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아이삭의 얼굴에 영화를 보기로 했다
영화에서 평소 알고 있던 배우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되는 순간이 있다. 접속에서 수줍으나 갈망을 품고 있는 전도연의 얼굴이 그렇고, 이터널 선샤인에서 과장 없이 날 것의 표정을 보여주던 짐캐리가 그랬다. 오스카 아이삭은 나에게는 “스타워즈” 스타였고, 프랜차이즈 영화에 잘 맞으면서도, 무게감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던 배우였는데, 씨네필 커뮤니티 추천으로 보게 된 “인사이드 르윈” 유튜브 클립에서 본 그의 얼굴에는 삶이 고단한 뮤지션의 얼굴이 있었다.
한 동안 질척이는 현실과 다른 것을 선택하지 않는 이상 나아지지 않는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를 보지 않았다. 이 영화의 주인공, “르윈 데이비스”는 자신의 음악만 중요하고, 계속해서 잘못된 선택을 하고, 책임감 있는 행동을 보여주지 않는다. 아…정말 보기 힘든 종류의 영화이나, 코엔 형제는 이러한 주제를 가지고 숨 막히게 영화를 만들지는 않았다.
[영화 기본 정보]
제목: 인사이드 르윈 Inside Llewyn Davis (2014년)
감독: 조엘 코엔, 에단 코엔
출연: 오스카 아이삭, 캐리 말리건, 저스틴 팀버레이크, 존 굿맨
내용: 1961년 뉴욕 겨울, 코트도 없이 기타 하나 달랑 메고 매일 밤 지인들의 집을 전전하는 포크 뮤지션 “르윈 데이비스”, 가진 것은 솔로 앨범과 우연히 돌보게 된 고양이. 그의 반복되는 일상을 들여다본다.
집이 없어서 매일 밤 잠잘 곳을 찾는 르윈은, 포크 듀오였으나, 파트너가 자살한 이후, 솔로 앨범 “Inside Llewyn Davis”(영화 제목과 동일)을 내고 딱히 계획 없이, 카페 무대, 세션을 전전하다가 시카고의 유명 제작자를 찾아가 음악을 선보이나 뚜렷한 성과 없이 시간은 지나간다. 미래에 대한 뚜렷한 목표와 계획은 없으나, 음악에 대해서 만큼은 진지하다. 시종일관 “포크송이 거기서 거기지. 뭐”라고 뚱한 표정으로 말하지만, 노래 한번 해보라는 사람들의 가벼운 제안에, 음악은 직업이지 재롱이 아니라고 소리칠 정도로 진지하다. 다만 아직까지는 돈이 되지 않는 음악을 할 뿐이다.
오스카 아이삭은 줄리어드 음대 출신으로 이 영화에서 노래를 직접 불렀다. 감독은 음악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연기를 할 수 있는 가수를 찾다고, 결국에서 음악을 하는 연기자로 캐스팅을 변경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음악은 매우 훌륭했고, 노래할 때 가장 빛나는 뮤지션의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한 미국 배우는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하면서 “직업으로서 배우가 생계유지가 안 되는 모습을 많이 봐왔기에, 적어도 내 방 월세는 직접 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재능이 있는 뮤지션이나, 정작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기본적인 생계유지가 안 되는 삶을 이 영화에서는 무겁지 않고 담담하게 보여준다. 기승전결, 권선징악, 신데렐라 탄생 등의 뻔한 전개가 아니라, 계속해서 “르윈” 다운 선택을 하는 주인공의 삶을 포크 음악과 함께 전개한다. (시카고에서 돌아오는 르윈이 자신의 아이가 살고 있을 수도 있는 “애크론” 표지판을 보고 그쪽으로 운전할 것 같다는 나의 뻔한 예측을 무시한 코엔 형제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 영화는 “수미상관” 구조로, 처음 시작과 끝이 동일한 장면을 보여줘서, 마치 1시간 40분의 영화 내용이 꿈 아니면 상상이었던 것 같이도 보이나, 마지막 장면은 처음과 미세한 차이가 있다. 마지막 장면의 카페 공연에 뉴욕 타임스 기자가 와서 어쩌면 르윈에 대한 긍정적인 기사가 실릴 수도 있을 것 같고, 다행히도 이번 에는 고양이가 집에서 나오지 않도록 막을 수 있었다. 음악적 재능이 훌륭하다면 성공할 것이라는 신데렐라와 같은 미래를 보여주지는 않지만, 코엔 형제는 르윈의 음악을 좋아하고 지지하는 지인들의 따뜻한 시선을 놓치지 않으며, 그러한 지지로 르윈은 선원으로 돌아가지 않고 음악을 계속할 것이라고 영화에서 보여준다. 물론 르윈의 “꼴통”같은 모습은 변하기 쉽지 않겠지만….
오랜만에 뻔하지 않은 영화를 꽤 유쾌하게 봤다. 유쾌함을 더해 준 것은, 바로 “결혼 이야기”의 배우 아담 드라이버가 르윈과 함께 한 목소리 세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