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된 강치의 노래와 잊힌 치유의 기록
有魚焉, 其狀如牛, 陵居, 蛇尾有翼, 其羽在魼下, 其音如留牛, 其名曰鯥, 冬死而夏生, 食之無腫疾.
"그곳에 물고기가 있는데, 생김새는 소(牛)와 같으나 육지(陵)에 살며, 뱀의 꼬리에 날개가 달려 있다. 그 날개는 옆구리 아래에 있으며, 울음소리는 암소와 같다. 그 이름을 치(鯥)라 하며, 겨울에는 죽은 듯 잠들었다가 여름에 다시 살아난다. 이것을 먹으면 종기나 부어오르는 병(腫疾)이 없어진다." — 《산해경》 남산경 중 남차삼경 '저산' 대목
한국인이라면 가보지 않았어도 노래 가사처럼 선명하게 독도의 위치를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노래의 배경에는 한때 독도를 가득 메웠으나 이제는 사라져버린 강치의 슬픈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무분별한 포획으로 멸종된 독도 강치는 바다사자의 친척인 기각류로, 우리에게는 이제 동물원에서나 만날 수 있는 환상 속 동물처럼 멀게 느껴집니다.
바다사자, 바다코끼리, 듀공 같은 수생 포유류들. 이들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고대 중원인들에게, 육지로 올라와 소처럼 울고 듬직한 체구를 가진 이 생명체는 어떻게 비쳤을까요? '물고기이지만 소를 닮았고, 옆구리에 날개(처진 가죽)가 달린 괴물'이라는 묘사는 그들이 할 수 있었던 최선의, 그리고 가장 정직한 관찰 보고서였을지도 모릅니다.
기록은 치(鯥)를 먹으면 '몸의 부기가 빠지고 종기가 낫는다'고 전합니다. 이는 현대인들이 혈행 건강과 염증 예방을 위해 오메가-3를 챙겨 먹는 것과 놀랍도록 일치하는 지점입니다. 기각류의 기름과 고기는 고대인들에게 훌륭한 에너지원이자 강력한 항염 작용을 하는 천연 약재였을 것입니다.
독도의 강치가 인간의 욕망으로 멸종되었듯, 남산경의 저산에 살던 '치' 역시 그 뛰어난 효능과 에너지를 노린 인간들에 의해 어딘가에서 소리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닐까요? 고대의 문헌은 어쩌면 인간이 파괴해버린 소중한 자산에 대한 마지막 기록일지도 모릅니다.
'겨울엔 죽고 여름엔 산다(冬死而夏生)'는 기록은 이 동물의 계절적 이주나 동면을 뜻할 것입니다. 혹은 물 밖으로 나왔을 때 중력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옆구리에 처진 가죽 주름(날개)을 끌며 느릿느릿 걷는 모습이, 고대인들에게는 생명력을 소진해가는 '가사 상태'로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름이 되어 다시 풍부해진 물로 돌아갔을 때, 그들은 비로소 날개 같은 지느러미를 펴고 물속을 비상했을 것입니다.
[에필로그] 다시 쓰는 산해경: 치(鯥) 편
이제 우리는 《산해경》 속 치의 기록을 사라진 생명에 대한 애도사로 다시 읽습니다.
"독도의 강치가 사라진 자리에 파도 소리만 남았듯, 저산의 물가에는 이제 소처럼 울던 치의 흔적이 없다. 인간의 몸을 치유해주던 그들의 기름진 고기와 신비로운 날개는 이제 옥편 속의 글자로만 남아 우리를 꾸짖는다. 치는 요괴가 아니라, 인간이 누렸으나 지켜주지 못한 자연의 찬란한 선물이었다. 우리가 챙겨 먹는 오메가-3 한 알의 기원에는, 수천 년 전 옆구리에 날개를 달고 육지를 걷던 그들의 노랫소리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