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제이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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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바퀴 거닐다

어느 담벼락의 갈라진 틈에 자라고 있는,

작은 싹을 보았다.

그 틈은

바람에 날아간 씨앗이 떨어져 뿌리를 내린 곳


도착한 곳이

비옥한 들판이 아니어서 속상했을까

어느 아름다운 정원의 꽃밭이 아니어서 아쉬워 했을까

나그네가 다니는 길가가 아니어서 울컥했을까

같이 날아간 벗과 헤어져서 허전했을까


어느 깊은 밤

그 틈에 내려 앉은 뒤 당황하여 잠시 침묵을 지켰다

다음날 바람이 불면

그 바람결에 다시 날아갈 준비를 할까 망설였다

하지만 고심해보니

나름 머물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뿌리를 내려야 할지 밤새 고민을 했다

저 멀리서 스물스물 다가오는 이끼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궁리했다


밤새 번민이 끝나고

다음날 아침 결심을 했다

나의 터전을 만들기로!

화창한 햇살은 내게도 공평하여

생명의 온기를 퍼트릴 힘을 준다

천천히 뿌리내리고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화려한 꽃들과 푸르른 나무들이 빼곡한 숲이 아니어도

사람들은 내게도 시선을 보낸다

지나가다 한참동안 나를 쳐다본다

그들은 갈라진 틈을 보는게 아니다

균열된 틈 사이에서 자라는 나만 보는 것도 아이다

그들 안에 들어온 틈을 보는 것이다

벌어진 간극을 메꾸고자 했던 노력이

얼마나 부질없는 생각이었는지 헛웃음을 짓는다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한뼘의 틈에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잠시 머물다 갈 수 있고

하나의 우주가 만들어지고 해체되고

또 다시 만들어진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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