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한줌 비워갑니다

책상 위의 여백

by 중년의 모험가

사무직 생활이란 결국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 자리에서 노트북 앞에 앉아 보내는 시간이다.


최근 자리를 옮기며 짐을 정리하게 되었는데, 불필요한 서류들을 파쇄기에 넣고 나니 작은 서류 봉투 두 개와 노트북 가방 하나만 남았다. 처음 이 자리로 올 때는 A4 박스 한 개 분량의 짐을 들고 왔었는데, 그 사이 꽤 많은 것을 비워내며 이제 제법 간소한 공간이 되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와닿았다.


자리를 옮긴 지 일주일쯤 지나자 함께 이동한 동료들의 짐이 하나둘 도착하기 시작했다. 엄청 큰 박스가 두 개나 되는 사람도 있어, 내 자리와 서랍이 저렇게 많은 물건을 감당할 수 있는 공간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멍하니 그 이삿짐 박스를 정리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오래 함께 지내던 동료 한 명이 다가와 말했다.


“팀장님은 예나 지금이나 짐이 없으시네요.”

“일은 노트북으로 하는데 뭐가 더 필요하겠어요. 회사가 집도 아닌데요.”

농담 반 진담 반의 대답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퇴근길에 낮에 있었던 이 장면을 떠올리며 문득 궁금해졌다. 회사라는,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사람들은 왜 책상을 자신의 스타일로 꾸미면 업무 효율이 올라간다고 믿는 걸까?


아마도 그 속에는 환경을 조금이라도 통제할 수 있다는 안정감을 갈구하는 마음이 깔려 있을 것이다.

나에게 그 방법은 노트북과 텀블러 외에는 아무것도 두지 않는 간소함으로 심리적 여유를 느끼는 것이고,

누군가는 좋아하는 사진이나 그림, 캐릭터 피규어, 작은 식물을 놓아 위안을 얻는 정도의 차이 아닐까.

직장의 익명성과 반복 속에서 책상은 유일하게 ‘나의 영역’이 되며, 그 안에서 오는 주도권 감각이 스트레스를 낮추고 집중을 돕는다고 하니 인정할 만하다.


물론 마음의 안정을 위해 책상을 꾸미는 것이 어느 정도 효율적일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정리된 공간이 주는 시각적 편안함이나 개인 물건이 불러일으키는 정서적 균형은 ‘생산성을 높이는 플라시보’와 같은 효과를 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꼭 특정 물건이 있어야만 안정감을 느낀다는 점은 여전히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나의 미니멀한 책상처럼 물건을 최소화할수록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지고 일에 더 몰입되는 경험을 여러 번 했기에, ‘꾸미기’가 필수라는 믿음은 어쩌면 습관이나 사회적 이미지에서 비롯된 착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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