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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 둘 Oct 29. 2015

잠들기 아쉬운 밤.

누구나 한 번쯤은,


야심한 시간, 키보드를 두들기는 것은 아쉬움과 알게 모르게 드는 기대감 때문이려나.

누구나 한 번쯤은 밤이 깊어가는 것이 멈추거나 혹은 빨리 아침 해가 떠오르길 바랄지도 모른다.

여행을 떠나기 전 날 밤이거나 혹은 여행에서 돌아오기 전 날 밤이거나.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밤이거나 혹은 사랑하는 이와 더이상 만날 수 없게된 밤이거나.


나는 앞선 이유때문은 아니지만 모두다 공감할지도 모를 '이사 전 날 밤'과 마주하고 있다.

일찍 잠에 들어야 한다는 엄마의 잔소리가 무색하게 여전히 나는 벌개진 눈을 하고

한데 해쳐모여 쌓여진 짐들로 가득 찬 어수선한 빈 방 아닌 빈 방의 침대위에 누워있다.


내가 기억하고 추억이 가능한 이십여년전 그 날부터 나는 이 동네에서 살았다.

처음에는 단독주택의 2층에서, 다음은 다세대주택으로.

(처음으로 우리집이 생겼다는 기쁨과 설렘을 느낀 날이었다.)

재건축으로 인해 다시 바로 앞 빌라로 갔다가 지금의 재건축된 우리집으로.


우리 가족에게 있어서 이 집은 애증이었다.

우리 가족만의 첫 집이었고 탈이 많았고 힘들었던 추억을 주었던 집이었고

재건축 때 문제가 많아서 가슴 졸이던 시간들을 남겼었다.

부던히도 애가 탈 일이 많았던 이 집을 뒤로 하고 떠나려니 맘이 섭섭한게 사실이다.

특히, 내 부모님에게 이 집은 나와 내 동생보다 더 맘에 있는 집이다.

두 분이 노력해 일궈온 것을 전신으로 보여주니, 두 분의 섭섭함은 클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의 집을 떠나 나는 어색한 거리와 골목으로 둘러싸인 새 집으로 간다.

울고 웃고, 행복했으며 슬프기도 했지만 나와 내 가족을 편안히 보듬었던 이 집을 잊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잠이 오지 않고, 달은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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