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몰라도 옆사람은 아는 이상행동

공격적인 행동엔 이유가 있다

by culturing me

저녁 준비를 하면서 호박전을 부칠 생각으로 호박을 썰었다. 나도 모르게 보통 때보다 칼질하는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탁탁탁... 거실에서 숙제하던 딸이 한마디 한다.
"꼭 그렇게 호박에다 신경질을 내야 해? "

"내가 언제?"
"딱딱하지도 않은 호박을 그렇게 큰 소리 나게 칼질하는 거 보면 모르겠어? "

아니라고 우기던 마음을 이내 접고 생각에 잠겨본다. '이상하네.. 왜 자꾸 공격성이 나타나지?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나?' 분명 호박에다 화풀이를 한 게 맞다.

최근에 자주 공격적인 자신을 발견한다. 카페인에 약한 체질인데도 최근 부쩍 커피를 많이 마셨다. 내 안의 공격성이 나로 하여금 무의식적으로 커피를 찾게 했나 보다. 나의 이상 증세는 말이 빨라지고, 목소리가 커지고, 한 번 설명한 얘기를 상대가 알아듣지 못했다고 생각되면 더 큰 소리로 더 빠르게 설명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말귀를 못 알아듣는 상대를 답답해하며 대화의 톤에 약간의 짜증이 가미된다. 이런 내 모습이 나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무의식은 마음의 상처를 이상 행동으로 나타낸다. 그래도 이상 증세를 알아차렸으니 다행이다. 적어도 개선해볼 궁리를 할 테니 말이다. 인간의 몸과 마음은 정말로 오묘하다. 뭐 하나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다. 작은 돌멩이 하나가 신발에 들어가도 감각신경에 의해 바로 불편함을 느낀다. 온 감각은 돌멩이 하나에 집중돼 신발을 털어 돌멩이를 제거하지 않고서는 다른 일에 집중을 할 수가 없게 만든다. 하지만 미묘한 감정의 불편함은 그 순간 자각하지 못하면 그 후에 밀려오는 다른 감정들로 인해 놓쳐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해결되지 못한 채 지나쳐버린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는 사라지지 않고 옅고 짙은 그림자로 마음속에 고스란히 쌓이게 된다.

손가락이 베이면 반창고라도 붙여서 상처를 아물게 하겠지만, 해결되지 않은 마음의 상처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림자가 짙어져 공격적인 행동으로 드러나게 된다. 이처럼 공격성은 분명 마음의 상처로 생긴 부정적인 감정의 표출이다. 이러한 공격성은 자각 없이는 혼자서 해결하기 쉽지 않다. 때문에 여자는 평소에 신뢰하던 가족이나 친한 친구 등 특정 대상에게 수다, 질투, 시비, 짜증, 비난 등으로 무단 투기하듯이 감정을 쏟아내거나 본인이 고객이 되는 상황에서는 직원들에게 함부로 행동을 하기도 한다.

반면 남자는 운전하며 욕설을 퍼붓거나, 가족들에게 거친 행동 혹은 무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더 나아가 사회생활을 하며 외부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정도에 따라 그림자가 많이 쌓여있다면 외도, 가족 학대, 도박, 알코올, 게임중독 그리고 이기적으로 쾌락을 즐기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성관계를 그림자 해소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사랑이 아님을 여성들도 자각해야 한다. 그 부정적인 욕구 분출을 여성이 고스란히 받는다고 생각해보자. 그 관계는 정서적으로 건강한 관계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내 집 앞 쓰레기는 내기 치우자'라는 말처럼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은 자신이 해결해야 하는데, 이는 말처럼 쉽지 않다. 우선 내 안에 있는 부정적인 감정을 스스로 자각할 줄 알아야 하고, 남에게 돌리던 습관을 자신에게로 가져와야 한다. 그리고 그 감정을 가만히 느끼며 그 안에 한참을 머무르다 보면 진짜 감정이 올라온다. 그렇게 성찰을 통해 결국 그 상처는 상대가 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약한 부분이 건드려진 것임을 알고 인정해야겠지만 이 또한 쉽지는 않다. 담배가 육체적 건강에 해로운 것은 분명하지만 가슴속에 스며든 부정적인 감정을 내뱉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돕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담배가 몸에 나쁘다고 대체할 것 없이 무작정 끊는 것은 오히려 정신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오늘 다짐해도 내일 다시 어리석어지는 것이 인간인데 어쩌겠는가? 단단한 마음으로 중심을 잡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차라리 공격성을 나타내는 사람 옆에서 힘들어하지 말고 적당히 피하는 게 좋은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남의 부정적인 감정을 내 맘에 담아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나는 왜 저녁상을 맛있게 해 줄 호박에게 화풀이를 했을까? 호박을 세게 내리치고 싶은 부정적인 감정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나 생각해보니 나도 어딘가에서 받았을 상처를 곱씹고 있었나 보다.

우이씨! 허공에 대고 욕 한번 내뱉는 것으로 해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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