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수도승과 나의 가욕관

완벽한 때는 오지 않는다

by 중년의 모험가

20대의 주인공이

“내 꿈은 말이야, 서른이 되기 전에 큰돈을 벌어서 오토바이를 타고 중국 대륙을 횡단하는 거야.”

라는 멋진 영화 대사가 있다.


30대가 끝나 가던 10년 전, 좋은 기회가 있어 1년간 중국 전역을 여행 다닌 적이 있다. 20대도 아니고, 큰돈을 번 것도 아니고,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것도 아니었지만 즐겁게 중국 여행을 다녔었다.


여러 곳이 기억에 강렬하게 남지만, 가욕관을 가본 인상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어쩌면 동양의 끝을 알리는 장성의 서쪽 끝, 회랑처럼 길게 이어진 사막 같은 느낌의 건조한 황무지, 저 멀리 눈 쌓인 설산,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은 황금빛 저녁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가욕관을 떠나며 언젠가는 가족과 함께 다시 오리라 했었으나,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때 사진 속 풍경을 보며 ‘내년에는 가야지, 다음 계절에는 가야지.’ 하는 생각만 반복하고 있다.


최근에 어딘가에서 글을 읽다, 두 명의 수도사가 수도원을 떠나 여행하는 것을 꿈꾸며 ‘내년 여름에는 갑시다, 다음 가을에는 갑시다.’라고 다짐만 하다가 결국 평생 수도원 문을 나서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10년째 떠나지 못하는 가욕관 여행이 그 두 수도승의 이야기와 겹쳐지면서 짧은 생각에 사로잡혔다. 여행을 떠나는 것, 혹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에 최적의 시간은 과연 언제일까. 혹시 그런 시간이 정말 존재하기는 할까.


아주 적은 돈으로도 세계 여행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여행에 필요한 돈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경제적 안정, 어떤 성공을 이루어야 비로소 여행을 떠날 준비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어떤 환경이 되어야 인생의 여행인 새로운 도전을 스스로에게 허락할 수 있을까.


내가 20~30대에 다니던 여행과 달리 요즘 여행을 보면 값비싼 호텔, 유명 맛집, ‘핫플레이스’에서의 명품 쇼핑 등 소비를 통한 경험 위주로 채워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왠지 나도 그래야 할 것 같은 분위기에 휩쓸려 선뜻 한 걸음을 내딛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는 사이 매년 ‘지금은 바쁜 시간이다, 중요한 시기다.’라는 이유로 많은 일을 미루다 보니 아이는 어느새 성인이 되어 버렸다. 가족과 함께 만들고 싶던 추억들은 이제 한 걸음 더 멀어진 것만 같다.


생각해 보면, 완벽한 조건이 갖춰진 뒤 떠나는 거창한 여행보다 조금 불편하고 서툴더라도 지금 당장 시도해 보는 작은 도전이 더 중요할지 모른다. 어쩌면 그 작은 발걸음이, 두 수도사가 평생 넘지 못한 수도원 문턱을 조용히 넘어서는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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