할 능력이 없어 결국 일을 그르치거나 그 책임을 남에게 떠넘겨버린다. 또한 작은 실수에도 혼날까 봐 그럴듯한 핑계를 대고 남 탓으로 일관하며 자신을 상황의 피해자로 만든다.


사회적 변화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적응 못하는 자신의 행동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스스로 특별한 사람인 양 포장하고 정당화하기도 한다. 세상을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수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하지만 진정한 어른이라면 이를 해결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삶이 고되고 힘들 수는 있어도 상황을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피터팬 증후군 사람들에게는 세상엔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고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누구에게든 야단맞을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 아래 자신을 가두고 있다. 부모가 되었음에도 어린아이였을 때 무서운 부모를 피해 도망 다니던 패턴을 반복하며 사회 탓, 부모 탓, 상대방 탓하며 살게 된다. 이렇게 현실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지 못하고 회피를 거듭하며 살고 있는 어른을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 자신의 행동과 생각이 정상적이지 않음을 인지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현실 문제에서 어려움에 자주 부딪히는 이러한 피터팬들을 두고 상담사들은 말한다. 스스로 받아들이라고. 하지만 이는 참 어려운 말이다. 왜냐하면 이런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이유를 알지 않으면 해결을 위한 첫걸음을 뗄 수 없기 때문이다. 피터팬들은 사회 시스템과 이를 따르는 부모들의 훈육방식 오류로 인해 나이에 맞는 시행착오를 거칠 기회를 박탈당해 자신의 개성을 못 찾았을 가능성이 크다. 자기를 찾아가는 기회를 부모들에게 더 크게는 사회가 정해 놓은 교육시스템에 빼앗겼기 때문에 현실에 닻을 내리는 방법을 모른다.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 세상의 잣대로 매 순간 평가받으면 개성은 말살될 수밖에 없고 자기 계발의 기회는 점점 더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하지 말아야 될 일이 너무 많이 제시되고, 공부만 잘하면 잘 자란 것으로 착각을 하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내는 것에 시간과 노력 그리고 영혼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고유한 개성을 살릴 기회를 잊어버린 것에 대해선 어떻게 보상을 받아야 할까?


매 순간 평가를 받는다면 인간은 겁쟁이가 될 수밖에 없다. 즉, 용기가 쇠퇴하고 세상의 잣대 또는 이미 정답이 주어진 박스에 자기를 가둬 스스로의 생각과 행동을 미리 평가해보고 틀에 맞추어 가는 패턴이 고착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은 어른이 되어도 어린이로 사는 방법 외엔 알 수가 없다. 부모의 간섭 없이 다양한 상황을 통해 스스로를 넓혀가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없으니 알 리가 없지 않을까?


그들이 철들길 바라는 마음과 대신 해결해 주려는 것은 그들을 계속 제자리에 머물게 할 뿐이다. 지금이라도 스스로 자신을 인지하고 빠져나오게 하려면 그들이 핸들 할 수 있는 작은 책임을 지워보는 일부터 시작해 보자. 이렇게 작은 계기를 통해서라도 스스로 찾아가는 경험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면 평생 상상 속의 네버랜드에서 살 수밖에 없다.


주변의 평가로 인한 중압감에서 벗어나서 용기를 갖고 현실을 살게 되는 것이 인생의 참 맛을 즐기는 첫걸음이 아닐까? 완전체의 인간은 없기 때문에 어떤 사람에 대해서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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