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일 말고, 나를 위한 목표

중년의 체중 감량 도전이 가져온 작지만 큰 전환

by 중년의 모험가

회사를 다닌 이후로는 대부분의 도전과 노력의 방향이 회사 일에 맞춰져 있었다.


내가 세운 작은 목표나 시도했던 도전들도 회사 일이 고단하다는 핑계 앞에서 대부분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신년 계획 자체를 세우지 않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30대에는 한 해가 끝나는 12월이면, 새해에 무엇을 새로 배울지, 어떤 목표에 도전해 볼지를 계획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연례 행사 중 하나였다. 영어 시험 점수를 얼마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거나, 원어민처럼 말해 보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수영이나 요가 같은 운동을 배우거나, 악기를 하나 시작해 보겠다는 식으로 늘 뭔가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목표를 잡았다.


40대가 된 이후 세운 신년 목표 중 기억에 남는 마지막은, 아마 3년 전쯤 세웠던 ‘새로운 언어를 배워 보겠다’는 결심이었던 것 같다. 의욕적으로 인터넷 학습 사이트 1년 이용권을 결제했지만, 실제로 열심히 공부한 건 석 달 정도였고, 그뒤로는 흐지부지 3년이 흘러가 버렸다.


회사 일이 바쁘고 고단하다는 것도 이유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현재에 안주하게 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 삶의 방향을 바꾸는 일에는 더 큰 용기와 노력이 필요해지는 것 같다.


신년 계획은 아니었지만, 최근에 시작해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도전 하나가 있다.


바로 체중을 줄이는 일이었다.


이 도전은 단순히 몇 킬로그램을 빼는 수준이 아니라, 나의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바꾸는 일이었기에 그만큼 큰 결심과 노력이 필요했다. 회사를 다니며 맛있는 음식은 제대로 다 챙겨 먹으면서도 운동은 거의 하지 않다 보니, 체중은 서서히 늘어났다.


어느덧 4년 전부터 혈압약을 먹기 시작했고, 병원에 갈 때마다 의사 선생님께 “살을 빼셔야 합니다. 지금은 혈압만 문제지만, 이 상태가 계속되면 당뇨도 오실 수 있어요.”라는 말을 들었다. 머리로는 살을 빼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사는 게 고단하다’는 핑계로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연초에 당화혈색소 수치가 오르고, 혈압약을 먹는데도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는 상황이 찾아왔다. 아찔함을 느낀 그때부터 정말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체중 감량을 시작했다.


이전에는 거의 관심도 없었던 칼로리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하루 섭취 열량을 대략 1,500킬로칼로리 수준으로 관리해 보려고 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예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던 음식들의 칼로리를 찾아보고, 하루 동안 먹은 음식들을 앱에 기록하며 대략의 섭취량을 계산해 보기 시작했다.

아침은 원래 잘 먹지 않고 점심을 든든히 먹는 편이었지만, 요즘은 삶은 달걀 두 개를 꼭 챙겨 먹으려고 한다.

점심도 바꿨다. 예전에는 회사 구내식당에서 주는 밥을 바닥이 보이도록 싹싹 긁어 먹는 편이었는데, 회사 점심 한 끼가 1,000킬로칼로리를 훌쩍 넘는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그동안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 뒤로는 칼로리가 높은 회사 급식이나 외식은 최대한 피하고, 간단한 도시락을 준비해 가져가 점심 칼로리를 관리하고 있다.


오후 네 시쯤이면 늘 간식을 찾아 헤매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그 시간도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아침에 방울토마토를 잘 씻어 용기에 담아두고, 출출해지면 그것을 꺼내 먹는다. 군것질을 완전히 끊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예전에 비하면 양을 꽤 줄였다고 스스로 뿌듯해하고 있다.


식사량을 줄이면서 체중이 빠진 것도 있지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배부름’에 대한 기준이다.

예전에는 매 끼니를 든든하게 채워야 직성이 풀렸다면, 이제는 칼로리를 의식하며 먹다 보니 대략 60% 정도만 먹어도 충분하다는 것을 몸으로 알게 되었다. 예전보다 훨씬 덜 먹으면서도, 오히려 더 가볍고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운동은 무리해서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았다. 일상에서 낮은 층수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일주일에 한두 번 헬스장에 가서 가벼운 근력 운동을 하는 정도였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격렬한 운동을 추가로 하지는 않았지만, 식습관과 생활 습관이 바뀌면서 체중은 조금씩 줄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혈당 수치는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 몇 년간 꾸준히 먹던 혈압약도 이제는 끊어도 되겠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따라 중단하게 되었다.


이 작은 성공은 생각보다 큰 심리적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회사 일이 아닌, ‘개인적인 영역’에서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성과를 냈다는 점이 오래 묵은 자신감을 깨우는 느낌이었다. 몇 년 만에 “내가 새로운 도전을 해도 다시 실패로 끝나지 않을 수 있겠다”는 믿음이 조금씩 생겨났다.


체중 감량을 통해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몇 년 만에 내년 신년 목표를 하나 세워 보려 한다. 내년에는 운동을 지금보다 한 걸음 더 적극적으로 해 보자는 것이다.

물론 예전처럼 두세 달 지나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있다. 내년 하반기가 되었을 때 “그런 계획을 세우긴 했었나?” 하며 까맣게 잊고 지낼지도 모른다.


그래도 올해의 도전과 성공이 내 안에 작은 용기의 씨앗을 심어 주었다고 믿고 싶다.

그 씨앗이 말라버리지 않도록, 다시 한 번 조심스럽게 물을 주듯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해 보려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느려도, 예전의 나와는 조금 다른 내년을 살아보기 위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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