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by 제이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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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을 꺼내어

뚝딱뚝딱 자른다

당근 조림을 만들기 위해

냄비를 꺼내다가

기억 속으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오랜된 도마위에 채를 썰고 있는

어머니의 손길을 말없이 지켜본다

분명 후라이팬에 유채씨 기름을 두르고

당근을 볶으실테니

그 익숙한 소리와 동작을

아무 생각없이 지켜보다 보면

어느새 내 생각은

빛을 모으는 프리즘처럼 중심에 이르러

어머니의 마음에 다가간다

오롯이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순간


내게 오는 이를 향해서

한마음으로 간다

아무리 두꺼운 옷을 입어도

길이 울퉁불퉁해도

설렘에 발걸음은 가벼워지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져서

하염없이 기다려도

지루하지 않은 가장 순수한 시간이 된다

누에고치가 만드는 하얀 실보다

더 길고 고귀한 실을 만드는 시간

나의 간절한 마음의 실은

오는 이의 마음에 어느새 이어져 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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