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구멍을 무엇으로 채우고 있는가
최근 일과를 마치고 귀가하면 유튜브를 보며 맥주와 안주를 곁들이는 일이 잦아졌다. 가볍게 시작한 혼술은 어느덧 배가 부를 때까지 야식을 먹거나 취기가 오를 때까지 잔을 비우는 습관으로 이어졌다. 한동안 멀리했던 인터넷 쇼핑몰을 기웃거리며 이 물건 저 물건 탐색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고, 그만큼 불필요한 소비도 늘어났다.
주말 어느 날, 소파에 앉아 영상을 보다 한 시트콤에서 인상 깊은 대사를 들었다. “크리스마스가 즐거운 이유는 마음의 구멍에 물건을 쏟아부어 메꾸기 때문”이라는 말이었다. 비단 크리스마스뿐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마음의 허기나 결핍이 느껴질 때, 물질적인 소비나 충동적인 식욕으로 그 빈자리를 서둘러 채우곤 한다.
출근길 운전대를 잡고 최근의 나를 곰곰이 되짚어 보았다. 딱히 큰 문제가 생긴 건 아니었다. 다만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여 '걱정을 하기 위한 걱정'을 이어가고 있었다. 평온했던 마음의 질서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감정의 기복 없이 늘 평안을 유지하고 싶지만, 그 평화 역시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영역임을 새삼 깨닫는다.
문득 한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스스로와 대화를 나누는 일에 소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묻지 않았다. 그저 기계적으로 주어진 역할에 맞추어 하루를 버티고 한 주를 살아낼 뿐이었다. 그렇게 방치된 시간들이 쌓여 나도 모르는 사이 마음속에 공허함이 차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거창한 계획보다는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무엇이 나를 웃게 하고, 무엇이 나를 버겁게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는 시간. 그 다정한 대화가 쌓일 때, 비로소 마음의 구멍은 외부의 자극이 아닌 내면의 단단한 평온으로 채워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