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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뜐뜐 Jan 22. 2022

연애_03-2

이별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충격은 글로 풀어낼 수도 없을 만큼 끔찍하고 고통스러웠다. 그녀가 아직 누군지도 잘 모르던 시절,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했던 나의 불찰이 컸다. 정신을 차리고 그 남자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갔다. 피드에 업데이트된 여럿 음식 사진들은 그녀의 인스타 피드에서 봤던 음식 사진들과 같았다. 며칠 전 그녀는 어머니와 타이를 먹고 왔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 어머니는 그 남자를 뜻한 거였나 보다. 그녀에 대한 모든 것들이 혼란스러워졌고 관계에 있어 근본이 흔들리는 상황이라고 할까. 나를 만나게 되면 주변 남자들을 알아서 정리할 것이라는 생각은 나의 상식선에 머물렀던 생각이었던 건지, 기대가 너무 컸던 나의 욕심이었던 건지. 아픈 머리를 두 손으로 꽁꽁 싸매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어서, 그냥 침대에 누워버렸다. 나도 사람인지라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한편으로는 그녀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에 모른 척 넘어가 볼까도 생각을 했다. 하지만 모른 척 넘어간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전화를 해서 따질까도 생각했지만, 그래도 커플들끼리 동반으로 여행을 갔던데 괜히 나 때문에 그들의 저녁 시간을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내가 그럴 주제도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무엇보다 지금 전화를 해서 사실을 이야기 한들, 그들에게 맛있는 안줏거리로 전락할 게 뻔한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싫었다. 그리고 솔직히 그녀를 이렇게 잃을까 봐 무섭기도 했고. 나만 모른 척하면 될 것 같은 그런 기분.


깨진 유리 조각을 잡고 바닥에 버리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기분이랄까. 이대로는 도저히 잠이 들 것 같지 않았다.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마지막 메시지를 일단 작성하기 시작했다.




미안. 우선 먼저 사과하고 시작할게. 예나 입장에선 갑자기 뜬금없는 이야기일 테니까. 그리고 아침부터 정말 당황스러울 테니까.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전해야 할 말이 있어 이야기를 이어가 볼게.


이렇게 마음에 드는 여자를 정말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어. 우연히 친구 소개로 만났지만, 첫눈에 반한다는 느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어. 나도 너를 모르고, 너도 나를 잘 모르지만 그냥 있는 그대로의 너가 좋아 보였어. 처음 느낌에 취한 나머지 나는 너에게 조급함을 내비쳤고, 약간의 고민 끝에 고맙게도 너는 나의 조급함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어. 우리가 만나기 시작한 날들은 아쉽게도 불과 며칠뿐이라서 눈을 감고 떠올리면 아직 그 기억들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할 정도야. 무언가가 아직 채워지지 못한 불안정한 관계지만, 그래도 안정감을 찾아보려 나름 노력하며 관계를 나아갈 방법을 찾고 있었어. 나도 너와 마찬가지로 더 이상 누군가와 감정과 시간들을 소비하고 싶진 않았거든. 서론이 너무 길었네.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너의 사진들을 보게 되었어. 친구들과 여행 간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친구들이 남자들  줄은, 설마 했지만 상상하지 못했거든. 조금 당황스러웠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조차 잡질 못했어. 아직 우리가 시작한  처음이라  그럴 수도 있다고 위안하며 넘어가려 했어. 내가 무슨 말을  입장도 아니라는   알고 있었고. 그래도 너가 궁금했던 나머지 다시 인스타에 들어가게 되었고, 사진들을 보던  예전에 타이음식을 어머니랑 먹는다고 했었는데 여행 갔던 남자랑 같이 먹었던  같더라. 나랑 있을  계속 전화 오던 남자인  같아. 분명 내가 혼자 나이도  맞게 이상한 탐정 놀이하면서 오해하는  수도 있는데, 이게 사실이아니내가 이러고 있다는  자체에  자신이 초라하고 한심하게 느껴졌어. 당연히 남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순간 믿음이 무너지면서 앞으로 관계를 나아갈 자신이 없어졌어. 약속이 있어서 술자리를 가지게 되면 연락이 끊키는 성향이던데, 그럴 때마다 조마조마할 마음도, 용기도 나는 없어. 그래도 너가 정말 좋으니까 오늘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보려 노력했는데, 벌써부터 노력한다는  자체가 앞으로 힘들어 보여.  스스로도 어려운 일이겠지만, 아직 마음이 크지 않을  이렇게 그냥 정리하는  서로에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 전화로 얘기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문자로 얘기하게   미안해.


너가 나에게 나쁜 사람이라고 비난하려고 그러는 것은 아니야. 정말 잘해보고 싶었는데, 내가 속이 좁고 이해를 잘 못하는 편이라 자신 없어서 도망치는 것뿐이야. 분명 아침에 일어나서 이 문자를 보낸 것을 후회할 거지만, 나보다 더 괜찮은 사람 만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한번 미안해 그리고 분명 좋은 사람 만날 거야. 잘 지내 예나야.




메시지를 작성하다 보니 흔들렸던 마음이 정리가 되었다. 손에 들린 깨진 유리 조각을 울먹이며 바닥에 던져버렸다. 메시지를 전송했고, 그날 새벽 그렇게 그녀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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