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타국의 너와 나 / 2015_Europe, Prologue.
Prologue: 괜찮아, 내가 꿈꿨던 것이 아니어도. 여기는 유럽이잖아.
좀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서 시작했던 공부가 일단락되기까지 2년의 시간이 흘렀다.
분기별로 나는 해외로 떠돌았고, 2년의 시간이 끝나면 나에게 보상으로 휴식을 주고자 했다.
차곡 차곡, 있는 돈 없는 돈을 모으면서 3개월을 목표로 한 까미노와 두 번째 여행을 목표로 했으나
나는 아직 어리고, 돈 없는, 해야 할 일은 많은, 꿈만 꾸는 방랑자였다.
순례자의 길을 걷고 싶어서 2년 동안, 차곡 차곡 경비를 모았고 카페에 가입해서 지도를 찾아보며
'나는 이 길로 걸어야지.', '춥겠지만 스페인이니까 괜찮을 거야.' 하며 길 위에 서게 될 나를 다독이며
여행을 준비했다. 3개월이 그리 길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가 순례자의 길을 다 걷고 다시 마드리드로 돌아가면 이미 한 달여의 시간이 흘러있을 거고,
그럼 남은 2개월을 여행하면 되겠지. '
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나의 현실을 나의 3개월이 길다고 말했고, 위험할 거라고 했었다. 내가 생각하던 일이 끊기면 안된다는
우려 섞인 이야기들은 나의 여행기간을 갉아먹었다. 내 여행 기간은 3개월에서 2개월이 됐다가,
'그럼 가지 말아야겠다.'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혼자 가려던 여행에서 생각을 바꿔 제대하는 동생과 같이 가려고 했으나 동생도 가기 싫다고 하고, 나는 어쩌지 하며 아직 멀은 여행을 못 가게 될까 겁나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단짝에게 여행갈래?'라고 물어봤었고 친구는 흔쾌히 임시 퇴사까지 하며 나와 함께 여행을 가겠다고 했다.
여행 준비는 6월 말부터 꾸준하게 시작했다. 내 2년의 시간의 3/4이 남은 시점에서 나는 차분히 마무리와
여행 준비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최종적인 준비는 여행 시작 한 달 전부터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겠지만.
순례자의 길을 포기하면서 나는 도저히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포기할 수 없었다. 내가 꿈꾸던 길을 품고 태양과 가까운, 늘 활기차고 생동감이 넘치는 이베리아 반도는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라도 순례자의 길을
포기한 나에게 보상을 해줘야 한다며.
여행의 시작과 함께 짧은 시간을 이베리아 반도에 머물렀지만 여행 초기에 느꼈던 그 시간들은
여전히 나에게 꿈이 아님을 이야기하고 있고, 다시 오라며 손짓하고 있다.
나는 그렇게 마드리드에서 여행을 다시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