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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s Apr 27. 2023

삶은 자유이용권을 끊고 들어간 유원지의 하루와 닮았다

인생은 1일 자유 이용권을 끊고 들어가서 놀다 오는 유원지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새벽바람부터 준비해서 입장시간 전부터 유원지 입구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부터 할인할 때를 맞춰서 저렴하게 놀려고 저녁 무렵에 오는 사람들까지... 유원지의 시작은 아마 그릴 수 없는 다양한 형태의 사람들로 북적일 것이다.


어떻든 간에 유원지에 온 것만으로 우리는 이미 놀러 온 사람들이다.

입장 전 매표소에서 받은 지도 한 장 펼쳐 들고 어디에 무슨 놀이 기구가 있는지 확인하며 바쁜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입구에서 같이 온 사람들과 사진을 찍으며 여유롭게 유원지를 들어오는 사람들. 무엇을 먼저 하든 간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엔 하나같이 웃음 가득한 밝은 얼굴들이다.


스릴을 좋아하고 놀이 기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박진감 있는 롤러코스터를 타기 위해 줄을 스려 할 것이다. 물론 그중에는 유원지에 놀려는 왔지만 롤러코스터 같은 놀이기구를 타는 게 서툴러 같이 온 가족이나 친구 혹은 연인이 놀이기구를 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기다리기만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롤러코스터 말고 다른 더 재미있는 놀이 기구를 찾아 이동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기다리는 줄이 짧았으면 기다리려 했으나 길게 늘어진 줄을 보고선 발걸음을 돌려 다른 놀이 기구를 타러 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인생이라는 유원지에 즐기러 왔다면 일단 재미있어 보이는 놀이 기구는 타봐야 하지 않을까.

자기 취향에 따라 롤러코스터 혹은 후룸라이드, 범퍼카나 대관람차등 여러 가지로 각자의 선호가 나뉘기야 하겠지만 한 가지 놀이 기구만 아침부터 주야장천 타려고 귀한 자신의 시간 하루를 준비해서 유원지로 놀러 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롤러코스터만 죽어라 타는 사람, 놀이동산에 있는 모든 놀이 기구를 한 번씩 전부 다 타보려고 지도를 손에서 놓지 않는 사람, 놀이 기구는 거의 타지 않고 경치 좋은 자리에 앉아서 놀이동산에 놀러 온 사람들과 날씨와 풍경을 즐기는 사람, 자유 이용권으로 이용할 수 없는 오락실이나 인형 뽑기에 전심을 다하여 추가로 돈을 사용하는 사람, 그냥 눈이 가는 데로 돌아다니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하루를 즐기는 사람 등 모두는 각자가 자기가 즐기고 싶은 형태로 그날의 놀이동산을 즐길 것이다.


아침부터 폐장시간까지 롤러코스터만 탄다고 해서, 모든 놀이 기구를 한 번씩 전부 다 탔다고 해서 그날 하루 누가 더 열심히 잘 놀았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비록 어떠한 이유에서든 타고 싶은 놀이기구를 타지 못했을지라도 각자의 생각대로 폐장시간까지 같이 온 사람들과 함께 신나게 놀고 즐겼을 테니까...


유원지의 하루를 보고 있으면 생산하는 행위는 전혀 없이 단순하고 온전히 하루를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우리의 인생과는 좀 다르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아무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이 이 땅에 와서 돌아갈 때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는 것처럼 아무리 많이 생산해도 인생이 끝나는 시점에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하는 것처럼 놀이동산에서의 하루도 어떻게 보면 인생이랑 많이 닮아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놀이 기구 타는 것을 즐기기보다 경쟁적으로 더 많은 놀이 기구를 타기 위한 목적으로 놀이동산을 즐기는 친구, 같이 온 사람들과 사소한 말과 행동으로 서로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친구, 무엇을 타야 할지 고민에만 빠져 여기저기 서성이기만 하는 친구, 하루 종일 밥 먹는 것도 건너 뛰어가며 열정적으로 놀이 기구를 타다가 얼마못가서 체력이 방전되어 구석 벤치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친구 그리고 폐장시간까지 놀다 집에 갈 때 붐비는 게 싫어 폐장까지 시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놀이동산을 떠나는 친구...


개장부터 폐장까지 놀이동산의 하루를 가만히 보고 있자면 우리의 인생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 보인다.


나는 내 인생의 유원지 어디쯤에서 무엇을 하면서 놀고 있는가. 내가 온 여기 유원지에서의 폐장시간은 앞으로 얼마나 남았으며 그 시간을 알 수 있다면 남은 시간 나는 어떤 놀이 기구를 타러 발걸음을 옮겨야 할까?


어디로 가야 재밌는 놀이 기구가 있는지 잘 몰라 길을 헤매는 사람을 만난다면 지나치지 말고 재미있는 놀이 기구를 알려주고 마음이 맞는다면 같이 가서 함께 타보기도 해야겠다. 내 주머니에 손을 넣었을 때 무언가 있다면 같이 온 친구랑 나누어 먹거나 매점이나 식당에서 같이 맛있는 것도 사 먹어야겠다.

 

인기 있는 놀이기구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많이 길어지더라도 같이 간 가족, 친구, 동료들과 함께 놀이동산에서 만들어 놓은 규칙과 질서는 꼭 지켜야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일 또 올 다음 사람을 위해서 유원지 안의 시설과 놀이 기구들을 소중하게 사용하고 내 주변을 더럽히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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