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듯 하지만 전혀 다른 감각과 성격
감각이 예민하다는 것과 성격이 예민하다는 것은 아주 다른 얘기다.
감각의 예민함은 예술가들에게서 쉽게 나타난다. 일반인은 지나쳐 버릴 정도의 작은 차이도 구분해낼 수 있는 감각능력을 갖고 있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반면에 성격이 예민하다는 것은 수용할 수 있는 폭이 좁은 경우이다. 마음으로 통하는 길이 뻥 뚫려 있지 못하고 아주 작은 문만 하나 있다고 하자. 당연히 좁은 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부딪히는 대상이 많을 수밖에 없다.
감각의 예민함과 성격의 예민함을 구분하게 되면 자신을 비롯해 주변 사람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진짜 어른인지 아직 '어른 아이'인지도 구분할 수 있다. 유난히 예민하고 뾰족한 반응을 자주 보이는 사람은 세상을 보는 시선이 유연하지 못하고 삶이 폐쇄적인 경향을 보인다. 한편 감각이 예민하다는 것은 오감, 더 나아가 육감이 발달해 있다는 의미이다. 이런 사람들의 삶은 개방적이고 풍요로울 확률이 높다. 감각이 예민한 사람을 성격이 예민한 사람과 같은 급으로 이해한다면 그 사람의 많은 부분을 알지 못하고 놓치게 된다. 특히 예민한 감각을 갖고 태어난 아이를 잘못 돌봤을 경우엔 성격이 예민한 아이로 자랄 수 있다. 이처럼 이 둘의 차이를 잘 알고 상대를 대한다면 관계의 질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반응이나, 말에 상처를 받는 사람은 성격이 예민한 사람이다. 내면의 숨기고 싶은 상처를 상대가 건드리면 과하게 반응을 일으키거나 겉으론 반응을 안 해도 왜곡된 생각으로 스스로에게 상처를 준다. 이는 많은 부분에 기준을 높이는 것으로 자기 방어를 하고 마음이 닫혀있으니 수용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육감이 발달해 있는 감각이 예민한 사람은 사물이나 상황에서 남들이 못 보는 것을 창의적으로 인지하고, 맛, 멋, 향기, 비주얼, 촉감을 자유자재로 느낄 수 있다. 그 느낌을 일상생활에서 마음껏 창조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개방적인 삶이다.
감각이 유난히 잘 발달된 아이를 양육하며 감각의 가치를 터부시 한다면 아이의 고유성을 말살시키고 까칠하고 사회성이 발달되기 힘든 폐쇄적인 어른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즉, 느끼는 것에만 멈추어 있고 행동으로 옮겨 현실로 창작물을 발산해 내지 못하니 신경과민으로 더 성격이 예민한 사람이 되어갈 수도 있다.
감각은 타고나는 것이다. 이것은 어린 시절 어떠한 자극을 경험했느냐에 따라 줄기가 다르게 자란다. 갓 태어난 아기 때부터 TV나 라디오등 기계음을 듣고 자란 아이들은 기계소리에 익숙해져 사람의 말소리나 자연에서 오는 바람소리, 새소리, 파도소리 등에는 크게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또한 어린 시절에 구타나 학대를 당한 아이들은 어들이 되어서도 스킨십을 두려워한다. 사람이 다가서면 한 발짝 뒤로 물러서거나 서로 피부가 닿는걸 공포스러워하는 것도 감각의 첫 경험에서 오는 것이다. 그리고 인스턴트 음식을 많이 먹고 자란 아이들은 식자재의 풍미를 잘 모른다. 결벽증 엄마를 둔 자녀들은 색감이나 패턴이 주는 아름다운 느낌이나 그것을 통해 다른 사물을 연상하며 그 속에서 놀기보다 패턴, 색감 등을 배제하고 단색적인 차가움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취향이라는 말로 뭉뚱그리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예민도에 따라 취향도 형성이 된다. 모던과 심플을 추구하는 사람보다 색감과 오브제를 좋아하는 사람이 따뜻한 감성을 갖고 있다.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 일 수록 거슬리는 게 많기 때문에 오브제와 색감을 기피한다. 그래서 사람을 알기 전에 그 사람이 사는 집을 가보면 설명하지 않아도 그 사람이 드러난다.
철학자 칸트는 감성 sensibility를 아래와 같이 정의했다.
“감성이란, 외부로부터의 모든 감각적 자극을 받아들여, 지금 여기서 라든가 아까 거기서라는 식으로 시간적·공간적으로 정리하는 능력이다. 감성이 이렇게 정리한 것은 생각하는 힘인 '지성(知性)'에 소재로서 제공된다.”
이렇듯 예민한 감각으로 감성이 잘 발달된 사람은 현실 수용력이 뛰어나다. 외부로부터 발생되는 여러 가지 일들을 있는 그대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과거에 빠져있지 않고 현재를 산다. 그리고 그 구슬을 잘 꿰어 지성으로 연결할 수 있으니 다양한 창조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감성과 지성이 충만한 용기 있는 아티스트의 예로 전 세계를 순식간에 뒤집어 놓고 있는 악동 아티스트 Banksy를 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