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가 만들어낸 착각들

물건을 버려도 추억은 남는다

by 중년의 모험가

근무 지역이 바뀌는 바람에 급하게 살고 있던 집의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다.


주중에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며 혼자 살다 보니, 꼭 필요한 물건을 어쩔 수 없이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짐을 싸다 보면 늘 비슷한 생각이 든다.
‘왜 이렇게 물건이 많지?’
‘이건 언제 산 거지?’
‘언제부터 가지고 있었을까?’


지역 이동이 있을 때마다 이 질문들을 반복하며, 힘들게 짐을 싸서 보내고 또 새로운 곳에서도 그대로 모시고 살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미니멀한 삶을 살기로 결심했으니, 중고 거래 앱을 통해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하나둘 정리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예전에 어디선가 “사람은 자신이 소유한 물건의 가치를 실제보다 높게 느낀다”는 말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 그 말을 실감했다.


애정이 없던 물건들은 앱이 추천해주는 가격보다 약간 낮게 등록하니 금세 팔렸다.
반면, 애정을 느끼는 물건들은 내가 생각하는 가격이 늘 추천가보다 높았고, 그 고집스러움 덕분에 판매되기까지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렸다.


이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나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가치 있는 물건들이 집 안에서 자리만 차지하며 그 가능성을 낭비하고 있었고, 반대로, 지금의 나에게는 쓸모없지만 과거의 추억이나 편애 때문에 계속 곁에 두고 있었던 물건들도 있었다.


책에서만 보던 몇 가지 개념들이 내 일상 속에서 또렷하게 확인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 내가 소유한 물건의 가치를 실제보다 높게 보는 소유 효과,

- 물건을 보면 그와 얽힌 기억까지 버리는 것 같아 망설이게 되는 기억의 매개체 효과,

- 실제로는 필요 없지만 감정적인 이유로 붙들고 있는 감성적 클러터(감정적 잡동사니) 같은 마음들을 직접 몸으로 느끼는 기회가 된 것이다.


이번 근무지 변경에 따른 짐 정리는 단순한 이사 준비가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공간에 어떤 물건들을 들여놓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물건들의 진짜 가치는 무엇인지’를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결국 버리는 건 물건일 뿐, 그 안에 담긴 시간과 감정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을것이다. 물건을 버린다고 추억이 버려지진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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