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 남을 비난하거나 비평하지 않기

적당한 거리와 다정한 배려가 필요한 이유

by 중년의 모험가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늦은 밤, 헬스장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운동에 집중하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은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는 오래된 회사 동료였다. 그의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오랜만의 연락이라는 반가움과 함께 무의식중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스트레스가 동시에 밀려왔다. 잠시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다.


“벌써 퇴근한 거야? 요즘 일은 안 하나 보네?”


역시나였다. 수년의 세월을 알고 지낸 사이임에도 그의 첫마디는 인사가 아닌 '비난'조의 농담이었다. 전화를 받기 전 느꼈던 막연한 긴장감의 정체가 바로 이것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는 나의 상황이나 기분을 헤아리기보다 본인의 습관적인 화법으로 나를 무작정 재단해버렸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난다. 깊은 속내를 터놓는 인간적인 친분을 쌓는 이들도 있지만, 어떤 이들과는 그저 최소한의 예의만 지키는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이 동료와의 짧은 통화를 마치고 나니, 내가 그를 어느 카테고리에 두어야 할지 명확해졌다. 그는 내게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사람이었다.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는 무심한 말 한마디가 상대에게 얼마나 큰 에너지를 뺏는지 새삼 느끼며, 과거 옆 팀 리더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나는 팀원 전체가 모이는 업무 회의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한번은 옆 팀 리더가 그 이유를 물었을 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업무 회의를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져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팀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비평을 듣는 당사자도, 또 타인에 대한 지적을 불편하게 지켜봐야 하는 나머지 팀원들도 모두 곤욕스러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전원이 모이는 회의는 하지 않습니다. 대신 가벼운 티타임으로 팀 분위기를 다지고, 구체적인 업무 이야기는 해당되는 소수의 인원과만 깊이 있게 진행하죠.”


어쩌면 나의 대화법이 오늘 통화한 동료와 정반대의 지점에 있었기에 그와의 통화가 불편했을수 있다


우리는 흔히 '솔직함'이나 '친근함'이라는 핑계로 타인에게 무례한 말을 서슴지 않거나, 다수의 편의를 위해 소수의 감정을 희생시켜도 된다고 착각하곤 한다. 하지만 진정한 성숙은 내 입에서 나가는 말이 상대의 마음에 어떤 파동을 일으킬지 한 번 더 신중하게 고민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image.png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듯, 생각 없이 뱉은 화법은 타인의 소중한 저녁 시간을 망치고 관계의 벽을 쌓는다. 앞으로의 나의 대화는 그 옆 팀 리더처럼, 조금 더 다정하고 신중한 배려를 담아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남의 마음을 고려하여 남을 비난하거나 깍아내리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 될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08 : 나 자신과 대화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