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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o Nov 10. 2019

환전보다 중요한 한 달 살기 숙소의 정수 필터

왜 갈색 물이라고 말을 안 해주나요?

우리 아이들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며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어려움에도 많이 흔들리지 않고 잘 이겨 낼 수 있는 자존감 있는 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는 부모의 행복과 밀접하다는 걸 수많은 육아 서적과 아동 심리학 책에서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아이의 행복을 위해 엄마가 행복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사람은 호르몬의 지배를 받는다는 걸 엄마들은 출산 직후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기분을 통해 다수가 경험했으리라. 하여 가을과 겨울엔 일조량의 감소로 세로토닌 분비도 줄어 계절성 우울증 환자가 늘어난다는데 이곳은 스콜이 내리는 우기가 있어도 연 중 햇볕이 좋고, 경제적 자유를 꿈꾸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물가가 아주 저렴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낮기에 이곳은 분명 아이와 엄마가 함께 지내기엔 행복한 도시인 것은 틀림없다.


아들과 나, National Science Centre, Bukit Kiara KL

더구나 미세먼지로 집집마다 청정기가 냉장고처럼 필수 가전이 되어버린 한국에 비해 8월 말 9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인도네시아發 헤이즈(haze) 발생 기간을 제외하면 비교적 맑은 하늘을 볼 수 있고, 더운 기후의 동남아시아 나라답게 거주자 공용 야외 수영장이 잘 되어있어 멀리 가지 않아도 아이가 물놀이를 일상처럼 즐길 수 있는 나라가 말레이시아이다.


Arcoris soho Mont' Kiara 야외 수영장 키즈풀

기운이 넘치는 아들과 유치원도 안 가는 주말이면 긴 하루를 유튜브 등 영상물 시청 없이 한바탕 물놀이로 제풀에 지쳐 낮잠을 푹 자 주는 덕에 커피라도 인간답게 마실 수 있는 게 이곳 생활의 작은 행복이다. 그런 이곳에도 아이와 지냄에 있어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으니 그건 다름 아닌 말레이시아의 수돗물이다.

한 달 살기를 검색해 보면 일부 카페 질의 사항 외엔 말레이시아 수돗물에 대한 명쾌한 답변이 많지 않다. 이건 최근에 출간된 한 달 살기 책 등에도 관련 내용이 아예 없거나 일부 블로그 등에 간단히 먹는 물은 사 먹고 정수 필터를 사용한다고만 나와있다. 긴 여정에 앞서 가장 중요한 건 여행자 특히 아이의 건강이다.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 숙소 계약에 앞서 엄마가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것은 바로 숙소에서 매일 사용하는 수돗물에 관한 위생 상태이다.

엄마들이 예방접종과 비상약을 철저히 준비하고 위급 상황에 필요한 병원 위치를 알아두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우리 아이는 건강 체질이라 혹은 한 달 정도는 크게 상관없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코타키나발루 같은 휴양지 카페 문의글에도 답변들이 제각각이다. 별 상관없었다부터 먹는 물만 사 먹었다.  개인차가 있는 거 아니냐. 심지어 라면을 가족들 모두 수돗물에 끓여 먹었는데 문제없었다는 등의 댓글을 보며 많이 안타까웠다.  

이곳에 도착하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새하얀 정수기 필터가 진흙 색으로 변하는지를 일주일도 안되어 체험할 것이기에 와서 체감하면 되겠지만 이미 계약을 완료한 단기 거주할 숙소에 정수 필터가 없다고 그 한 달을 위해 내 돈을 주고 설치하는 건 원상 복구까지의 비용을 모두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없으면 해야 한다. 그래서 꼭 주재원의 집을 숙소로 승계받거나, 에어비앤비 등을 계약할 때 집주인에게 이 부분을 확인하라 당부의 말을 전한다. 머 얼마나 심각하냐? 유난스러운 것 아니냐, 싱가포르도 말레이시아에서 수돗물의 원물을 수입하지 않냐 등등… 하지만 나는 단언컨대 말레이시아 한 달 살이를 앞둔 엄마들에게 유명 드라마의 대사를 다시 한번 크게 외치겠다. "어머니,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말레이시아 수돗물의 오염 관련 기사 글(출처: Google)


말레이시아에서 물을 수입한다는 싱가포르는 수질이 괜찮은데 왜 말레이시아는 문제인가?

이건 양 국가의 국가 경쟁력만큼이나 차이 나는 정수 설비의 차이와 말레이시아 수도관의 노후화로 수질이 갈린다는 걸 조금만 검색해봐도 알 수 있다.  현재도 싱가포르 정부는 막대한 예산이 투여되는 수자원 재생사업의 일환인 Deep Tunnel Sewerage System (DTSS) 프로젝트를 진행할 만큼 자국의 물 부족 해소와 수질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반면에 MALAYSIA TAP WATER를 구글링 하면 노후된 수도관 이미지가 함께 검색이 된다. 그렇다. 기본적으로 동남아시아의 물엔 석회질 성분이 많은데 거기에 진흙과 너무나 노후된 수도관에서 떨어져 나온 부산물로 이곳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가정에는 개인별 정수 필터는 생활의 일부이다. 먹는 물은 말할 것도 없고 세탁 시설에 정수 필터가 없는데 집마저도 오래되었다면 흰 셔츠가 누레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곳에서 만난 장기 체류 중 인 국제 학교 엄마들도 이 나라가 갖고 있는 수많은 장점에 비해 수돗물에 대해선 절대 필터 없이 사용을 금하기를 권한다. 한국에서 샤워기 헤드를 교체하는 수준의 필터는 의미가 없고 대부분의 가정에 키친타월 만한 필터들이 장착되어있다.

우리가 거주 중 인 몽키아라 숙소의 주방 정수 필터

우리 숙소는 주재원의 집을 단기 승계받은 형태로 우리 아이와 또래의 자녀가 있는 집이라 무엇보다 안심이 되었고, 이곳엔 앞서 말한 정수 시설이 모든 곳에 완벽히 되어있었다. 깔끔하고 좋은 집주인을 만난 덕에 아이가 쓰는 물컵 등을 씻는 부엌 세면대는 이중 필터로 되어있고 집 승계 시 필터 교체 시기와 방법을 동영상으로 친절히 공유 해 주어 처음부터 안심하고 지내고 있다. 음식 조리용과 마시는 물은 모두 생수를 사 먹는데 아이 아빠가 떠나고 난 후 한 손에 아들을 부여잡고 1.5l 페트병 물을 사다 나르는 것도 큰 일이었다.

교민 카페에서 추천하는 말레이시아 미네랄워터

처음엔 아이가 물갈이라도 할까 걱정되어 한인 마트에서 한국 생수를 사 왔었고, 이후 교민 카페에서 많이 추천하는 이 나라 생수를 먹고 있는데 무게가 무게인지라 Tesco 앱을 깔고 배달로 해결하였다.

Tesco App 을 통해 주문한 화면

한국의 홈플러스가 영국 본사 Tesco accounting scandal 문제로 사모펀드에 매각되기까지 모 기업이 삼성물산과 합작했던 Tesco이다. 하여 회원 가입 절차나 사용법이 홈플러스 혹은 이마트 쓱 배달 형태와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앱으로 생수와 기저귀 등 무게가 나가거나 부피가 큰 제품은 배달로 처리하니 한결 장보기가 수월해졌다. 유난을 떨고자 함은 아닌데 물 배달을 하고부터는 25개월 아들 양칫물을 생수로 쓰고 있다. 치카 물을 암만 보아도 반은 뱉지 않고 먹는 것 같아 걱정이 되서이다. 공차와 스타벅스와 같은 곳의 음료까지는 아니지만 길거리 음료나 식당에서 음료를 주문할 땐 'NO ICE!'를 꼭 외친다. 얼음 없는 콜라는 거품 빠진 맛이지만, 무슨 물로 얼렸는지는 알 수 없기에 말이다.


누군가의 말레이시아 교민 카페 수질에 관한 문의글이 나에게도 집을 구함에 있어 큰 지표가 되었듯 나의 오지랖으로 또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된다면 하는 생각에 잔소리로 가득한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에서 아이와 70일간의 여행 두 번째 이야기를 작성하였다.

아이가 없던 시절 남편과 충동적으로 떠난 제부도에서 반려견 구찌와 같이 온 덕에 펜션을 구하지 못해 횟집에 딸린 방을 급히 빌려 언제 빨았는지 가늠조차 안 되는 이불을 덮고도 숙면을 취한 나였지만, 지금 나는 어린 아들과 먼 곳에 와있다. 낭만적인 여행도 엄마들의 한 달 살이의 주 목적인 어학 교육도 아이의 무탈함이 전제 조건이다. 나도 그리고 또 이곳에 도착할 당신도 모두 건강하고 즐거운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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