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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o Nov 12. 2019

아이와 말레이시아에서 맞은 첫 주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아이와 가 볼 만한 곳

70일간의 여행을 시작한 지 어느덧  2주가 지났다. 느림의 미학이 있는 곳인데 첫 주는 아이와 적응하느라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도 잊은 채 정신없이 보내고 2주 차가 되니 아들은 매일 아침 등원 길에 경비원, 정원관리사 분들과 인사도 나누고 스타벅스에선 이제 내 이름을 알아서 적기 시작했다.

아이가 유치원에 가 있는 시간은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라 어학 수업이 없는 날은 동네 마사지 샵들도 가보고 어학원에서 만난 교민 학부형들과 커피도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airbnb의 광고 문구가 이번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에서 두 달 살이를 시작하며 확 와 닿았다. 일정을 쪼개어 유명 관광지를 숙제하듯 찾아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고 스쳐 지나갔을 이곳만의 작은 매력들을 놓쳤을 것이기에 나는 이 긴 여행이 주는 숨 고르기가 감사하다. 아이와 단 둘이 보내야 할 긴 주말 시간을 효율적으로 일정을 짜는 것도 엄마의 몫이니 만큼 이번 편은 쿠알라룸푸르 한 달 살기 오는 엄마와 아이가 가 볼 만한 곳 중 지난 주말에 다녀온 곳을 기록해본다.

KLCC, PETRONAS Twin Towers

쿠알라룸푸르에 오는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가 이 도시의 랜드마크인 KLCC PETRONAS Twin Towers 일 것이다. 이곳에 아이를 동반하는 가족들은 이 건물 내에 위치한 과학관 Petrosains를 많이 찾는다. 규모도 크고 워낙 유명하여 관광객도 많고 현지 학생들의 단체 관람도 많다. 내가 소개할 곳은 시내에 위치한 Petrosains가 아니라 이곳 역시 과학관이지만 나를 포함한 한 달 살기를 하는 많은 가족들이 거주하는 몽키아라에서 가까운 Bukit Kiara에 위치한 쿠알라룸푸르 국립과학관 'Pusatsainsnega' National Science Centre이다.

'Pusatsainsnega' National Science Centre

KLCC 주변이 우리나라 명동 못지않게 혼잡하여 교통체증과 함께 길을 걷다 보면 매연도 있어 가장 혼잡한 주말에는 아이와 되도록 방문을 꺼리는 반면에 이곳은 교통 혼잡도 덜 하고 상대적으로 조용한 지역이다. 물론 여기 또한 많은 말레이시안 가족들과 단체관람 학생들이 찾는  장소이나 주말 오전 기준 Grab 이동 시, 10분 안에 도착하고 Grab 비용은 대략 7RM~10RM 이내이다. 입장료 또한 매우 저렴하고 아담한 수족관과 아이들이 과학을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존, 유아용 실내 놀이터가 있어 아이가 신나게 놀고 교육적으로도 유익한 장소이다. 외부엔 야외 수영장도 갖추고 있어 체력이 허락한다면 수영장 이용도 추천한다.  

우리 아들처럼 어린아이에겐 교육적이기보단 매우 큰 규모의 키즈 카페가 되겠지만 말이다. 이곳은 관광지는 아니다 보니 여행객들의 방문이 많지는 않았다. 우리가 방문한 토요일 아침에도 내 앞에 일본 엄마와 아들 둘 빼곤 대부분 엄마가 히잡을 두른 말레이시안 가족들로 보였다. 세계 어디나 주말을 아이와 즐겁게 보내려는 부모의 마음은 같은 것 같다. 아이와 이것저것 체험도 해 보고 특별 전시 중인 공룡 관람도 하고 나와 실내 놀이터에서 실컷 놀게 해 주었다.

스스로에게 제발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아직도 낯선 히잡이 아들에겐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말도 서로 안 통하면서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깔깔대며 히잡 쓴 친구들과도, 커다란 눈망울의 인도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는 아이를 보며 내가 이곳에서 얻고자 함이 바로 이것이지 않던가 라는 생각을 했다.  

기저귀도 못 뗀 아들인데 땡큐 하나는 기가 막히게 한다. 네이티브 수준으로 영어를 잘하는 것보다 작은 일에도 '땡큐'를 남발하는 남자로 커 주길 바란다.


한 달 살기 하는 동안 엄마와 아이의 유대감이 한층 깊어질 것이다. 여행은 가족을 단단히 만들어 주는 것임이 틀림없다. 어느 집이고 아이와 집에서만 지내는 주말은 길게 느껴진다. 유명 관광지와 아이에게 유익한 장소를 적절히 섞어 나들이를 떠나보자. 우리에겐 한글로 검색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Google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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