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야심한 시간, 키보드를 두들기는 것은 아쉬움과 알게 모르게 드는 기대감 때문이려나.
누구나 한 번쯤은 밤이 깊어가는 것이 멈추거나 혹은 빨리 아침 해가 떠오르길 바랄지도 모른다.
여행을 떠나기 전 날 밤이거나 혹은 여행에서 돌아오기 전 날 밤이거나.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밤이거나 혹은 사랑하는 이와 더이상 만날 수 없게된 밤이거나.
나는 앞선 이유때문은 아니지만 모두다 공감할지도 모를 '이사 전 날 밤'과 마주하고 있다.
일찍 잠에 들어야 한다는 엄마의 잔소리가 무색하게 여전히 나는 벌개진 눈을 하고
한데 해쳐모여 쌓여진 짐들로 가득 찬 어수선한 빈 방 아닌 빈 방의 침대위에 누워있다.
내가 기억하고 추억이 가능한 이십여년전 그 날부터 나는 이 동네에서 살았다.
처음에는 단독주택의 2층에서, 다음은 다세대주택으로.
(처음으로 우리집이 생겼다는 기쁨과 설렘을 느낀 날이었다.)
재건축으로 인해 다시 바로 앞 빌라로 갔다가 지금의 재건축된 우리집으로.
우리 가족에게 있어서 이 집은 애증이었다.
우리 가족만의 첫 집이었고 탈이 많았고 힘들었던 추억을 주었던 집이었고
재건축 때 문제가 많아서 가슴 졸이던 시간들을 남겼었다.
부던히도 애가 탈 일이 많았던 이 집을 뒤로 하고 떠나려니 맘이 섭섭한게 사실이다.
특히, 내 부모님에게 이 집은 나와 내 동생보다 더 맘에 있는 집이다.
두 분이 노력해 일궈온 것을 전신으로 보여주니, 두 분의 섭섭함은 클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의 집을 떠나 나는 어색한 거리와 골목으로 둘러싸인 새 집으로 간다.
울고 웃고, 행복했으며 슬프기도 했지만 나와 내 가족을 편안히 보듬었던 이 집을 잊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잠이 오지 않고, 달은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