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을 읽는 100가지 방법

40. 초상화 감상하기

by 제이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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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에서 엘리자베스가 다아시 씨의 펨벌리 영지와 저택을 둘러보는 장면은 매우 깊은 인상으로 내게 남아있다. 오늘은 그 중에서 저택에 걸린 초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초상화가 주인공들의 내면 변화와 현실 인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초점을 두고 말하려 한다. 사실 누군가가 초상화를 감상하고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소설에서는 큰 의미와 기능을 한다. 자신이 관심을 두는 대상을 차분하게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 순간 그의 내면 심리 변화와 생각들을 읽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오만과 편견』의 초상화는 다아시 씨에 대한 엘리자베스의 오해가 이해로 변화되는 계기가 되는 장치이다. 엘리자베스가 방문한 펨벌리는 아름다움, 자연스러움, 관리 상태가 다아시 씨의 품성을 반영한다. 외면적으로 화려하지만 과시적이지 않고 내부는 조화롭고 품위가 있었다. 특히 펨벌리 저택에 걸린 초상화는 더욱 중요하다. 엘리자베스는 초상화를 보고 다아시 씨에 대해 생각보다 부드러운 성정을 지닌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됨의 깊이가 느껴지면서 그에 대한 감정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즉 여기서 초상화는 다아시 씨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해소되는 계기가 된다.


엘리자베스는 쭉 훑어보고 나서, 창가로 가 경치를 즐겼다. 그들이 방금 내려온 언덕은 위로는 숲이 덮고 있고, 멀리서 보니 더 가팔라 보이는 게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품이었다. 땅의 모양새도 모두 훌륭했다. 그녀는 강이라든가, 둑 위에 드문드문 서 있는 나무들, 꾸불꾸불한 계곡 등 눈길이 미치는 모든 전경을 기쁨에 차서 바라보았다. 일행이 다른 방으로 들어서면 이런 경치의 모습을 달라졌지만, 어느 창문에서나 저마다 아름다운 볼거리가 있었다. 방들은 고상하고 아름다웠으며, 가구는 소유주의 재력에 어울리는 것이었으나, 번지르르하지도 쓸데없이 세련되지도 않아 엘리자베스는 그의 미적 안목에 감탄하였다. 로징스의 가구들에 비해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진정한 우아함이 깃들어 있었다.

'이런 곳의 안주인이 될 수도 있었지! 지금쯤에는 이런 방들에 친숙하게 되었을지도 몰라!...'(341)


분명히 이 순간 엘리자베스의 마음속에는 이 그림의 원래 모델에 대해, 그들이 한참 만나던 때 느끼던 감정보다 더 부드러운 감정이 일었다. 레이놀즈 부인이 늘어놓은 그에 대한 찬사는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니었다. 총명한 하인의 칭찬보다 더 소중한 칭찬이 어디 있겠는가? 오라버니로서, 지주로서, 주인으로서, 그는 얼마나 많은 사람의 행복을 지켜주고 있는지! 그의 힘으로 베풀 수 있는 기쁨 혹은 끼칠 수 있는 고통은 얼마나 크며 그가 얼마나 큰 선 혹은 악을 행할 수 있는지! 이런 것들을 생각했다. 하녀장의 입을 통해서 묘사된 그의 모습은 하나같이 그의 성격이 훌륭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었으니, 그가 그려진 화폭 앞에 서서 그의 눈길을 맞받으면서, 그녀는 그의 호의에 대해 이전 어느때 보다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느꼈다. 그 열렬함을 기억했고, 부적적했던 표현에 대해서도 마음이 누그러졌다. (347-348)


『노생거 사원』에서 초상화는 주인공의 과잉 상상력을 교정하는 역할을 한다. 틸니 저택을 방문하면서 캐서린은 고딕적 미스터리를 기대하고 초상화 속 인물에게서 비밀이나 비극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직접 본 초상화는 너무도 평범하고 아무런 비밀도 없었다. 캐서린의 상상은 허구로 드러나고 자신이 고딕적 상상에 심취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즉 여기서 초상화는 주인공의 환상과 현실의 대비를 드러내는 장치이다.


다음 날 아침에는 일이 잘 풀릴 조짐이 보였다. 어느 모로 보나 때에 맞지 않는 장군의 이른 산책이 오히려 유리한 조건이 되었다. 그녀는 장군이 저택 밖으로 나간 것을 알고 바로 틸니 양에게 약속대로 가자고 부탁했다. 엘리너는 선선히 응했다, 같이 가면서 캐서린이 또 다른 약속을 상기시켜서 우선 그녀의 침실에 있다는 초상화부터 보기로 했다. 매우 사랑스러운 초상화 속 여인의 얼굴은 온화하면서도 우수가 어려 있었다. 그것까지는 초상화를 처음 본 사람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러나 모든 면에서 기대가 충족된 것은 아니었으니, 캐서린은 이목구비, 분위기, 안색이 헨리는 아니더라도 엘리너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것이다. 그녀는 습관적으로 초상화에는 어머니와 자식의 닮은 모습이 담겨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얼굴이야 세대가 달라져도 바뀌지 않을 터, 그러나 여기서는 닮은 점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생각하고 연구해야 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런 결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깊은 애정을 담아 찬찬히 바라보았다. 더 강한 동기만 없었더라면 차마 떠나지 못했을 정도였다. (252)


『맨스필드 파크』에서 패니가 머무는 동쪽 방은 관심을 가질만한 장면이다. 이 곳에는 초상화는 아니지만 책과 화분들, 창문에 붙인 세 장의 그림 등 시각적인 장식물이 등장한다. 이 그림들은 틴턴 수도원, 이탈리아 동굴, 그리고 컴벌랜드의 달밤 호수 풍경을 담고 있는데, 패니는 이 그림들에서 정서적 위안과 상상력을 얻게 된다. 패니는 자신의 방에 사랑하는 오빠 윌리엄이 탄 군함 스케치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인물 초상화는 아니지만 패니에게는 그 어떤 초상화보다 깊은 애정이 담긴 그림이다. 이런 패니에게 다른 저택의 초상화는 분명 매력을 끌만한 요소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패니 일행이 소더턴 저택을 방문했을 때, 소더턴 저택 안에 초상화들이 걸린 갤러리가 있었다. 일행은 저택 안을 구경하게 되는데 관리인의 안내를 받으며 초상화 갤러리를 지나간다. 초상화 갤러리에는 수많은 러시워스 가문의 조상들 초상화들이 걸려 있다. 여주인공 패니 프라이스에게는 분명 관심이 갈만한 초상화였을테지만 소설은 그녀가 이 초상화에 관심을 갖고 바라본다든지, 초상화에 관한 질문을 한다든지의 내용은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그들은 다소 지루해하거나 형식적으로 지나쳐 버린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소더턴의 오랜 저택이 이제는 생명력을 잃었다는 것, 그리고 다른 인물들은 사교적인 유흥이나 영지의 개조에만 관심이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이상으로 『오만과 편견』, 『노생거 사원』, 『맨스필드 파크』에 묘사된 초상화 장면을 분석해 보았다. 요컨대,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는 초상화를 통해 현실적 진실을 확인하면서 애정이 싹트고 인격적으로 더 성숙해지고 있으며, 『노생거 사원』의 캐서린은 초상화 앞에서 자신의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면서 자신의 상상력이 틀렸다는 현실 자각을 하고 있다. 또한 『맨스필드 파크』에서는 인물들이 초상화에 무관심함을 보여주면서 그들이 사교적 유흥 등에만 관심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image01.png 노먼 록웰, 세 개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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