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은 봄이라 그런지 몸이 근질근질하다. 유형으로 사람을 나누는 게 어찌 보면 부질없지만 이 타이밍에 나를 이해시키기에 가장 적절한 말일 것 같아 써본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다. 아침시간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그리 힘들지 않다. 아침 6시면 눈이 떠지고 한 20분 정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별생각 없이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다 잠을 깬다. 그리고 냉수 한잔 마시고 걸으러 나간다. 다행히 산과 한강이 바로 집 앞이라 걷는 길을 선택해서 날씨와 기분에 따라 노선을 바꿀 자유도 있다.
걷는 걸 즐기게 된 것은 어린 시절 사고로 약해진 근육을 강화시키기 위한 재활훈련으로 시작되었다. 그냥 걷는 게 좋았다. 그게 나에겐 습관이 되었고 이 습관은 육체와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아우 아침부터 어딜 그렇게 걸어?" 하던 친구가 여기저기 몸이 안 좋아졌다. 의사 선생님의 조언은 " 걸으세요"였다. 그 이후로 걷는데 동참하게 된 친구는 요즘 나 보더 걷기에 빠져있다. " 아침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몰랐어" 책을 만드는 직업을 갖고 있는 그녀는 밤샘 작업이 잦았다. 밤새 글을 쓰고, 새벽에 잠들다 보니 아침을 일찍 맞이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면 불과 함께 걸은지 4개월 만에 그녀의 라이프 스타일은 천지개벽을 했다. 걷기 시작하면서 조금 더 이른 아침이 보고 싶어 졌단다. 통상 아침 11시에 기상을 하던 그녀가 7시에서 6시로, 6시에서 새벽 5시로 그녀의 기상시간은 점점 일러졌고, 밤문화의 가무를 사랑해 올빼미중의 올빼미였던 그녀가 저녁 10시면 잠자리에 들게 됐단다.
평생을 대체적으로 6시 기상 10시 취침의 안정된 패턴을 갖고 있었던 나로서는 그 패턴이 가져다주는 양질의 컨디션에 그다지 감사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정 반대 패턴의 삶을 살아보던 그녀의 생생한 경험담을 듣고 보니 진정한 위너는 그녀란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밤문화에서 아침 문화로 삶을 이동시켰다. 거의 50년의 삶의 습관을 이동시킨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우린 새벽 5시에 강원도 철원의 한탄강 줄기를 걸으며 각자의 사색을 존중하기 위해 입을 다물었다. 그때 손톱만 하게 태양이 산등성이에 올라앉나 싶더니 금세 중천에 떠올랐다. 그 순간 어두침침함은 사라지고 빛의 밝은 에너지가 느껴졌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봤다. " 그래... 이 힘이구나! "
빛은 어둠을 삼켜버린다. 그리고 자연의 모든 만물에게 더 강력한 에너지를 준다. 밝음을 경험한 사람은 어둠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과거에서 떠나온 자온 자는 과거에 머무러 있는 자에게 귀 기울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