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의 예술과 말레이시아의 역사를 배우는 시간
쿠알라룸푸르에서 지내며 과학관, 동물원, 수족관, 새 공원, 어린이 도서관 등 아이가 있는 여행자라면 한 번은 다녀오는 장소를 모두 거치고 나니 아이보단 나를 위한 박물관 여행도 계획했다. 아이가 아직은 박물관에서 배우는 건 공공장소에서의 질서와 매너 그리고 타인과의 친근한 인사가 전부일 3세이기에 지난주에 다녀온 두 장소 모두 엄마 위주의 여행이었다는 게 맞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신뢰하기에 방문에 앞서 '이슬라믹 아트 박물관 (IAMM: Islamic Arts Museum Malaysia )'과 '말레이시아 국립박물관(Muzium Negara)'에 대한 자료나 리뷰를 찾아보았다. 브런치에서 '루브르 박물관(Louvre Museum)을 검색하면 1,000편이 넘는 글이 검색되는데 반해 말레이시아 박물관에 관련된 글은 서른 편 정도로 그것도 대부분 관광 일정에 대한 내용만 나와있어 아쉬웠다. 세계적인 관광지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와 '밀로의 비너스상' 등 누구나 다 알 만큼 유명한 유물을 보유한 프랑스의 박물관과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고 또 우리가 살면서 이슬람의 예술과 문화를 접할 기회가 적은 것도 한 요인이겠다. 하여 박물관 사이트와 구글링을 통한 여행 리뷰에 나온 설명 정도를 먼저 읽고 방문하였다.
먼저 평일 오후에 방문한 '이슬라믹 아트 박물관 (IAMM: Islamic Arts Museum Malaysia )' 은 터키쉬 블루빛 돔이 돋보이는 '건축 양식(Architecture)'자체가 예술품의 일부로 보일만큼 외관과 실내 모두 곳곳이 아름다웠다. 아직 모스크를 방문하지 않은 나에겐 돔 형태의 천장에 기하학적 패턴이 일정하게 새겨진 형태가 새로웠다. 박물관 내부로 들어와 티켓팅 후, 1층 이슬람 건축물 전시부터 관람하였다. 말레이시아의 박물관들은 토요일 오전에 아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클래스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이곳 표현으론 '워크숍(workshop)이라고 나와 있는데 일종의 문화센터 교실처럼 아이들이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 5세 이상에서 초등 저학년 어린이들에겐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다. 이곳엔 총 12,100여 점의 예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최대의 이슬람 미술관으로 공간의 제약으로 소장품의 5분의 1 정도만 전시되어있고 시즌별로 기획전 형태가 자주 열린다고 한다. 층별로 처음 보는 이슬람 경전 '코란(Quran)'부터 이슬람의 건축, 보석 장식, 패턴, 도자기, 무기, 의류 등 각 소재 별, 그리고 다민족 국가답게 인도, 중국, 말레이시안 전통 공예품을 전시해 놓아 말레이시아라는 한 나라에서 각기 다른 문화권의 다양한 예술품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아랍 문화에 대해 '아라비안 나이트'와 수년 전 읽은 '아랍 파워'라는 책 정도가 아는 지식의 전부인 내겐 흥미로운 곳이었다. 전시품 중 말레이시안 사용했다는 굽은 모양의 단검 'keris' 디자인은 페르시안 제품처럼 손잡이가 화려했고, 도자기 역시 중국인들의 정착으로 중국 풍의 디자인이 많았다. 벽면 곳곳에 쓰인 아랍어 활자들은 '타이포그래피'의 종결자 같았고 낯선 이슬람 예술품을 직접 볼 수 있는 경험이 무엇보다 의미 있었다.
'말레이시아 국립박물관(Muzium Negara)은 주말에 방문하였다. 박물관 앞 야외 공간에 증기 기관차가 전시되어있는데 외관이 꼭 아이가 좋아하는 '토마스와 친구들'에 나오는 기차 모양이라 더운 야외에서 30분은 서 있을 각오를 하고 방문했다. 방문 전 기차에 대해 찾아보니 1927년 영국의 W.G. 바그널 리미티드사가 만든 5개의 소형 탱크 엔진을 탑재한 증기 기관차였다. 그래서 영국 애니메이션 '토마스와 친구들'에 나오는 기차들과 비슷하게 생겼었나 보다.
앞서 방문한 예술 박물관은 한적하게 작품 하나하나를 꼼꼼히 볼 수 있었다면, 이곳은 단체 여행객들의 방문 코스로 방문객이 많았다. 선사 시대부터의 말레이시아 반도에 대한 이야기와 식민지의 역사와 독립과 관련된 내용, 다 민족 국민의 전통 의상 등이 전시되어있어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부분이 많았다. 전시를 보고 나오는 길에 말레이시아 전통 장난감이 한편에 전시되어 있었는데 우리가 어릴 적 자주 하던 '공기놀이'의 공기 알과 비슷한 장난감이 있어 반갑고 신기했다. 예상대로 더운 날씨에 아이는 기차 앞에서 신이나 계속 뛰어다녔고 박물관 관람 후, 카페인이 너무도 필요해 길 건너 'Nu Sentral쇼핑몰'에 가니 한국에서도 줄 서서 먹는 베트남 카페 '콩 카페(Cộng Càphê)가 있어 코코넛 밀크가 들어간 찐한 베트남 커피 한 잔으로 박물관 투어를 마무리했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에선 교육적인 부분을 생각하지 않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곳은 세상의 한 부분이고 살아갈 넓은 세상엔 다양한 종교와 문화 그리고 인종이 공존한다는 걸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쿠알라룸푸르이다. '사우디 아라비아'가 드디어 관광비자를 발급하기 시작했다지만, 여자에겐 사업용 비자조차 대사관 확인서 없인 발급이 안 되는 폐쇄적이고 여전히 화약고 소리를 듣는 중동에서나 볼 수 있는 줄 알았던 이슬람의 예술품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아이뿐만 아니라 엄마에게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