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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형 물고기자리 Apr 11. 2021

영화 추천: 디 아워스 The Hours

단 하루에, 그녀의 인생이 담겨있다.

도서관에서 찾던 책이 없어서 결국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을 빌리게 되었다. 의식적으로든 아니든 그동안 찾아 읽지 않았던 유명한 작품을 읽고 나서, 작년에 봤던 영화 “디 아워스”와 마이클 커닝햄의 소설 “디 아워스”를 다시 보았다. 의식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할까?  “디 아워스” 포스터 속 세 여성의 얼굴에 긴장감이 너무 크게 느껴져서 작년에도 영화보다 책을 먼저 읽었다. 아주 잘 짜인 구성으로 세 여성의 하루를 담아내는 소설에 영화는 영상과 음악을 더해서 현재의 삶을 견디고 있는 여성의 고통과 아픔을 긴장감 있게 보여주었다. 


[영화 기본 정보] 

제목: 디 아워스 The Hours (2002)

감독: 스티븐 달드리 

출연:  니콜 키드먼, 줄리언 무어, 메릴 스트립 

내용:  1923년 영국, 댈러웨이 부인이라는 소설을 집필하던 버지니아 울프는 무작정 집을 뛰쳐나간다. 그리고 1951년 미국, 소설 댈러웨이 부인에 빠져있는 로라는 자신의 인생을 찾아 떠나기를 결심한다. (왓챠)

원작: 마이클 커닝햄 [디 아워스 The Hours] 199년 퓰리처상 수장작

    1923년 영국 리치먼드에서 버지니아 울프 (울프 부인)은 자신의 소설 [댈러웨이 부인]의 첫 문장을 쓰기 시작하고, 죽음을 실행하는 인물이 누가 될 것인가를 고민한다. 1951년 미국 LA에서 로라 (브라운 부인)는 [댈러웨이 부인] 책을 읽으면서 남편의 생일 아침을 시작하고 하루 종일 죽음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20세기 말 뉴욕(소설에서는 20세기 말, 영화에서는 2001년으로 되어 있다. 클러리서는 창작자에게 바로 현재의 여성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클러리서는 자신을 댈러웨이 부인이라고 부르는 오랜 친구 리처드의 수상 기념 파티 준비를 하기 위해서 직접 꽃을 사러 가기로 한다. 소설 “댈러웨이 부인”을 매개로 붉은 실로 연결되어 있는 세 여성의 하루를 통해서 그녀들의 일생을 보여준다. 


    영화는 시작과 끝에서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죽음을 느린 호흡으로 보여준다. 1941년 남편과 언니에게 유서를 남긴 그녀는 자신의 코트에 돌을 넣고 강으로 걸어 들어갔다. 버지니아 울프는 20세기 초 여성 아티스트로서 보통의 삶을 안정적으로 살지 못하고 항상 불안과 신경증으로 고생하였다. 그녀의 대표작품인 [댈러웨이 부인]에서 클러리서라는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리고 댈러웨이 부인으로 불리는 여성의 단 하루를 통해서 그 시대 여성의 자신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욕망과 불안감을 보여준다. 영화에서도 1시간 30분 동안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으로 버지니아 울프를 따라서 자살하는 사람에 대한 예감을 가지게 하면서  “죽음과 자살”에 대한 복선으로 날이 선 신경증을 불러일으킨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부러울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세 여성은 정작 자신의 삶에 대해서 많은 의문과 불안함을 가지고 있다. 과연 내가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남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만드는 케이크는 정말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인가? 친구의 수상 기념 파티를 여는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내가 동성에게 느끼는 감정은 사랑인가 동정인가 연민인가? 나는 글쓰기에 재능이 있는 것인가? 나도 역시 평생 동안 내 마음속 밑바닥에 있는 자아에 대한 불안과 내가 했던 선택에 대한 후회가 가득하기에 이러한 여성들의 모습에 동감하고 가슴이 아팠다. 


영화는 버지니아 울프의 남편 레너드에게 남긴 유서로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대변한다. 



사랑하는 그대에게 

저는 분명 또다시 미쳐버릴 거예요. 그런데 

우리가 다시 한번 찾아온 이 시련을 

이제는 잘 넘길 수 없을 것 같네요. 

그리고 저는 이번에는 회복하지 못하겠죠. 또 그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정신을 집중할 수 없어요. 

그래서 저는 최선의 길을 찾고 있어요. 당신은 

줄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을 제게 줬어요. 당신은 

모든 면에서 할 수 있는 만큼 

다 했어요. 이 끔찍한 병이 오기 전엔 

이보다 더 행복했던 사람도 없을 거예요. 더 이상은 

안 되겠어요. 제가 당신의 삶을 망치고 있다는 거 알아요. 저 없이도 

당신은 잘해왔다는 것도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보시다시피 이 편지조차 제대로 쓸 수 없네요. 읽지도 

못하겠어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제 인생의 모든 행복은 당신 덕분이라는 거예요. 

당신은 저를 더없이 잘 참아줬어요. 그리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제게 잘해줬고요. 이 말을 하고 싶네요. 

모두가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거요. 누군가가 저를 

구해줄 수 있었다면 그건 당신이었을 거예요. 

저에게서 모든 것이 사라졌지만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확신만큼은 남아 있어요. 더는 

당신의 삶을 망칠 수 없어요. 우리 두 사람만큼 

행복했던 사람도 없을 거예요. 


-      마이클 커닝행 [디 아워스] 중에서 


마이클 커닝햄의 소설이 조금은 더 이성적이라면, 영화에서는 세 주연 배우의 연기와 필립 글래스의 음악으로 보다 감정적이고 드라마틱하게 여성의 삶과 자아에 대한 20세기 여성들의 불안함을 보여준다. 아마도 20세기 말의 클러리서가 세 여성 중  가장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바로 앞서 살아간 여성들 덕분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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