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과 무소유 사이의 자유

갖고 싶은 욕구와 버리고 싶은 욕구

by culturing me

물건은 정말 지긋지긋하다. 어린 시절부터 해외 생활을 시작해 여러 나라에서 살았다. 결혼 전 그리고 결혼 후에도 쭉 보헤미안의 삶을 살았던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새로운 나라에 정착할 때마다 그 나라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세간살이들이 늘어났다. 그 많은 짐들이 중년이 되어서는 이리저리 치일 정도로 많아졌다. 우리 가족은 예쁜 걸 참 좋아했다. 패션회사에서 일했었으니 당연히 옷, 구두, 가방, 장신구 등 패션 아이템은 이루 말할 것도 없으며 신랑은 가구를 수입하는 일을 했었으니 수입 가구며 집안용 소품들은 그야말로 우리에겐 견물생심이었다. 좋아서 사고, 흔하지 않아서 사고, 이쁘면 사고, 갖고 싶어도 사고, 유행이 지나면 지루해서 사고 그렇게 사재기를 하는 건 줄도 모르고 소비를 하며 살았었다. 소비심리의 뒤엔 근본적인 본능인 자유함이 방해를 받으니 점점 더 소비로 역기능을 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산을 오르기 시작하며 내가 달라졌다. 처음엔 강아지를 산책시키기 위해서 시작된 산행이 이젠 삶의 가장 큰 가치를 부여하는 생활습관이 되었다. 산을 오르다 보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그곳에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산에서 즐기는 바람 냄새, 나뭇가지의 흔들림, 하늘, 햇살, 철철이 피는 꽃들 그리고 비가 오면 비와 함께 산속의 싱그러움에 젖고, 눈이 오면 설경에 감동이 일고, 바람이 불면 풀냄새에 취해 향수 냄새가 역겹게 느껴지게 되었다.


그리고 '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자연은 자기의 '때'에 자기가 할 일을 한다. 아마도 나는 나의 '때'에 내 일이 아닌 며느리, 직장인, 엄마, 아내, 딸 등의 타이틀로 대부분 남의 일에 몰두했던 것 같다. 자연이 알려준 깨달음 후 그 예쁜 물건들이 자연이 주는 레슨만큼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 당연히 백화점으로의 발길도 자연스럽게 끊어졌다. 그리곤 소비욕구의 자리는 무소유 욕구가 차지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사람의 성격이 보인다. 마음이 자유롭지 못하고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짐이 꽤 많다. 혹은 쇼핑을 할 요량으로 큰 트렁크를 챙기는 사람들도 있다. 본인은 이러저러한 과정 끝에 짐을 들고 다니지 않는 여행자가 되었다. 작은 배낭 하나면 족하다. 기간은 상관이 없다. 작은 배낭 하나에 소정의 옷가지 그리고 아주 요긴하게 쓰이는 스카프, 모자와 속옷 가지, 화장품 샘플 소량이면 끝이다. 그나마 입던 옷들은 오기 전에 도네이션 숍에 기부를 하거나 낡은 것은 버리고 돌아온다.


그렇게 가볍다 다니다 보니 여간 편리한 게 아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그때그때 현지 조달이 가능하니 짐을 짊어지고 다녀야 하는 수고를 떨쳐버리게 되었다. 쓸데없는 수고의 자리에 쓸데 있는 수고가 하고 싶어 졌다. 어린 시절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스님은 인생을 재미없게 산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materialistic 한 사람들의 시각으로 보면 나야말로 재미없게 사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다시 그전의 소비적인 삶의 패턴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무소유의 자유함을 경험해 보면 물건들과 나의 자유를 바꾸고 싶지 않다. 물건을 사기 위해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못할 테고,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노동력이 자유롭지 못할 테고, 소유욕에 마음을 빼앗길 테니 물건들에게 내 자유를 담보 잡히고 싶지 않아 졌다.


그리고 갖고 있는 물건을 대할 때마다 "나한테 필요한가?"를 생각해보고 정리를 한다. 그럴 때마다 내 자유의 반경이 넓어짐을 느낀다. 그래서 자동차를 처분해 볼까도 고민 중이다. 이제는 정시에 출퇴근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줘야 하는 상황에서도 벗어났기에 자동차가 굳이 필요치 않은 라이프 스타일로 자연스럽게 전환이 되었다. 자동차를 소유하면 그 또한 관리 대상이기도 하고 내 두 다리를 사용해야 할 기회를 자동차가 빼앗아가니 그로부터도 자유로워지고 싶다.


혹시 지금 행복하지 않다면, 욕심과 탐욕이 가로막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자. 물질을 예로 들어 언급했지만,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는 마음도 욕심이다. 내 손을 뻗어 내 맘대로 조절할 수 있는 정도의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 간다면 굳이 행복하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우리는 각자 자기의 마음과 자기 삶의 반경만 책임지면 된다. 남이 져야 할 책임도 내가 져 주려고 과도한 희생을 하며 물에 젖은 무거운 솜뭉치를 짊어진 낙타처럼 살고 있지는 않은지....

여행자의 옷장

이전 20화현재를 살고 있는거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