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 기억산책 프로젝트 2주차
1주차는 안산시 주민들의 이야기 자산을 수집하는 한 주였다. 이야기 자산을 수집한 후에는 우리만의 주체적인 시선으로 '드디어'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을 함께한다.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 바로 우리의 수많은 자산 중 무엇을 버릴 것이냐를 결정하는 날이다. 스스로 큐레이터가 되는 것이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지울 것이냐?
지난 주에 주민들이 자신의 이야기 자산을 찾는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생각보다 나에 대한 100가지 키워드를 술술 써내려가는 것은 물론이고, 그 중에서 10가지 키워드도 서슴없이 뽑아냈다. 이 10가지 키워드를 '스스로' 찾아낸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 이는 타인이 바라본 나의 모습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선택한 나의 모습이라는 것에서 '주체성'이 부여된다.
해리와 나는 1주차 보다 힘을 더더더더 많이 빼고 갔다. 워크숍 장표에서도 이론적인 내용은 과감히 삭제하고 실제 실습을 하며 우리가 '말'로 설명하거나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경험들을 배치했다.
지난주 우리는 주민들에게 이런 미션을 주었다.
만약 친한 지인이 우리 동네에 놀러온다면,
어디를 데려갈 건가요?
마을 여행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어렵게 멀리 있는 사람들, 위대하고 멋진 이야기가 아니라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서부터 시작해야 진정성 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처음부터 멋진 것을 만드려는 욕심을 내려두고, 하나씩 차근히 하지만 꾸준하게 우리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가꿔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 안산시 고잔동의 핵심 키워드를 함께 찾는다. 이번 프로젝트는 무엇보다 '함께' 공동의 키워드를 찾아낸다는 것에 큰 의미이가 있다. 세월호라는 사건을 바로 곁에서 겪어낸 사람들이 바라본 우리동네 이야기는 동네의 바깥에서 바라본 안타까움과 슬픔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넘어선 '무엇'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고잔동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직접' 선정한 키워드가 중요하다.
필로스토리의 [키워드 카드]를 통해 10가지 키워드를 함께 선정하는 작업을 했다. 단순히 키워드를 뽑는 것 뿐만 아니라 이 키워드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워크숍으로 조금 더 날 세운 우리만의 메시지와 브랜딩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다. 5명씩 3개의 조가 뽑아낸 고잔동의 핵심 키워드는 아래와 같다.
1조
정이 넘치는 마을, 마을 신문, 따뜻한, 소생정원, 416 바람의 노래, 풍차, 산책길, 풍경, 예술의 전당, 올림픽 기념관
2조
구석구석 돌아보기, 새순, 만남의 장소, 길거리 축제, 스트레스 해결, 연날리기 체험, 물총놀이 축제, 단풍길, 휴식, 은혜 떡집
3조
세월호, 기억교실, 명성교회, 단원고(조형물), 아픔을 넘어선 희망, 문화마을, 연립단지, 미니정원, 산책길, 동산
각 3개 조, 5-6명의 사람들이 10가지 키워드를 '함께' 선정했다. 그렇게 30개의 고잔동의 이야기 키워드가 수집되었다.
10가지 핵심 키워드만 봐도 '고잔동'이라는 마을 어떤 곳인지 이미지화 된다. 놀라운 것은 '세월호'라는 사건이 외부인의 시선으로 바라봤을 때처럼 아픔이나 상처라기 보다는 이미 고잔동 마을 주민들에게 하나의 삶 속으로 들어와 있다는 것이었다. 주민들은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는 공간이나 정원을 이미 동네의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나에겐 정말 감동적인 발견 포인트였다.
원래는 이런 키워드들의 층위를 나누고 그룹 짓기를 통해 핵심 키워드를 더욱 명료화하는 작업을 한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 우리가 하는 작업이 브랜딩이 아니라 마을 여행 코스 만들기이므로 그 작업은 과감히 생략했다. (이 작업은 마지막 시간에 필로스토리에서 직접 진행했다.)
우리는 이 핵심 키워드를 바탕으로 직접 사람들을 데리고 여행을 안내하는 코스로 개발해 보았다.
만약 친한 친구가 우리 동네에 놀러온다면?
매일 아침 내가 하는 일상 루틴이 있다면?
누군가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곳이 있다면?
거창하고 위대한 것이 아니라 진짜 나의 친한 친구 혹은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가족들에게 소개한다고 생각하고 콘텐츠를 만들면 더욱 상상하기가 수월하다. 20분이 지나자 함께 하고 싶은 다양한 여행코스가 만들어졌다.
1조의 고잔동 마을 코스
등불 카페 - 풍차 - 단풍길 (걷기 좋은 길) - 피아노 계단 - 단원고 우드 벽화 - 소생정원
2조의 고잔동 마을 코스
중앙공원 - 새순 - 원고잔 공원 - 단풍길 - 소생길 - 고잔동 단지길 - 은혜 떡집 - 예술의 전당
3조의 고잔동 마을 코스
기억교실 - 산책길 - 미니정원 - 원고잔 공원 - 피아노 계단 - 굿빌리지 커피숍 - 연립단지 - 행복 복지 센터
주민 분들의 발표를 들으며 해리와 나도 귀에 들어오는 다양한 단어들을 수집했다.
그리고 나는 마지막에
'아름다움'이라는 단어와 '인간다움’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아름다움'. 왜 고잔동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 단어가 떠올랐을까. 우리는 단순히 외적으로 멋지거나 예쁘다고 해서 아름답다고 하지 않는다. '아름다움'이라는 단어는 그 안에 다양한 감정과 느낌을 품고 있다. '좋은'의 의미를 넘어선 더 깊이있고 복합적인 의미를 품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어쩌면 그런 면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가 아닐까 생각했다. 세상 그 어떤 존재보다도 아름다운 존재. 생을 살아가며 누구나 슬픔과 좌절을 경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꿋꿋하게 일어나 다시,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고잔동 마을 주민들의 소소한 일상과 삶을 보며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을 함께 본다. 아픔을 넘어 희망을 바라보고 새로운 삶을 살아내는 것. 가장 아름다운 우리네 모습.
안산시 기억산책 프로젝트
필로스토리 스토리 워크숍 2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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